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계곡 속 하얀 눈 덮인 숙박마을을 걷다.
후쿠시마 '눈의 마을' 오우치쥬쿠
▲ 오우치쥬쿠 마을로 들어가는 길
오우치쥬쿠의 첫 인상은 '우리나라의 낙안읍성 같다.' 였습니다. 뽀얗게 눈 내린 둥근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양이 닮았기 때문일까요? 순천의 '낙안읍성'은 저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손꼽다보니, 닮은 듯 다른 오우치쥬쿠의 분위기가 금세 마음에 들더군요.
▲ 순천 낙안읍성의 모습
▲ 일본 후쿠시마 오우치쥬쿠 전경
둘을 비교하자면 순천 낙안읍성이 규모 면에서는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순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200 평방미터에 300 여 채의 민가가 들어서 있으니 말이에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순천의 낙안읍성은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형태를 띠고 있는 것에 비해, 후쿠시마의 오우치쥬쿠는 450m로 쭉 이어진 직선 도로 양 옆으로 집이 들어서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은 고요한 마을이지만, 이 길 한 가운데로 말을 탄 무사들이 지나가면 집 밖으로 나와 맞이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요.
▲ 일본 오우치쥬쿠 -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의 개구리상에는 기원의 의미를 담은 동전이 가득!
오오치쥬쿠의 겨울은 함박눈이 지붕 위로 포근히 내려앉은 모습이 계곡의 설경과 어우러져 참 아름다웠습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마을'같은 느낌도 들더군요.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자국을 옮기며 마을로 들어서 봅니다.
풍수지리학 에서 운이 길한 지형으로 꼽는 것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배산임수(背山臨水)가 아닐까 하는데요. 등 뒤에 산을 지고, 앞에는 물을 두른 지형을 일컫지요. 산은 추운 바람을 막아줄 뿐 아니라 땔감과 목재를 얻을 수 있고, 물은 농사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텐데요, 오오치쥬쿠 역시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의 마을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뒤의 산에 오르면 마을 전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지요.
초가 지붕 아래로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려있습니다. 겨울이 아니면 보기 힘든 광경이지요. 거기에 곶감을 널어놓은 모습이 한국과 닮았네요. (^^) 오오치쥬쿠의 초가 지붕은 한국처럼 풀에 풀을 엮어 단단히 묶어놓은 모습입니다.
▲ 생생한 색깔이 일품인 후쿠시마의 특산물 '칠기'
기념품 가게에서는 각 종 전통물건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는데, 털실로 엮어놓은 짚신과 후쿠시마 특산물이라는 칠기, 따끈따끈한 주전부리인 '당고' 등이 눈에 띄었어요. 길 양 옆의 수로에서는 눈 녹은 물이 졸졸졸 맑게 흐르고 있어 마을의 서정적 정취를 더욱 높이고 있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이야기가 담긴 여행지, 전통이 가득한 소중한 여행지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http://www.songss.kr @song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