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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화재 보고, 간송미술관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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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예술/문화

     

     

     

    1966년 개관해 매년 봄 가을 보름씩 주제별 전시를 하는 간송미술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시대 사재를 털어 모은 한국 보물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다.

    몇 백년 전에 누군가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품을 현재에 만난다는 것,

    현재에 그들의 뜻을 시공을 초월해 느낄 수 있는 기회다.

     

     

     

     

    * 시절을 알려주는 간송 미술관

     

     

     

    5월과 10월.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 문을 연다. 봄바람에 마음이 설렐 때, 가을 단풍에 마음이 들뜰 때.
    늘 만날 수 없기에 더 그리워지는 게 사람의 마음인가- 언제나 열지 않기에 그래서 더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봄이 되면, 시인 김영랑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라는 싯구절을 떠올린다.
    5월 간송에는 꽃중의 왕인 모란을 빼닮은 작약이 핀다. 모란 진 슬픔 말끔히 씻어주는 찬란한 작약이 가득하다.
    황매화 지고 금낭화가 피어 오르는 5월, 사월의 연둣빛 잎새들의 녹색빛이 진해지는 5월의 간송은 봄 그자체다.

     

     

     

     

    가을이 되면, 단풍 물이 도시에 밀려들 때 문을 연다. 성북동의 길이 노랗게 물든다. 전시가 끝나면 그 때가 만추다.
    가을의 간송은 찾고도 발걸음 돌리기 아쉬워 길상사나 심우장까지 걷는다.  가을 나들이나온 속내가 드러난다.

     

     

     

     

    * 보물이 가득한 간송 미술관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보물창고 "보화각"이 간송미술관이다.

     1966년 간송미술관과 한국민족 미술연구소가 되어 일반인을 맞고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거부의 유일한 적손으로 일제시대 한국 미술품을 지키는데 몸바쳤다.

     

    간송의 간은 산골물 澗 간.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는 소나무 松 송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간송은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의 늘 푸른 소나무의 뜻이다. 일제시대에 꿋꿋히 문화재를 지킨 삶에 걸맞는 호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를 전시하는 것이 간송미술관이다.

    국보급 문화유산이 소장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간송미술관 건물의 처음 이름은 보화각이었다.

    빛나는 보배를 모아두는 집이라는 의미에서 오세창 선생이 지은 이름이다. 
    오세창 선생은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 현판을 쓴 사람이며 간송을 문화재 수집의 길로 이끈 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간송이 성북동에 미술관 터를 구입한 것은 1933년 봄이다. 그의 나이 28세 때의 일이다.
    보화각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박물관으로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 건축가 박길룡이 간결하고 단순한, 모던한 건축물을 설계했다. 이 건물만으로도 역사적이다.
    건물 내부를 마감한 흰 대리석, 건물 외부의 군더더기 없는 선 등 참 해사하니 잘 생겼다 싶은 건물이다.

    이곳은 훈민정음 해례본, 동국정운 같은, 교과서에서 언듯 보았던 우리나라 문화재 원본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이나 단원 김홍도의 미인도 등 국보 12건, 보물 10건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지난 5월에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작품도 선보였다. '방고사소요'는 간송 50주기 추모전을 맞아 세상에 나왔다.

     

     

     

     

    보물이 가득한 간송 미술관은 이제 사람이 가득하다.
    바람의 화원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간송의 방문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5-6년 전만해도 한산하였는데 1-2년 전부터는 오전에 가도 길상사까지 줄이 늘어져 한두시간 기다림은 예사다.
    평일 오전이라면 문화센터 강의를 듣는 듯한 아주머니들이 십수명 몰려오고 주말엔 데이트족에 아이들까지 인산인해다.

     

     

     

     

    * 2012, 달라진 간송 미술관

     

     

     

    2012년 10월 13-14일 성북구에서는 '성북진경(城北眞景)' 페스티벌이 열렸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미술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 상허 이태준 선생의 수연산방이 있는 성북구 축제다.
    ‘도성을 거닐다’ ‘간송을 만나다’ ‘심우장의 초대’ ‘성북이 열리다’  등의 주제로 성북의 매력을 축제화 시켰다.
    역사의 숨결을 오늘날에 시민과 함께 느끼는 축제에 여기에 간송미술관장님도 모습을 드러내셨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장남으로 전성우 간송미술관장님이다.

     

     

     

    간송미술관은 귀중한 우리문화재를 보존,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미술관이다.
    무료 개방 전시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화장실이 건물 내 1개 뿐이고 사고 싶은 도록 판매장소가 협소한 점등은 조금 불편했다.
    올해 성북구에서 이런저런 지원을 하여 관람객의 편의가 늘었다. 옥외 화장실과 판매부스가 생겼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간송미술관에서 즐겁게 관람하고 기념을 할 무엇들을 살 수 있게 되어서 좋아졌다.

     

     

     

    * 추억이 가득한 간송 미술관

     

     

     

    2012년  5월 진경시대 회화대전, 2011년  5월 사군자대전, 2010년 10월 훼영묘대전
    2010년  5월 조선망국 100주년 추념회화전, 2009년  5월 겸재 정선 서거 250주년 기념 겸재화파전
    2008년  5월 오원 장승업과 그 화파전,  2007년 10월 심사정 화파전, 2007년  5월 우암 송시열 탄신 400주년 서화전

     

    벌써 수년째 '즐겨찾기' 중이다. 과거의 그림들을 상기하며 오늘의 전시를 생각한다.

    이미 몇 년을 꼬박 들러서 이름만 듣고도 작품들을 가늠할만 하다.

    눈에 선하다. 정선의 금강산, 최북의 메추리, 신윤복의 기녀, 신사임당의 꽃과 심사정의 홍당무까지.
    특히 심사정의 매월만정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달을 칠해 그리는 게 아니라 하늘을 채우고 대신 달을 비워 그렸다.
    멀수록 맑은 향. 향원정을 떠올리게 하는 향원익청의 강세황 그림은 연꽃의 단아함을 잘 표현한 수작이었다. 

     

    눈앞에 지나가는 그림들이 한둘이 아니다. 시간을 들여 찾으면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것들이 생겨난다.

     

     

     

     

    * 2012년 가을, 명청시대 회화전이 열리는 간송미술관

     

     

     

    올해도

    어김없다. 간송문이 열렸다. 간송미술관의 가을 정기전시가 '명청시대회화전' 이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중국근대회화전' 전히 후 거의 15년 만에 중국 고미술품들이 다시 사람들에게 선뵈여 지는 자리다. 
    중국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초기까지의 회화들이라 그럴까. 이전의 익숙한 이름들이 하나 없다.

     

    의례 신윤복, 정선 등 익숙한 그림들이 다른 주제 속에 고스란하게 등장했는데.
    명나라 말기 청나라 초기라서 초상화 등장인물의 복색, 색상, 표현법이 생경하다.
    유명작들이 아니라서 시들할 수도 있겠지만 여느 전시와 다르게 신선함이 진하다.
    대중의 인기에 호응하듯 인기작가들의 작품들로 그간 전시들을 채웠다면 이번엔 다르다.

     

     

     

    명청 시대의 회화. 우리나라회화는 그 당시 추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명 청대 화가들과 추사 학파의 인연은 각별하였다고 한다.
    익숙치 않은 이름 중 하나인 "정섭"은 추사의 난초 그림에 영향을 준 화가라고도 한다.

    독특한 인물은 또 있다. 추사의 스승인 옹방강 선생의 초상이 있다. 추사가 사귄 주학년의 그림이다.
    그 밖에 청나라 문인화가 장경의 그림은 추사가 유배지에도 가져갔다고 할 만큼 귀히 여겼다고 하는 작품이다.

     

     

     

     

    * 사람들에게 약속하게 되는 간송 미술관

     

     

     

    간송미술관은 꼭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을 꼽아보게 만든다.

    몇 달 전의 언약이 섣부른 약속 같아도 다짐하듯 말하며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언질을 한다.

     

    최북의 '답설방우'와 같다. 그의 그림에는 흰 길 따라 눈이 내렸다고 벗을 찾는 이가 그려져 있다.
    찾을 사람이 있는 삶이 진짜 삶의 풍경이다. 이유는 이유일 뿐 보고 싶으니 이유를 만들어 찾는다.

     

    행여 거절치 마시기를 바라며 수연산방이라도, 길상사라도- 시절이 예쁘다는 이유를 들며 약속한다.
    혹여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 가지 못하면 다음 시절 기약한다. 다음 오월과 시월에는 함께 하자며 웃는다.

     

     

     

     

    지난 5월 전시에 병아리 만하던 간송 미술관의 흰 공작이 가을에 보니 벌써 어미만하다. 시간이 흐름을 느낀다.

     

    연중 두번 빼꼼히 문을 여는 곳이니 만남의 간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1년에 한두번 꼭 보았으면 하는 사람에게 언약한다.
    지난 사진들 속에 맺힌 사람들과의 간송을 기억한다.

     

    앞으로의 사진 속에 맺혀지길 바라는 사람들과 앞으로의 간송을 기대한다.

     

     

     

     

    * 간송미술관 전시일정 *

     

    * 일시 : 2012.10.14-2012.10.28 '명청(明淸)시대의 회화대전'
    * 전화 : 02-762-0442
    * 관람료 : 무료, 오전 10시-오후 6시 개관, 사진 촬영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97-1, 성북 초교 옆, 주차 불가 (4호선 한성대입구역 도보 15~20분)
    * 간송, 심우장, 길상사, 수연산방 등을 한번에 돌아도 좋다.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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