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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영화를 통해 보는 인생의 가치

    JUNE JUNE 20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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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문화
    삶의 맹목적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워낙에 밀도 높은 경쟁 속에서 떠밀리듯 살고 있는 터라 가끔 우리의 삶의 가치가 120도쯤 왜곡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실 누구나 누구든지 누구라도 이미 알고 있다. 삶의 가치란 현재 우리가 좇고 있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인생의 가장 완벽한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 예전에 친구와 이런 종류의 문답 놀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가장 마음에 남는 질문이 이 질문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완벽한 순간이란? 온 몸의 감각이 느슨해지고 진심으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완벽한 순간을 맞이한 적이 과연 있던가?   있었다. 사실 일상의 소소한 구석, 후미진 그 단락에서.   맥주 한 캔 손에 들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살짝 정신이 돈 사람처럼 눈을 감고 온 몸을 흔들며 소리 지르던 어느 해의 한여름 락 페스티발, 낯선 사람과 몸을 부딪치고, 발을 구르고, 넋 놓고 뛰어놀 수 있었던 그 짜릿한 전율에서. 줄곧 배우고 싶어 기웃거리다가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 산 바이올린을 손에 쥐고 어설프게 첫 활을 그었던 그 때, 닿아있던 턱으로 그리고 온 몸으로 전해져오던 악기의 가녀린 떨림에서. 안개가 자욱하던 가로수길 아래 좋아하는 사람의 따뜻한 손을 잡고 나눠 낀 이어폰으로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말없이 거닐었던 바람 불던 밤에서. 웃음의 모든 순간순간에 행복은 녹아 있었고, 삶은 가치로웠다. 단지 내가, 우리가, 모두가, 하루하루에 급급했던 탓에 놓치고 있었던 것뿐이다.        

     

       

     - 쟤는 전생에 벚꽃이었을거야. - 하고 싶은 건 없어? 마이 홈이 갖고 싶다든가. 꿈이 있을 거 아냐, 젊으니까. - 세계 평화를 바라는데요. - 유키오. 넌 어떻게 할거냐. 취직? 진학? - 울트라 경비대에 들어갈거야. - 그거 아르바이트?

     - 영원히 피어나지 않는 꽃도 있지 않을까요. - 꽃은 피우기 위한 것이야. 시들기 위한 것이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 학교 그만둘까봐요. - 야, 쿠죠. 나도 데려가줘.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우울한 청춘 (青い春 blue spring 2001)

    러닝타임 83분 / 일본  / 드라마 /  NR

    감독 :: 토요타 토시아키 출연 :: 마츠다 류헤이, 아라이 히로후미, 오시나리 슈고, 츠카모토 타카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무서워요." 가장 인상깊은 대사였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적다는 뜻은 아닐까. 토요타 토시아키 감독의 2001년작 '우울한 청춘'은 끊임없이 규제당하는 사회 모순과 어리숙한 인간 관계 속에서 삶의 가치와 목적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10대 소년들에 대해 말한다. 이 영화에서 소년들은 점점 부풀어 오르는 자신의 자의식을 담아낼 그릇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겉돌며 외로워하다가 결국 비틀린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 2002년의 어느 날, 진로 조사라는 명목하에 한 명씩 돌아가며 상담을 받았었던 적이 있다. 꿈이 뭐야? 라는 질문에 황당한 농담으로 얼버무리거나 아예 입을 다물던 모습은 비단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꿈' 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낯간지럽게 들리는 까닭은 우리가 모두 '꿈' 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가고 싶은 대학 이름을 말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잠수종과 나비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2007)

      개봉 2008 .02 .14 / 러닝 타임 111분 / 프랑스 / 드라마 / 12세 관람가

    감독 :: 줄리앙 슈나벨 출연 :: 매티유 아맬릭, 엠마누엘 자이그너, 마리-조지 크로즈, 히암 압바스

    이번엔 이 영화를 보자. '우울한 청춘'과 닮은 듯 사뭇 다르다. '우울한 청춘'에서 10대 소년들은 무채색의 일상을 보내며 삶의 가치를 찾고자 애쓰다가 공회전하는 나날을 보내게 되지만 이 '잠수종과 나비' 의 주인공은, 모두 이루었다 싶을 만큼 다채롭고 화려한 나날 속에서 갑자기 가진 것을 잃고 전락한 뒤에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게 된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패션 잡지 엘르의 편집장 '쟝 도미니크 보비' 의 실화를 담고 있는 드라마로, 거대한 오페라와 같던 그의 삶이 불의의 사고와 함께 갑작스레 무대에서 내쫓겨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삶에 대한 열망도 무엇도 잃은 채 한낱 고깃덩어리가 된 육신에 괴로워하며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얼굴 반쪽이 내려앉아 한 쪽 눈을 헝겊처럼 기우고, 비틀린 입술로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그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그러나 그를 동정해선 안된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도록 그가 보고 있는 반쪽 짜리 세상을 재현하며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 모든 삶은 그냥 살아있거나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더, 도 덜, 도 거기에는 없다. 세상에 넘치는 삶에 대한 오만이, 그 사랑스러운 어리석음이 덧나고 곪은 상처 위로 켜켜이 쌓여갈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동정하며 눈물 흘릴 자격이 없다."

    우리는 삶에 대한 가치를 때로는 과대평가하고 때로는 무심히 흘려보낸다. 삶에 대한 집착과 애증이 우릴 딱딱하게도 무르게도 만든다. 타인의 행복을 시기하거나 타인의 불행을 동정하면서, 우리는 속좁게도 정작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두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지만, 거기엔 같은 맥락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의 가치가 고작 한 평의 땅과 건물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대로 자신도 평가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 삶의 행복이란, 책상 위를 가득 메운 낙서라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상 같은데서 오는 것은 아닐런지. 길을 걷다 발 끝에 채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JUNE

    여행하고 글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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