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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삿포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루꼴 루꼴 2012.08.31


    삿포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더라!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은 큰 섬 4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가장 위쪽(북위 42도)에 위치하고 있는 '홋카이도[北海道]' 의 대표 도시는 누가 뭐라 해도 '삿포로' 이다.


    '삿포로' 라는 명칭은 과거 홋카이도가 일본 땅이 되기 이전의 시대에 이 땅을 지키고 살던 원주민 '아이누족(族)'의 언어에서 유래되었다. 그들의 언어로 '넓고 메마른 땅'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삿포로'는 과거 19세기 후반부터 일본이 홋카이도 땅을 차지하였고, 그 이전에는 아이누의 터전이었던 곳이라 그런지 일본 내의 또다른 나라와 같은 느낌이 들만큼 이국적이다.









    맑고 청명한 공기와 한적한 전원 풍경, 그리고 깔끔하게 아기자기 지어진 조립식 주택과 눈앞에 언제나 펼쳐지는 논과 밭의 풍경은 마치 남태평양의 뉴질랜드 땅으로 착각이 들만큼, 일본 내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북해도의 총 면적은 일본 전체의 5분에 1에 해당한다. 크기만 따졌을 때는 거의 우리나라만한 크기라 할 수 있겠다(우리나라의 약 80% 정도 규모). 하지만 거주하는 인구는 대략 570만명이라고 하니, 한국 인구의 1/8 정도가 이 땅에 거주하는 셈이다. 그런 이유 덕분이었는지 하루종일 북해도 여기저기를 다녀봐도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풍경은 거의 볼 수 없고 그나마 북해도 최고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삿포로에 도착해서야 사람사는 도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빌딩과 신호등이 보이고 복작복작한 거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말이다.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삿포로의 밤을 탐험하기 위해 카메라의 밧데리를 챙겨들고 시내로 향했다. 삿포로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중심거리 '스스키노'를 걷다보니 눈이 마구 휘둥그레졌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거대한 거리의 블럭과 블럭, 그리고 저마다의 브랜드를 뽐내듯 불야성을 이루며 조명을 밝히고 있던 다양한 일본 브랜드의 광고 간판에 잠시 적응이 안되었다. 홋카이도에 머무는 내내 시골 풍경만 보다가 갑자기 친근한(?) 도시 풍경이 화려하게 눈앞에 펼쳐진 탓이었다.









    가장 먼에 눈에 띄인 건 삿포로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삿포로 TV타워!'  블루 빛의 조명이 왠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떠올리게 해주니 더욱 반가웠다. 역시 세상의 모든 타워는 낮보단 밤이 훨씬 아름다운걸까? 낮에는 저 타워의 전망대까지 올라가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감동(?)이 없었는데 밤의 조명과 어우리진 '삿포로 TV타워'는 감탄을 자아낼만큼 눈에 띄었다.









    스스키노 거리에서 먼저 마주한 건 '라면 골목(라면요코쵸)' 이다. 삿포로의 대표 명물 중 하나인 미소 된장 라면을 주메뉴로 하는 다양한 라면 가게가 20여 개 이상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풍경이 이색적이었다. 어느 집을 골라 잡아 들어가도 기본적인 맛이 보장될 것 같은 신뢰를 마구 풍겨주고 있었다. 여기저기 골목의 라면 식당을 들여다 봐도 라면의 수증기와 자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로 정신없어 보였는데, 우리는 굳건히 그리고 유유히 이 골목을 지나쳤다.









    그리고 향한 곳은, 삿포로의 숨겨진 맛있는 라면 가게라는 '케와키(KEWAKI)' 이미 이곳을 작년에 다녀갔다는 우리 일행의 조언으로 주저없이 라면 골목의 유혹을 이겨내곤 '케와키'를 오늘 밤 우리의 야식 장소로 선정! 아니나 다를까, 유명세를 입증이라도 해주듯 좁은 골목길에 라면을 먹기 위해 줄이 늘어선 걸 보니 얕은 탄식이 나도 모르게 세어나왔다. 이미 새벽부터 북해도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던 터라 몸은 이미 피곤에 쩔어있는데 다시 이 긴 줄을 기다려 라면을 먹어야 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친절한 주인의 배려가 그 줄을 못떠나게 만들어주었다. 인원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고, 메뉴 설명, 그리고 일행이 같이 앉을 수 있게 좁은 라면 가게 안을 미리미리 셋팅하는 종업원의 모습에 벌써부터 음식도 먹기 전 장인의 숨결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렇게 긴 줄을 기다려 드디어 라면을 맛보곤, 늦은 밤 라면을 먹었다는 죄책감을 면하고자(?) 우린 다시 걷기 시작!  사실 죄책감보다는, 스스키노 거리의 뒷골목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거리를 살짜기 벗어나보니 작고 소소한 동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불빛과 상점의 간판, 그리고 저마다 거리에 테이블을 늘어트려놓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유명한 삿포로의 맥주를 들이키며 정담을 나누는 삿포로 시민들의 모습에 순간 마음이 동해버리고 말았다. '나도 저들 옆에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앉아 마지막 삿포로 밤의 정취를 느껴보고싶다'는 욕구가 강렬해질 즈음, 아니나 다를까 함께 거리를 걷던 일행 모두 동시에 비슷한 걸 느끼기라도 한 듯, '배는 부르지만 우리도 저기 잠시 앉아서 한 잔 더 할까? 라는 의견이 바로 일치! 그리곤 우리도 그네들 옆에 바로 주저앉았다.









    살짝 흩뿌리는 비가 오다 말다 했고, 바람은 차가웠으며, 자전거로 혹은 걸으면서 거리를 오가는 삿포로 현지인들과 눈인사를 주고 받으며 그렇게 골목 한 귀퉁이에서 맥주 잔을 기울였다.


    시간은 흘러흘러 깊은 밤이 되었고, 우리들의 눈꺼풀이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쳐지기 시작할 때 즈음,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 테이블을 일어서야 했다. 못내 자리를 뜨는 게 아쉬워 다시 한번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을 한 번 흘낏 뒤돌아 본 채 말이다.









    그렇게 다시 타박타박 걸으면서 호텔까지 도착했다. 삿포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화려하면서도 고즈녁했던 그 날의 밤을 기억하는 지금의 이 순간, 사실 그 어느 화려했던 여러 관광지보다 그날 밤 삿포로의 거리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함께 했던 이들과의 즐거운 담소, 그리고 거리의 소소한 풍경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사소하지만 중요한 팁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삿포로의 상징이 별 한개라고 하는데(삿포로의 맥주를 기억해 보시라!) 삿포로 거리의 택시 또한 모두 이 노란 별 한 개씩을 달고 있다. 그래서 밤거리를 걸을 때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택시의 노랑 별(나는 이 귀여운 택시를 '별 택시'라 이름 붙이곤 눈에 보일 때마다 자꾸만 카메라를 들이대곤 했다)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삿포로를 간다면 이 노랑 별 찾기 놀이를 해보시라. 삿포로 거리의 간판, 택시, 맥주캔 등 꽤 쏠쏠하게 눈에 띄일텐데 은근 강렬한 '삿포로'의 상징이 될 것이다.








    루꼴

    '뉴욕 셀프트래블' 외 6권의 저서를 통해 직딩여행 붐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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