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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평에서 만난 우동, 한 그릇의 미학

    어보브블루 어보브블루 2013.01.06

    카테고리

    한국, 경기, 음식

     

     

     

    겨울, 양평에서 만난 일본식 우동

    한 그릇의 미학 '사각하늘'

     

     

     

     


    우동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 아닐까.

    걸을 때 마다 삐그덕삐그덕 나무가 울리는 전통 가옥. 일본인 주인 아저씨가 직접 고재나무를 다듬어 만들었다는 앉은뱅이 테이블. 창 밖의 눈 내린 풍경. '우동 한 그릇'에겐 다소 호사스러운 풍경 아닌가 하겠지만, 이 곳 양평의 '사각하늘'의 우동 한 그릇은 그 만큼 근사하다.

     

     

     

     

     

     

     

     

    들어서자마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들려오는 바이올린 선율이 너무나 생생하였는데, 알고보니 일본의 클래식 방송을 인터넷으로 틀어둔 것이었다. 한옥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일본 전통 가옥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게다가, 나무 테이블마다 소담스런 꽃과 함께 주인 아주머니께서 내어주시는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이니 바깥의 추위는 사라지고 그저 아늑함만이 남는다.

     

     

     

     

     

     

     

     

    나무로 지어져 더욱 다정다감한 분위기의 이 일본식 가옥은 가운에 네모난 중정(中庭)을 두고 사각형으로 둘러 지어진 구조. 그렇기에 사각형으로 뚫린 하늘 아래, 가느다란 댓잎 위로 하얀 눈이 쌓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왜 가게 이름이 '사각하늘'인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집과 대나무와 눈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니,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그리고 중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에는 커다란 질화로가 놓여있었는데, 삼발이 위에 화로를 올려 찻물을 끓이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대로 투닥투닥 소리를 내는 곁불에 고구마 하나 던져두면 겨울의 즐거움이 따로 없을텐데. 상상만으로도 훈기가 돈다. 작은 뜰 안에 쌓이는 눈조차 포근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시리도록 차가울 바깥 공기는 까맣게 잊은 채 이 노곤노곤함을 만끽하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요리를 하기 때문에 주문 후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긴 편이다. 하지만 정성을 다해서 내어주시는 만큼 나오는 반찬 모두가 맛깔스럽다. 푸짐하고 풍성한 상은 아니지만 일본 특유의 정갈함에 유순하고 슴슴한 음식맛이 더해져 건강한 느낌이다. 깻잎과 가지, 호박고구마, 일본식 새우 튀김은 갓 튀겨내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얇은 튀김옷과 함께 탱글탱글한 새우 덕분에 나도 모르게 '맛있다'를 연발하게 된다. 들깨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도 상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별미였던 것은 콩가루와 들깨를 묻혀 나온 연근. 소박한 겉모습과는 달리 씹을 때 마다 서걱거리면서도 쫀득한 연근 특유의 식감과 함께 고소함이 입 안에 퍼진다. 의외의 별미였던지라 사진도 못남긴 것이 아쉽다.

     


     


     

     

     

     

    이 집 우동은 뜨거운 육수에 고추냉이와 파, 마늘을 조금 넣고 우동면을 그 국물에 면을 찍어먹는 '쯔케우동'인데, 후루룩~하고 넘기면 탱글! 하고 쫀득한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특히 우동을 담가 먹는 육수에는 유자향과 맛이 살짝 나는데 내가 이 집 우동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동을 다 먹었는데, 입 안에는 유자향이 맴돌다니!

     

     

     

     

     

     

     

    따뜻한 우동 한 그릇에 오니기리 한 덩이, 잣 세개 동동 띄운 수정과 한 잔까지 마시고나니 힘이 난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기에 딱 맞는 음식이었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손모아 빈다.

    _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정희재

     

     


     

     

     

     

    사 각 하 늘


    * 주소 :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512-3

    * 전화번호 : 031-774-3670

    * 화요일은 휴무

    - 우동정식 1인당, 15,000원

    전화로 미리 예약 하고 방문하시는것이 좋습니다.

     

     


     

     

    어보브블루

    겁 많은 여자가 듬직한 남자를 만나 여행하며 사는 삶, 유목민이 되고 싶은 한량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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