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빛 이강을 따라 내려가는
대나무 뗏목 레프팅
중국의 수많은 명승지 중 계림(구이린, 桂林)은
예로부터 산수(山水)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양삭(양수오, 陽朔)에서 죽강(竹江)까지 50km 가량 이어진
이강(리강, 璃江)을 유람하는 것은 계림 여행의 진수를 체험해볼 수 있는 코스인데요,
세월이 빚어낸 카르스트 지형의 기묘한 장관이 압권이며,
강가에 자리한 크고 작은 봉우리들은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냅니다.
저 역시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자 유람 코스 중 일부 구간을 택하곤,
조악한 지도 한 장과 몇 자 간신히 읽을 수 있는 중국어 표지판에 의지해
자전거를 타고 이강 어귀에 도착했습니다.
강가에서 채소도 다듬고 빨래도 하는 주민들을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몇 십 년 전의 우리나라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제가 양삭에서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주된 이유는
'대나무 뗏목 투어'에 도전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여기 저기에 대나무 뗏목이 많이 있는 것을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 같죠? ^^
당장 다리에 올라가서 경치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먼지나는 도로를 자전거 타고 왔더니 덥고 목도 말라서
일단 강가의 구멍가게에 들러 물부터 한병 샀습니다.
다리 위에 올라 바라본 경치는 강가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습니다.
경치를 즐기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구멍가게 앞에서 봤던 한 아저씨가 접근을 합니다.
그리고는 옆에서 “bamboo boat 200” 이란 말로 먼저 흥정을 시작합니다.
조금 비싼듯 해서 사진만 찍고 있었더니 답답했는지 담배를 한 대 태웁니다.
슬쩍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 구조물이 없는 뗏목도 있고
화려한 구조물이 설치된 뗏목도 보였습니다.
바디 랭귀지로 “아저씨 뗏목 위에도 저런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요?”하고 물으니
그는 당연히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흥정을 시작해 투어비를 150원까지 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뗏목을 준비하러 강가에 내려간 아저씨가 오른 뗏목은
자그마한 크기에 달랑 의자 하나만 놓여 있는 배였습니다.
뗏목이 너무 작다며 내 자전거는 어떻게 하냐고 투덜대니,
그는 별일 아니란 듯 씩 웃으며, 그저 뒤에 잘 묶고 출발하면 된다고 합니다.
하기사 이미 흥정은 끝났으니, 그냥 그를 믿고 가 보기로 했습니다.
정박지를 벗어난 뗏목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합니다.
폭이 좁아서 뒤집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단 안정감이 있습니다.
첨엔 바로 하류로 내려가려 했지만 특별히 요청해서 다리 앞까지 왔다가
다시 뗏목을 돌려 물살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뗏목을 돌려 내려간지 얼마 되지 않아
첫 번째 장애물 폭포(?) 를 만나게 됩니다.
내 몸이 물에 빠지는 것은 상관없는데 혹시 뒤집혀서
카메라가 물에 빠질까 걱정을 좀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폭포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곤 폭포도 없이 조용히 물길이 이어져 기대했던 만큼의 스릴은 없었지만,
강 주변의 멋진 경치를 구경하다 보면 지루할 틈은 없습니다.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폭포 등장!
이번엔 보기에는 별거 아닌 듯 했지만,
신발 안에도 물이 조금 들어 올 정도로
제법 수심이 깊었습니다.
이날 좀더 화창하고 파란 하늘이 함께 했다면
더욱 더 경치가 아름다울 거란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부드러운 곡선의 봉우리와 조화로운 한 쌍을 이루는
강에 비쳐진 반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어렸을 적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보면서
어쩜 저렇게 부드러운 곡선의 산들이 있나 싶어 참 신기해 했었는데,
직접 여행을 하면서도 신기해서 감탄사만 흘러나왔습니다.
경치에 취해 있다가 갑자기 아찔한 폭포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조종을 잘 못했는지 뗏목이 돌아서 뒤쪽이 먼저 내려가며
뒤집힐 듯 하다가 간신히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놀라움이 가득했던 트레킹을 마치고,
수많은 뗏목이 모여 있는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뗏목 투어는 1분 1초가 아쉬울 정도로
볼 것 많고 스릴도 넘치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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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렸을 적 꿈이었던 수 많은 지도 위에 발자취를 남기기를 실천하며 오늘도 열심히 방랑 중. 이 세상 모든 곳들을 머리속에 그리고 사진 안에 담고 싶다. http://travfoto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