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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의 '유혹'

    프린 프린 2012.09.28

    카테고리

    미주, 쇼핑, 하와이

     

    * 하와이 오하우 섬

      알라 모아나 센터에서의 한 때 *

     


     

      

     

     

    오하우 섬에 있는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는

    하와이를 다녀오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려보셨을 곳이지요.

    저도 혼자 떠난 하와이에서 그곳을 다녀왔었습니다.

    하와이 알라 모아나 센터에서의 한 때.

    아쉽게도 쇼핑 정보는 '전혀' 없는 후기를 시작합니다^^

     

     

    * * *

     

     

     

     

    하우 섬엔 수많은 쇼핑센터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두 곳을 꼽으라면 아마 첼시 그룹에서 운영하는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Waikele Premium Outlet)과

    알라 모아나 센터(Ala Moana Center)가 아닐까 한다.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은

    우리나라에선 여주와 파주에 자리 잡은 신세계 첼시의 아웃렛과 형제라고 할 수 있고,

    알라 모아나 센터는 오하우 섬에선 가장 크고

    미국 내에서도 손으로 꼽힐 만큼 거대한 아웃도어 쇼핑몰이다.

     

    특히 알라 모아나 센터는 와이키키 중심가에서 불과 2km 거리에 있으니,

    쇼핑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놀이 공원을 방불케 하는 규모의 쇼핑센터라면

    그건 그냥 관광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바다로 가는 길’이란 뜻을 가진 알라 모아나란 이름엔

    어떤 주술이라도 걸려있는 게 분명했다.

     

    그곳에 가면 특별한(저렴하면서 동시에 아주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이씨비 카드가 있으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핑크 트롤리에 올라 알라 모아나 센터로 향했다.

    뻥 뚫린 창 너머로 호텔과 사람과 자동차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그러나 바람도 세게 불고 시야를 가리는 것도 많아

    여행 안내서가 추천한 만큼 시내를 구경하기에 썩 좋은 교통수단은 아니었다.

    게다가 트램처럼 생긴 주제에 고무 타이어를 끼고 차도 위를 달리는 놈이라 교통 체증에서 자유롭지도 못했다.

    그나마 일본인들이 좌석 대부분을 차지한 덕에 도떼기시장에 온 듯한 절망은 피할 수 있었는데,

    그들은 윙윙거리는 소음을 극복하면서까지 대화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이다.

     

    시내를 빙빙 돌던 트롤리가 마침내 터미널처럼 생긴 알라 모아나 센터의 주차장으로 접근하자

    사람들이 내릴 채비를 했다.

    센터엔 두 군데의 정류장이 있는데

    나는 두 번째 정류장인 환승센터에서 하차했다.

    쇼핑센터의 로고와 이 더위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산타클로스 풍선인형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팔라우에 갔을 때도 느낀 바지만 이렇게 더운 곳에서 산타는 뭘 타고 다닐까?

    아무래도 썰매는 어울리지 않을 테니 카누라도 타야 하는 걸까?

    적도에 가까운 곳이나 남반구의 나라를 염두에 두지 않은

    반구의 무자비한 상상력에 완전히 길든 기분이었다.

     
     

     

     

     

    라 모아나 센터는 긴 회랑을 층층이 겹쳐놓은 건물이 중심이다.

    거기에 니만 마커스, 노드스트롬, 메이시스 그리고 (2013년에 문을 닫을 예정인) 시어스 같은

    네 개의 백화점이 동서남북에 하나씩 붙어 있다.

     

    각종 로드샵이 빽빽하게 들어선 쇼핑몰도 어마어마하지만 각 백화점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이곳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파악할수록

    왜 알라 모아나를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라 칭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입구에서 브로셔를 받아 1층 입구로 들어갔다.

    한 장의 얇은 종이 위에 쇼핑센터의 모든 매장과 그 위치를 담은,

    능숙한 편집 솜씨가 돋보이는 브로셔였다.

     

    알라 모아나 센터의 해부도를 보고 있으면 길쭉하게 쌓아놓은 테트리스 블록이 연상됐다.

    더불어 하루 안에 전부를 돌아보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상점과 식당의 개수가 290개를 넘어선다는 광고 문구만 보아도

    평소 관심이 있는 매장을 찾아가는 걸로 반나절의 탐험을 마치는 게 현명한 일이었다.

     

    들어가자마자 환영의 표시로 조개 목걸이를 걸어주는 힐로 하티에서

    선물용 기념품을 하나 산 뒤 시어스로 향했다.

    시어스는 가전제품에서 생활용품, 대량 생산된 의류까지 구비한

    제품의 스펙트럼이 넓은 백화점이었다.

     

    나중에 잠깐 들른 니만 마커스나 노드스트롬이 입점한 매장 수가 많지 않고

    고급스러운 의류와 액세서리를 주로 취급한다는 인상을 주었다면,

    시어스는 대형 마트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각 층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트를 제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말이다.

      

     

     

     

    소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나 역시 쇼핑센터의 지도를 보며 끌리는 곳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양손에 종이 봉투를 잔뜩 들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를 헤매다 보면 절로 그렇게 된다.

    마치 뭔가를 사지 않는 게 비정상적인 세상으로 뚝 떨어져

    소비란 이름의 흰 토끼를 쫓아가는 기분이었다.

     

    지갑에서부터 시작되는 냉혹한 현실도 바람을 희롱하느라 한눈을 파는지 나를 그냥 내버려두었다.

    지도를 보다가 중간층을 건너뛰고 가보고 싶은 매장이 몰려있는 3층에 올라가기로 했다.

    이왕 온 김에 뭐라도 하나 사고 가자는 의지가 어느새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3층에 오르자 시야 끝까지 뻗은 쇼핑센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쇼핑센터에서도 (가격 때문이 아니라) 규모에 의해

    자신이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이지만, 예상보단 크지 않았는데 정말로 크다는 감탄이 나오는 광경이었다.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 가지각색의 브랜드 로고, 분위기를 단단히 움켜쥔 야자수와 노점, 상점,

    매점의 뫼비우스 띠 같은 행렬.

     

    이곳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알라 모아나 센터의 소유자들이

    이곳을 그렇게 만들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쓰는 술수 ㅡ시계를 없애고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며

    모든 이동 수단을 느리게 운영하는 물리적, 심리적 장치ㅡ 같은 건

    여기에 적용할 필요가 없었다.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단서를 차단하는 거대한 틀 자체가 알라 모아나 센터의 무기였다.

      

     

     

     

    이런 경향은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절정을 이룬다.

    대체로 크고 잘 정돈되어 있으며 음악은 적당히 유행을 따르면서 직원은 친절하다.

    어딜 가든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은 헐값에 내놓은 상품이 뒤엉켜 있는 매대 주변이었고,

    그곳을 탐색하는 손길은 피부색을 막론하고 다부졌다.

     

    놀라울 정도로 할인 폭이 큰 가격표를 보면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사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거나 지인들에게 하나씩 선물해 주고 싶다는

    나도 몰랐던 배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충동을 이기지 못할 때, 매대에서 일이십 퍼센트 내외의 할인 상품으로,

    거기서 다시 신상품으로 눈을 돌리며 예상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곳은 옷과 잡화와 식료와 향수의 정글이었다.

    우리는 현금과 카드를 휘둘러 그곳을 헤쳐나간다.

    뭔가를 얻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지만

    지나치게 우거진 숲 속에선 올바른 판단력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역시 부단한 노력 ㅡ 충동구매를 억제하려는 노력이었는지 정말 괜찮은 옷을 찾으려는 노력이었는지

    는 모호하지만 ㅡ을 기울여 마침내 셔츠 한 벌을 사서 매장을 나섰다.

    오락가락하던 비는 멈췄고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외부는 후텁지근했다.

    갑자기 빨대가 꽂힌 것처럼 힘이 쭉 빠졌다.

    쇼핑센터에 오기 전부터 하루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닌 몸이 이제 휴식을 요구했다.

     

    알라 모아나 센터도 많은 방문자가 심심찮게 맞닥트릴 그런 문제를 잘 헤아렸는지

    쇼핑몰 중간에 무대를 만들어 놓고 잠시 쉬었다가 가길 권했다.

    마침 붉은 옷을 입은 합주단이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주변에 둘러앉아 더위와 조명과 다리의 고통에 시달린 피로를 달래고 있었다.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로 어수선했지만

    마침내 활은 현을 긋고 날숨은 피스를 통해 관으로 흘러들어 갔다.

     

    연주는 복도를 따라 쇼핑센터의 끝으로 천천히 밀려 나갔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과 악기에서 살아난 음악은 듣는 사람을 보듬는 손길부터 다르다.

    귀뿐만 아니라 피부와 근육으로도 흡수하는 느낌이랄까.

    가벼운 마사지를 받는 듯한 기분에 빠지자 생각이 둔해지며

    오전부터 켜켜이 쌓인 피로가 실감 나기시작했다.

      

     

     

     

    사람이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한 자리에서 다 할 수 있는 공간이란

    마치 한겨울에도 과육을 기르는 온실과 같다.

    체력을 쓰고 회복을 하고 피로를 느끼고 다시 치유를 받는 과정이 하나의 지붕 아래서

    쉬지 않고 이뤄질 때 이렇게 멍한 상태에서 현실감을 잃을 수 있구나 싶었다.

    그새 공간에 길들여졌음도 깨달았다.

     

    손에 든 쇼핑백은 분명 내가 저지른 일로서 손아귀에 생생한 촉감을 남기지만,

    그걸쥐고 있는 팔은 나의 일부가 아닌지도 몰랐다.

    후회할 일도 없고 옷을 입어보며 만족스러워할 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뭔가를 놓친 듯한 불안함.

     

    다시 일어나 반대편 블록도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엔

    이미 쇼핑센터란 유기체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프린

    글과 사진과 커피를 좋아하는 초보 여행자. 전문적이진 못해서 그냥 주섬주섬 써내려가기만 합니다. 화려한 환상보단 솔직한 감상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D http://princi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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