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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렉터 궁전, 안뜰에서 한밤의 심포니

    wAnderwoman wAnderwoman 2012.12.18

    카테고리

    유럽, 동유럽, 예술/문화

     


    RECTOR'S PALACE

    DUBROVNIK, CROATIA

     

    궁전 안뜰에 울려퍼지는 한밤의 심포니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나는 여행지에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구경에 시간을 쏟는 것을 아까워하는 편이다. 여행지에서까지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 몸으로 겪고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선호하는데, 그러한 취향은 예술 방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행지에서 현지의 '라이브 음악'을 항상 찾아다니곤 한다. 그래서 어느 여행지에서나 음악회, 재즈바, 클럽은 꼭 한 번이라도 가보고자 하는데, 그렇다고 하여 내가 결코 별난 음악 매니아인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오케스트라 티켓을 직접 구입하여 관람하기보다 초대권과 같은 공짜표가 생겨야만 찾아가보는 평범한 사람이니 말이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거리를 거닐다가 우연히 오케스트라 공연을 알리는 입간판을 보았다. 여행을 함께 하던 친구도 마침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터라 큰 관심을 보였기에, 우리는 티켓 오픈에 맞춰서 저녁을 먹다 말고 뛰어가 티켓을 구해올 수 있었다. 죽이 잘 맞는 동행과 여행할 수 있는 것도 꽤나 행운이다.

     

    프로그램은 단촐하다. 먼저 비교적 생소한 이름인 루카 소르코세비츠(Luca Sorkocevic).  18세기에 활약한 크로아티아 고전파 작곡가로서 그의 교향곡은 아직도 세계적으로 널리 연주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멘델스존과 모짜르트. 아는 이름들에 안심을 했다. 적어도 오케스트라를 코앞에 두고 졸음이 오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콘서트가 있을 곳은 렉터 궁전(Rector's Palace).

     

    두브로브니크의 수로와 분수를 건설한 오노프리오 데 라 카바(Onofrio de la Cava)가 건축한 곳이다. 필레 게이트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두브로브니크의 아이콘 분수대가 바로 이 건축가의 이름을 딴 것이다.

     

     

     

     

     

     

    고딕-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입구에 6개 기둥이 있고, 벽면으로는 돌로 단을 쌓아 벤치와 같은 역할을 하고있다. 이곳은 성직자(rector)가 선출되어 의회가 허락하기 전까지 한달 동안 머무르던 곳이라 한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안뜰에서는 클래식 공연이 열리고 있다.

     

     

     

     


     

     

    궁전의 뜰 중앙은 오케스트라가 차지하고, 마주하는 한쪽 벽면으로는 관객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2층에도 몇 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나름 공연장으로는 훌륭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매년 2월이 되면 제주 모 호텔에서 금난새와 세계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뮤직 아일 페스티발"이라는 실내악 콘서트를 개최하는데, 무대와 객석의 벽을 허물었던 참 인상깊었던 공연으로 기억하고 있다. 느낌은 비슷하지만 비교하자면 렉터 궁전의 콘서트가 연주자는 더 많고, 관객은 더 적은 셈이다. 심포니 오케스트라이지만 관객의 규모는 어디에서 본 적 없이 아담하고 오붓하다.

     

     

     

     

     

     

     

     

    시간이 다소 지난 지금, 좌석에 따라 티켓 금액 차이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순 없지만 당시에는 100쿠나, 우리 돈으로 2만원이 조금 안되는 금액으로 두번째 줄 좌석을 배정 받았다. 첫줄 좌석으로부터 연주자까지는 10미터가 채 안되는 거리다.

     

    무대랄 것도 없이 같은 높이의 바닥에서 연주자들과 관객들이 마주한다. 연주자들의 미세한 표정까지 음악이 되어 들려오고 관객도 또한 표정으로 피드백한다. 이들의 연주는 오래된 석벽을 타고 공명이 되어 작은 공간을 한껏 채운다.

     

     

     

     

     

     

    잠시 쉬는 시간, 연주자들의 자리에 그대로 펼쳐진 채 남겨진 악보를 보았다. '클래식 콘서트' 혹은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 말들이 주는 무언지 모를 '고급'스러운 듯한 이미지가 지금껏 우리에게 거리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했다면 테이프 붙여진 자국마저 오래된 이 악보는 마치 그 옛날 피아노학원 가방에 쳐박아둔 내 책을 보는 것 같아서 뭐랄까, 왠지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 소박하지만 우아하기 그지없는 공간을 마주하고 있으니 음악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고, 클래식도 평범하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소소한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찾아 보면 관객과 마주하는 작고 작은 공연들이 있을 것이다. 친숙하게 다가와서 졸음이 몰려오기 전에 끝나는.  (^^)

     

     

     

     

     

     

    공연이 끝난 후의 렉터궁전은 낮보다 더 멋져 보였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모짜르트의 선율을 흥얼거리며 차분한 한 밤의 두브로브니크를 걸었다. 오늘 저 곳의 안뜰에서는 또 다른 오케스트라가 울리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wAnderwoman

    없는 휴가 붙이고 붙여 세계 일주를 꿈꾸는 보통 직딩. 여행 결정은 충동적으로, 여행 준비는 다소 꼼꼼하게, 여행 수습은 다녀와서...! http://louiejung.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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