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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평의 오가닉 빵집, 긴즈버그

    어보브블루 어보브블루 2012.03.15

    카테고리

    한국, 경기, 음식


     

     

    스물 다섯 살 무렵엔가 직접 손반죽으로

    발효빵을 만들어봤던 기억이 난다.

     

    반죽을 동글동글하게 빚어놓곤

    하얀 무명천으로 덮어두고 한참을 기다리며,

    늦은 오후에 여유로이 커피 한 잔 하던 그때의 그 여유가 참 좋았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우연히 신문기사에서

    '긴즈버그(ginsberg)'란 맛집을 발견했을 때,

    내가 처음 만들었던 그날의 발효빵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g i n s b e r g

     

     

     

     

     

    긴즈버그의 빵을 맛보기 위해 양평으로 가는 길엔

    어느새 봄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꽁꽁 얼었던 두물머리가 어느새 녹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풍경!

    북한강 지류를 따라 가다보면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표지판이 나온다.

     

     

     

     

     

     

    어디선가 참기름 짜는 냄새가 날 것만 같은 이 투박한 시골 마을과

    긴즈버그의 오렌지색 어닝이 이렇게도 잘 어울릴 줄이야!!!

     

     

     

     

     

     

    내부로 들어서니 고소한 빵의 내음이 식욕을 자극한다.

    이 집의 빵 종류는 그리 다양하진 않지만,

    웰빙 바람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무 선반 위에 있는 너댓가지 종류의 빵이

    이 가게에서 살 수 있는 빵의 전부!

     

    나는 흑미와 잡곡을 섞어 만든 식빵과

    하트모양의 천연효모 캐슈넛빵을 주문해봤다.

     

     

     

     

     

     

    빵맛은 굉장히 담백하다!

    달달한 크림이 들어있는 빵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조금 심심한 맛이 될수도 있겠다 싶을만큼.

     

    하지만 'no butter, no sugar, no milk가 이 가게의 철칙이니까.

    혀를 자극하는 맛 없이 빵 본연의 질감과 아낌없이 넣은듯한

    캐슈넛 알갱이의 식감을 한껏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조리 과정을 살펴보니, 건포도와 호밀을 주원료로 천연 효모를 만든다.

    두 가지를 혼합한 효모를 넣어 반죽한 빵으로는 식사용 빵을 굽고,

    간식용 빵을 만들는 데엔 건포도 효모만 사용한다.

     


    밀가루는 본래 생명이 없지만,

    천연 효모종을 만난 순간부터 살아있는 생물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빵집 주인 조진용 씨! (그의 인터뷰 중에서)

     

     

     

     

     

     

    차의 종류도 핸드드립 커피를 포함해,

    두유 코코아, 홍차, 녹차 이렇게 너댓종류 뿐이지만

    그가 만든 담백한 천연효모빵들과 어울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따스한 봄 햇살을 은은히 머금은 고재나무 테이블에 앉아

    달콤하고도 고소한 두유 코코아를 한 모금 마셔본다.

     

     

     

     

     

     



     

     

    내 앞에 놓인 타샤튜터 책의 첫장에 쓰인 글귀가

    지금 이 순간을 대변하기에 참으로 적절하다.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운 시간은 없지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정신 없이 살아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텐데."

     

     

     

     

     

     

    사실 설탕과 우유, 그리고 버터없이 빵을 만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반죽을 하고, 2차 발효과정을 거쳐야만 몇 가지 빵을 만들 수 있기에.

     

    게다가 이집에선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빵이 다 팔리고 떨어졌을 경우에도

    더이상 빵을 만들지 않는다고.

     

     

     

     

     

    이제는 따뜻한 위로가 담긴 빵이 먹고 싶을 때,

    누군가와 함께 이집을 찾아야겠다.

     

    아니 뭐, 혼자여도 괜찮을 것 같다.

    오렌지빛 아담한 빵집엔 항상 햇살이 있고, 꽃이 있고, 음악이 있으니까.

     

    쪽빛 두건을 쓰고, 멋스러운 앞치마를 입은 빵집 주인이 웃으며 인사해주겠지.

    어서 오세요, 어떤 빵을 드릴까요? 천천히 골라보세요.

     

     

     

     

     

     

    주소 :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398-3 번지

    오픈 : 수~토 (오전 11시 ~ 오후 6시) / 일 (오전 11시 ~ 오후 3시)

    *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입니다.

     

     

     

    어보브블루

    겁 많은 여자가 듬직한 남자를 만나 여행하며 사는 삶, 유목민이 되고 싶은 한량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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