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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헌책방에서의 한끼 les-bouquinistes

    리즈 리즈 2013.01.01

    카테고리

    유럽, 서유럽, 음식

     

     


    파리, 여행을 맛보다.

    헌 책방에서의 한끼 Les Bouquinistes

     

     

     

     

     

    파리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한 끼 정도는 코스요리를 통해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맛보고 싶다고 생각하실텐데요. 가격도 워낙 천차만별이고 낯선 곳에서의 식사니 가이드북이나 블로그를 열심히 찾아보면서 신중하게 고르실 것 같네요. 저 역시 파리로 향하기 전에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며 열심히 찾았습니다. 스타터와 메인요리, 디저트, 마지막으로 와인 한 잔까지. 근사한 코스요리를 맛보고 싶은데 '진짜 맛집'을 찾으려니 막막하더라고요. 이왕이면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오늘 소개드리고 싶은 곳은 Les Bouquinistes(레 부키니스트:헌 책방) 입니다.

    원래는 미슐랭으로부터 별 세개쯤 받은 레스토랑엘 가고 싶었는데, 이미 검증된 곳이어서 그런지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특히 저녁에는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 하다가 미슐랭 별 세개 레스토랑의 '세컨드 레스토랑'을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세컨드 레스토랑은 유명한 쉐프가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그의 요리 세계를 공유하는 분점 같은 곳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분위기도 한결 가볍죠. 물론 세컨드 레스토랑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제가 선택한 레 부키니스트의 경우 31유로라는 매력적인 가격으로 런치 코스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레 부키니스트는 '기 사부아'의 세컨드 레스토랑입니다. 프랑스 농림부로부터 명예훈장을 받은데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쉐프 중 한 명이죠. 이 곳은 기 사부아가 만든 다섯 번째 레스토랑 입니다. 비록 메뉴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맛이 보증되어 있으니 요리사의 선택에 점심을 맡겨도 나쁘지 않겠죠? 메뉴는 찬찬히 소개하겠습니다. 때 마다 다르니, 지금 가시더라도 똑같은 메뉴를 맛보시긴 어려우시겠지만요.

     

     

     

     

     

    MENU

     

     

     

    이 날의 메뉴를 소개 합니다.

     

    OEuf mollet, choux fleur : 달걀과 송아지, 양배추

    Creme de patates douces mousse coco : 달콤한 코코넛 무스의 크림


    Merlu a plancha, risotto aux herves : 허브 리조또 위 생선(대구의 한 종류) 구이

    Rable de lapin, jus romarin, courgettes et pommes vapeur : 로즈마리를 곁들인 토끼의 등심, 호박과 감자


    saveur exotique : 열대지역의 풍미

    Profiteroles au chocolat :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고- 초콜릿을 바른 슈크림

     

    보통 런치를 메뉴가 두 개인데요. 주문을 받을 때 두 명 이상의 사람이 가면 두 가지 메뉴를 모두 즐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그러면 좋다고 하세요. 나눠 먹는 맛이 있으니까요.

     

     

     

     

     

    식전빵과 와인

     

     

     

    식전빵과 와인입니다.

     

    귀여운 이 식전빵은 담백한 맛이 좋고 꼬독꼬독 씹어먹는 식감이 좋습니다. 맛도 모양도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질리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빵들과는 다른 맛이 있지요. 빵 바구니가 비워지면 채워줍니다. "이 빵이 어디갔나요?" 하고 익살스럽게 물어봐서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요. (^^;)

     

    이 날 따라 화이트 와인이 당겨서 둘 다 화이트 와인을 마셨는데, 리뷰를 쓰는 지금도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한 잔씩 먹을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서버가 레드와 화이트를 각각 한 잔씩 마시지 않겠냐고 물어봤는데, 정말 토끼고기를 먹을 때는 레드 와인이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올리브 절임을 한 입 넣고 혀 위에 살살 굴려가며 마시는 와인은 맛이 그만이더군요. 특히 Merlu라는 생선을 먹을 때는 유난히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렸습니다.

     

     

     

     

     

    Menu 1.

     


    OEuf mollet, choux fleur : 달걀과 송아지, 양배추

     

    첫번째 에피타이저는 좀 특이하지만 제게는 꽤 인상적인 맛이었습니다. 잘게 썬양배추를 살짝 데쳐서 그 위에 반숙한 달걀을 얹고 말린 육포로 마무리한 요리였습니다. 위트있게 백후추를 뿌려주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간이 배지 않아 심심한 양배추와 계란을 짭잘한 육포와 함께 먹으니 예상과 달리 아주 밸런스가 좋았어요. 거기에 노른자를 터뜨려 살살 비벼 먹으니 또 맛이 다릅니다. 아삭한 것도 아니고 무른 것도 아닌 어중간한 양배추의 식감이 낯설긴 했지만 육포의 짠 맛이 감겨 나쁘지 않았어요. 물론 익숙하지는 않아서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인가 싶었는데, 먹다보니 조금씩 익숙해져서 비로소 이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겠더군요.

     

     

     

    Merlu a plancha, risotto aux herves : 허브 리조또 위 생선(대구의 한 종류) 구이

     

    이 날 맛 본 음식 중 단연 최고였네요. 크림에 푹 익혀서 나온 향긋한 리조또도 최고였고, 부드럽지만 살이 단단한 생선구이(Merlu)도 으뜸이었습니다. Merlu는 대구의 한 종류에요. '적당하게 익힌 생선 스테이크는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생선 특유의 기름이 좀 많아 보이지만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니 깔끔합니다. 또 리조또와 주변 야채의 식감이 아주 잘 어울렸어요. 백점 만점에 백점이예요!

     

     

     

    saveur exotique : 열대지역의 풍미

     

    불어를 전혀 못하는 관계로 단어들을 일일이 번역기나 사전을 참고 했는데, 이 메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말 고민스럽네요. 일단 '열대지역의 풍미'라는 뜻에 어울리게, 열대과일 위로 상큼한 셔벗을 올리고 귀여운 마카롱 반조각으로 마무리하는 디저트입니다. 이 안에는 코코넛 알갱이가 마치 밥알처럼 들어있어 몽글몽글하고 묘~한 식감이 있었지요. 과일 디저트야 워낙 많으니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 모양과 식감이 독특하여 뚜렷한 인상을 남긴 것이 이 디저트의 특징이자 장점이었습니다. 명성이라는 게 거저 얻어지는 건 아니죠.

     

     

     

     

     

    Menu 2.

     


    Creme de patates douces mousse coco : 달콤한 코코넛 무스의 크림


    이 날의 메뉴 중 또 다른 옵션을 소개하겠습니다. 에피타이저로 맛본 코코넛 무스 크림스프는 아주 부드럽고 달콤했어요. 묽은 스프 타입의 음식을 선호하는 제 취향에 딱 맞는 요리였습니다. 맛있는 에피타이저를 먹으면 다음 메인 요리들이 더욱 기대되는 법이지요.

     

     


    Rable de lapin, jus romarin, courgettes et pommes vapeur : 로즈마리를 곁들인 토끼의 등심, 호박과 감자

     

    저는 이 고기가 토끼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생김새가 닭이나 오리, 칠면조같은 새고기처럼 보였거든요. 게다가 중학교를 다니던 무렵, 어른들이 주셔서 맛봤던 토끼고기는 퍼석하고 특유의 누린내가 있어서 별로였는데, 이 메뉴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살짝 익힌 호박과 감자는 그 식감이 살아있었고, 재료 본연의 향과 맛을 잃지 않아서 고기와 함께 꼭꼭 씹어 먹으니 풍미가 가득했어요. 레드 와인과 잘 어울렸을텐데 아쉬웠지요.

     

     

     

    Profiteroles au chocolat :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고- 초콜릿을 바른 슈크림

     

    이 디저트가 나오는 순간 우리는 작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리가 꿈꿨던 근사한 디저트와 드디어 조우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까만 바닐라 빈이 콕콕 박힌 크림과 함께 슈만 왔어요. 두근두근 바라보고 있는데 서버가 다가오더니 동그란 주전자를 기울여 슈 위로 초콜릿을 마구마구 뿌리는 것 아니겠어요? 더 원하냐면서요!

     

    잘 먹으라는 마지막 인사를 듣고 우리는 디저트에 몰입했습니다. 적당히 달달한 초콜릿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뒤섞여 얼마나 부드럽고 달콤하던지!

     

     

     

     

     

    BILLS

     

     

    가격 참고하세요. 31유로의 런치세트를 멋지게 즐길 수 있었던 레 부키니스트. 유럽이 처음이었던 터라 팁 문화가 낯선 우리로선 고민할 수 밖에 없었는데 따로 서비스 차지가 부과되기 때문에 굳이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점이 편리했어요. 대부분의 영국과 프랑스 식당은 서비스 차지를 따로 받는 것 같아요.

     

    그 밖에도, 깔끔하고 친절한 서비스가 장점인 곳이었습니다. 다국적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를 하는데, 기본은 영어지만 다양한 나라의 간단한 인삿말들을 위트있게 던지는 식이었어요. 우리가 한국인임을 단 번에 알아본 우리의 서버는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를 꽤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신나는 일이었어요.

     

     

     

     

     

    PONT-NEUF

     

     

     

    Les Bouquinistes의 위치가 퐁네프 다리 옆이라는 이야기를 했던가요? 줄리엣 비노쉬가 아름다웠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다리 위를 수많은 연인들이 지났을 겁니다. 이제는 '연인들을 위한 다리'처럼 상징적인 공간으로 거듭났지만, 사실 아무 영감없이 이 다리 위에 선다면 그냥 다리에 불과해요. 저 역시 처음 이 다리를 보았을 때는 춥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그제야 배도 부르겠다 쉬기도 했겠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이 아름다운 세느 강과 퐁네프 다리를 감상할 수 있었지요.

     

     

     

     

     

     

    아름다운 다리를 지나 지하철로 들어왔습니다. 이 식사를 마지막으로 파리를 떠나 영국으로 향했는데, 그 파리의 마지막이 차분하고 위트있는 프렌치 요리라는 점이 지금 생각해봐도 참 다행입니다. 레 부키니스트에서 이 지하철로 걸어오는 퐁네프 다리가 아주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러니 찾아가는 길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퐁네프 다리 건너 편에 바로 이 식당이 보이거든요. '헌 책방'이라는 이름만큼 허름하지는 않지만 고풍스럽고 단정한 식당 하나가 보이신다면 아마도 그 곳이 레 부키니스트 일 것 같네요.

     

     

     

     

    Les Bouquinistes 정보


    주소 : 53 Quai des Grands Augustins, 75006 Paris

    전화 : +33 1 43 25 45 94

    오픈 정보 : 점심 12시~14시 30분, 저녁 19시~23시(금.토는 19시~11시 30분)

    토.일요일 점심, 12/25은 휴무

    홈페이지 : http://www.lesbouquinistes.com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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