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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24일 거리, 리스본을 헤매며

    wAnderwoman wAnderwoman 2012.08.20

     

    7월 24일 거리, 리스본을 헤매며 

     

     

    "나도, 실수 한번 해보려고" 

    "네?"

    "그러니까 나도, 한 번쯤은 실수를 해보겠다고."

    나는 열차에 올라타면서 그렇게 말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내내 움츠리고 잇는 것보다,

    실수를 저지르고 우는 한이 있어도 움직여보려 한다.

     

    - <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

     

     

     

    '리스본'은 오래 전부터 막연하게 가고 싶은 곳이었다.  왜? 라고 물으면 명확한 이유를 대기는 힘들다. 다만 "7월24일 거리"가 유일하게 분명한 이유였다. <7월 24일 거리>는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연애소설이다. 과하지 않게 일상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자연스럽고도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의 배경이자 제목인 그 곳. 여행의 막바지 크로아티아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가는 일정에는 결단이 필요했다. 예약해둔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추가비용마저 들었지만 '일단은 가보자. 실수일지도 모르지만 움직여 보자.'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면서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테주강 (Rio TEJO) 을 향하고 있는  코메르시오 광장 (Praca do Comercio) 은 리스본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7월 24일 거리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코메르시오 광장에서 15E 트램을 타는 것이다.

     

     

     

    테주강을 바라보고 있다면 오른쪽으로 향하는 트램을 타야한다. 15번 트램은 많은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노선으로 테주강을 따라 벨렘(Belem) 지구까지 간다.  

     

    Av. 24 de Julho.

    7월 24일 거리는 테주강에 가장 맞닿은 대로이다. 코메르시오 광장을 출발한 트램은 곧 7월 24일 거리에 들어선다.

     

     

     

    사실 7월 24일 거리 자체에는 일반 여행자를 유혹할 만한 특별함은 없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안에서처럼 그저 일상적인 거리에 불과한 곳이었다. 리스본의 주요 볼거리를 연결해 주는 길목의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실제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7월 24일 거리에서 내리지 않고 트램을 조금 더 타고 가면 벨렘(BELEM) 에 닿을 수 있다. 포르투갈 대항해시대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범선의 모양을 한 발견의 탑 (Padrao Dos Descobrimentos). 뱃머리 선두에는 '항해왕 엔리케왕자'(E Henrique o Navegador)가 서 있고, 인도 항로의 발견자,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그 뒤를 따른다.  이 발견의 탑은 1960년 엔리케왕자의 사후 5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한다.

     

     

     

    발견의 탑을 뒤로 하고 길 넘어에는 조금 들어온다면 벨렘지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제로니모 수도원(Mosteriro dos Jeronimos)가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발견을 기념해 세운 곳이라고 한다.

     

     

     

    석벽에 마치 레이스를 새겨넣은 듯한 마누엘 건물양식이 인상적인 곳이다. 화려한 외관과는 다르게 의외로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꽤나 더웠던 오후, 기둥 한편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정화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슬슬 허기가 진다면 바로 이곳! 여행에 먹거리가 빠지면 심심하다. 벨렘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 바로 에그타르트이다. 1837년부터 만들었다는 에그타르트의 원조 Pasteis de Belem. 유치원 애기들 부터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줄을 서서 먹는 곳이다.

     

     

     

    따끈하게 방금 구워져 나온 것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적당한 단맛. 한 입 베어물면 지금까지 맛있다고 먹어왔던 에그타르트들이 머리 속에서 사라진다. 앉은 자리에서 세개를 게눈 감추듯 처리하고 추가로 포장을 해 왔다. 그리고 다시 15번 트램을 타고 7월 24일 거리로 되돌아 간다.

    이번에는 7월 24일 거리가 시작하는(혹은 끝나는) Cais do Sodre 역에서 내려 비카선을 타보자.

     

     

     

      

    Ascensor da BICA

    리스본의 아이콘, 바로 언덕을 달리는 노랑 트램. 비카선이라고 불리는 가파른 언덕을 단번에 오르게 해주는 푸니쿨라이다.

     

     

     

    승차시간은 매우 짧지만 타고 올라오는 동안 언덕 아래로 보이는 마을과 테주강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비카선을 내려서 나오면 Baixa-Chiado 역이 나오고 그 곳에는 리스본의 유명한 카페 "A asileira"가 있다.

     

     

     

    'Bica'로 불리는 에스프레소를 한잔하며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자리는 쉬이 나지 않았다. 카페 앞 조그마한 광장을 어슬렁거린다.

     

     

     

    바로 앞 광장에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 (Fernando Pessoa) 의 동상이 있고 그곳은 현지인들에게도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는 느낌이었다. <7월 24일 거리>의 주인공 혼다가 충동구매를 하게 만드는 작가 바로 그 페소아이다. 페소아의 동상 앞에선 청년은 오랜시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리스본의 또 다른 명물 28번 트램은 쉴새 없이 그 곳을 지나쳐 간다.

     

     

     

    카페를 돌아나와  "가레트 거리(R Garrett)"에서 본 풍경. 소설에서도 가레트 거리의 카페에서 사람을 만나는 장면은 몇번이고 반복된다. 가레트 거리를 따라 내려오면 로씨오(Rossio)  광장으로 나오게 된다. 여주인공 혼다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사토시를 만나는 곳으로 나왔던 돈 페드로 4세 광장이 바로 로씨오 광장의 다른 이름이다.

     

     

     

    로씨오 광장에서 여행자들의 천국 아우구스타(R Augusta) 거리를 따라 걸어나오면  처음 15E 트램을 탔던 코메르시오 광장으로 돌아나오게 된다.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7월 24일 거리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지 모르겠지만 7월 24일 거리와 소설 속 나오는 지명들은 유명 관광지와 자연스레 이어져 있다. 리스본은 소설에서처럼 반짝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랑스런 도시임에 틀림없다.

     

     

     

    wAnderwoman

    없는 휴가 붙이고 붙여 세계 일주를 꿈꾸는 보통 직딩. 여행 결정은 충동적으로, 여행 준비는 다소 꼼꼼하게, 여행 수습은 다녀와서...! http://louiejung.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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