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싶다, 소매물도!

    어보브블루 어보브블루 2012.08.27

    카테고리

    한국, 경상, 휴양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싶다.

    '소매물도'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출발했다. 대전 통영 고속도로를 지날 무렵, 덕유산의 능선을 보니 선잠결에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네시간 반을 달려 드디어 통영 도착. 차에서 내리자마자 훅 끼쳐오는 바다의 짭쪼롬한 냄새가 좋았다. 소매물도행 배편을 미리 구입하고, 여객 터미널 근처에서 조금 벗어난 식당으로 들어갔다. 숨은 맛집은 뜨내기 여행자를 위한 곳이 아닌, 통영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있을거라는 생각에.

     

    ▲ 옛날 충무 꼬지 김밥 
     
    여객 터미널 앞에 있는 서호시장 뒷편에 있습니다. (055-641-8266)

    따로 알고 찾아간 것도 아닌데, 정말 유명한 맛집이었다. 막 만든 따끈따끈한 충무김밥과 푹 익은 깍두기, 오징어와 말린홍합을 양념하여 나무꼬챙이에 꽂아낸 한 상. 아주 간촐해보였지만 너무나 맛있게 먹는 우리를 보시곤, 김밥 몇 개를 더 말아주시는 푸근한 인심에 배가 부르다.

     

     

     

    ※ 통영 출발 - 매물도 배 운행 시간

    1차 07 : 00 (출발) - 08 : 15 (도착)

    2차 11 : 00 (출발) - 12 : 20 (도착)

    3차 14 : 10 (출발) - 15 :55 (도착)

      

     

      

    우리가 예약한, 소매물도로 출발하는 배 시간은 오전 11시. 소요시간은 약 1시간 20분 정도다. 바다로 나가자, 살짝 구름이 낀 하늘마저 좋았다. 무인도 섬 구석구석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하얗게 일어나는 포말.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섬에 도착이다.

    소매물도는 나지막한 평지로 이루어진 섬이 아니다. 돌 계단을 오르고 조금은 험준한 하나의 산을 넘어야 등대섬으로 갈 수 있다.

     

     

     

    마치, 수직 절벽을 오르듯 힘들어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의 절경이 너무나 푸르르고 시원해서 발걸음에 힘이 붙는다. 바다와 작은 섬 몇 개, 그리고 하늘이 정확히 3분의 1씩 차지하고 있는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오르다가 힘들면 쉬어가라고 마련해둔 나무 벤치. 이걸 직접 만들었을, 섬 사람들의 투박한 손을 떠올리게 된다. 바다처럼 넓고 푸른 그 마음에 감동하게 된다.

     

     

     

    한 사람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동백나무 숲을 지나니 등대섬이 보인다. 동백나무 숲의 바람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의 땀을 식혀준다. 등대섬을 품에 안을 수 있는 이 곳에서 다들 자신의 모습을 담기 바쁘다. 절벽 사이사이를 통과하고 푸른 남해의 바닷물을 일렁이게 하는 이 섬의 바람이 어쩜 그리도 튼튼한지! 등대섬으로 가야한다는 것도 잊은 채, 오랫동안 바람을 맡으며 쉬었다.

     

     

     

    내려오는 길도 평탄치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웃는다. 높게 솟은 절벽이 멋져서 감탄하고, 해풍을 맞으면서도 앉은뱅이로 핀 들꽃이 귀엽다고 웃는다. 우와, 하고 짧게 나온 감탄사가 백마디 말을 이긴다.

     

     

     

    바닷길을 건너 등대섬으로 가려면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우리가 갔을때는 오후 2시쯤 물길을 열렸다.> 조금씩 물이 빠지고는 있었지만 아직은 종아리 너머까지 찰방찰방 파도가 치는 바닷길. 파도때문에 둥글둥글 닳은 바위 위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도 좋다. 산발이 된 머리칼과 남편이 '시골 촌년' 이라고 놀려도 할 말이 없는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며 잠시 여백을 가진다.

     

     

     

    드디어 바닷길이 열렸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 이라는 수식이 딱 맞더라. 마치, 빗으로 가르마를 탄 것처럼 정교하게 갈라지는 바닷길.

     

     

     

    소매물도의 상징인 '하얀 등대섬'에 오르니, 산 능선처럼 이어진 섬의 실루엣이 너무나 높고 너무도 깊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가사 중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라는 구절이 참 잘 어울리는 섬이다. 여름의 끝자락, 소매물도 섬놀이.

     

     

     

     

     

     

     

    어보브블루

    겁 많은 여자가 듬직한 남자를 만나 여행하며 사는 삶, 유목민이 되고 싶은 한량 주부.

    같이 보기 좋은 글

    경상의 인기글

    어보브블루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