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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로아티아 즐라트니라트의 여름!

    wAnderwoman wAnderwoman 2012.06.21

     

     

     

    당신에겐 무엇이 여행을 꿈꾸게 하는가?

    때론 단 한장의 사진에서 여행이 시작되곤 한다.

     

    내가 갑작스레 크로아티아 여행을 꿈꾸게 된 것도

    어느 한가한 오후에 카페에 앉아 뒤적이던

    책에서 본 단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Flicker, http://flic.kr/p/5SBSD9

     

     

     

     

    즐라트니 라트 ZLATNI RAT

     

     

    영어로 하자면 GOLDEN HORN, 즉 황금곶이라는 뜻을 지닌,

    말 그대로 꼬깔 모양으로 생긴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해변으로 꼽히는 곳이다.

     

     

     

     

     

     

    크로아티아 남서부 쪽 아드리아해 연안의 달마티아(DALMATIA) 지방은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햇살이 가득하고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땡땡이 점박이 개 '달마시안의 고향'인 곳이다.

     

    비록 그곳에서 달마시안을 한마리도 볼 수 없었지만.

    이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큰 섬인 브라치(BRAC)

    환상적인 해변 '즐라트니 라트'가 위치한다.

     

     

     

     

     

     

     

     

    브라치로 들어가는 방법은 몇가지 있을테지만

    스플리트(SPLIT)-수페타르(SUPETAR)-볼(BOL)로 이어지는

    루트가 여행객들에겐 가장 일반적이다.

     

    크로아티아 제 2의 도시이자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은퇴 후 말년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도시라는 스플리트!

    우선 그곳에서 'JADROLINIJA' 사의 페리를 탄다.

     

    브라치 섬의 수페타르로 들어가는 페리는 평일엔 9회, 일요일/휴일엔 7회 운행되는데,

    6월부터 9월까지 성수기가 되면 아침 5시부터 저녁 11시 사이에 14회까지 연장한다.

     

     

     

     

      

     

    스플리트를 떠난 페리는 한시간여만에 수페타르에 사람들를 내려준다.

    수페타르와 볼은 마치 제주의 제주시나 서귀포처럼

    브라치 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두 동네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페타르는 환승을 위한 곳이고,

    즐라트니 라트가 있는 '볼'이라는 마을이 이 섬의 매력덩어리인 셈이다.

     

     

     

     

     

     

     

     

     

    페리에서 내려서는 다시 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정면으로 나가면 페리 사무실과 버스 정류장이 있다.

     

    사설 택시들은 페리에서 내리는 승객들에게 흥정을 붙여온다.

    그다지 나쁘지 않는 가격을 불러오지만,

    4인 이상이 모여야 출발을 한다는 말에 버스로 발길을 돌린다.

     

     

     

     

     

     

     

     

     

    비성수기에는 그럴리 없겠지만,

    성수기라면 스플리트로 돌아가는 페리 티켓을 미리 사 놓자.

     

    페리 티켓 판매소를 지나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즐라트니 라트로 가는 '볼'(BOL)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생각 속 브라치는 그냥 납작하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 곳이었는데

    실제로는 꽤나 험준한 돌산으로 된 섬이다.

     

     

     

     

     

     

    이곳은 관광 산업이 주를 이루고

    석회석과 와인 올리브가 유명하다 한다.

     

    혹시 백악관을 만든 돌이 어디서 왔는지 아시는가?

    바로 이곳 브라치 섬의 돌을 공수해 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스플리트의 디오클레티아누스 성도 이 곳의 돌을 가져다가 만들었다 한다.

     

     

     

    하지만 섬의 많은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육지로 떠나야 했고

    돌산 골짜기마다 위치한 작은 마을들은 버림받은 석조 건물들만 덩그러니 차지하고 있다.

    아주 간혹 주민들이 남아 있는 마을 앞 정류장에서는 한 두명이 타고 내렸다.

     

     

     

     

     

     

     

     

    삼심분여를 달렸을까 드디어 저 멀리에서

    빨간 지붕들이 다닥다닥 붙은 마을이 보이고

    자그마하게 꼬깔 모양의 해변이 눈에 들어왔다.

     

     

     

     

     

     

     

     

    볼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호텔 간판들도 보이고

    그나마 생기를 띄기 시작한다.

     

     

     

     

     

     

     

     

    버스를 내려 왼쪽으로 향하면 '즐라트니 라트'로 갈 수 있다.

    사진상으론 버스 정류장에서 즐라트니 라트 해변까지는 매우 멀어보이지만

    잘 정비된 소나무 오솔길을 따라가면 크게 멀다는 느낌이 안든다.

     

    간혹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가게가 보이고, 걸어서도 10분정도면 도착 가능하다.

    꿈에 그리던 곳을 곧 보게 된다는 생각에 두근두근 심장도 활발해 진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비수기의 즐라트니 라트는 내 머리속에 저장된 그 사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텅빈 바닷가의 파도 소리만 우리를 반긴다.

     

     

     

     

     

     

     

    해수욕을 해야지하며 챙겨온 새끈한 수영복과 온몸을 바르고도 남을 선크림,

    선베드에 드러누워 읽을 책을 그득하니 넣어왔는데 한번 꺼내 보지도 못한다.

     

     

     

     

     

     

     

     이 맑은 물에 발도 한번 못 담궈보고 돌아가야한단 말인가!!

    급기야 비까지 두둑두둑 떨어지고 강풍마저 불어대기 시작한다.

    그러게 현실은 항상 생각한 대로만 되지 않는다.

     

     

     

     

     


     

     

    대신 즐라트니 라트가 온통 우리꺼다.

    우리가 전세낸 거나 마찬가지니 뭘 해도 괜찮다.

    해수욕을 할꺼라 한껏 들떠 있었는데 아쉬웠던 건 사실이지만

    주어진 것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끌어내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지 않은가!

     

    그 곳에서 가장 느슨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미친 듯이 비내리는 텅 빈 해변을 뛰어 다녔고

     

    온갖 말도 안되는 사진들을 맘껏 찍어댔는데

    사진 속 내 얼굴은 내도록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었다.

     

     

     

     

     

     

     

    꼬깔모양이라 양쪽이 해변인 즐라트니 라트.

    오른쪽과 왼쪽 해변까지의 폭도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한쪽에선 강한 바람으로 파도가 몰아치고 있는데

    불과 몇미터 옆 반대쪽 해변은 잔잔하기만 하다.

    사실 이 좋은 바람 때문에 이곳은 5월말부터는 윈드서핑을 하기에 최적이라고 한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본 노부부의 머리가

    온통 눈빛으로 새어버린 나이에도 그들이 꼭 부여잡은 두 손이

    저렇게 공유하는 시간이 부러웠다.

     

    우리 모두들에게도 로맨스가 필요하다,

    늙어서라도 그 언제까지나.

     

     

     

     

     

     

     

     

     

    궂은 날씨 덕분에 예상 밖의 여유가 생겨 마을을 좀 더 둘러 보기로 했다.

    비수기 여행의 장점은 여행지의 참 모습들을 조금은 더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쯤 열린 창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지

    꽃이 흐드러지기 시작한 저 나무는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빨래줄에 걸린 옷의 주인공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궁금한 것들이 더 생긴다는 거다.

     

     

     

     

     

     

     

     

     

    이 작은 마을에 외부와의 통로는 아주 작은 버스역과 그 옆 몇대의 택시들,

    그리고 배 한두척이 붙을 수 있는 조그마한 부두가 전부이다.

     

     

     

     

     

     

     

     

    비구름 사이로 가끔 해가 나올 때마다 반짝거리던 옥빛 바다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림처럼 멈춰 있는 듯 하면서도

    구름들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흘러가고,

     

    그 구름사이로 또 가끔 내비치는 햇빛에,

    그리고 밀려드는 파도에 바다는 살아 움직인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수페타르로 향한다.

    버스는 다시 언덕을 곡예하듯이 돌기 시작했다.

     

    Bye Bye, Zlatni Rat!

     

     

     

     

     

     

     

     

    수페타르도 시간이 멈춘 듯이 아직은 한적하기만 하지만

    당장 성수기가 시작하는 6월부터 사람들이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이 예쁜 마을에 적당한 생기를 불어 넣는다면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 될 듯하다.

     

     

     

     

     

     

     

     

    페리 시간이 급하지 않다면

    저 자그마하고 깜찍한 우체통에 엽서를 적어 넣고 싶었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있을 미래의 나에게

    세계 반대쪽 어딘가를 헤매고 있던 과거의 내가 보내는 엽서.

     

     

     


     

     

     

     

    여행이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항상 나쁜 건 아니다.

    덕분에 그냥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를 작지만 너무 예쁜 마을을 둘러보고 올 수 있었다.

    여행은 항상 아쉽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되는 것 아닌가?

     

     

     

     

     

    wAnderwoman

    없는 휴가 붙이고 붙여 세계 일주를 꿈꾸는 보통 직딩. 여행 결정은 충동적으로, 여행 준비는 다소 꼼꼼하게, 여행 수습은 다녀와서...! http://louiejung.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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