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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마지막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 연탄봉사

    박성빈 박성빈 2013.01.17

    카테고리

    한국, 서울, 에피소드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


    매서운 바람이 쿡쿡 찌르고 하얀 눈이 내리는 계절 겨울. 어떤 이에게는 낭만적인 계절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외롭고 쓸쓸한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이 오면. 평소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던 뉴스 속 삶에,유난히  마음이 기울면서 얕은 동정조차 금세 잊어버리던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취미로만 좋아하던 사진을 어느새 일로 삼게 되면서, 평소 관심을 두지않던 풍경과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게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동안 소외된 이웃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었는데,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사진에 담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음과 몸이 동(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서울에서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하는 곳. 연탄을 때는 600가구의 어르신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곳.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에 다녀왔다.












    중계동 백사마을을 가려면 상계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야한다. 1142번 버스를 타고 종착역을 향하는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서울과는 다른, 아니 외면하려 했던 풍경을 맞이하게된다. 종착역에 내리면 낮은 지붕에 오래된 집들이 언덕을 따라 종기종기 모여있는 백사마을이 나타난다. 처음 맞이한 가게에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뻥튀기, 카라멜등이 정겹게 놓여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것 같은 오래된 집과 옛 영화에서나 보던 간판의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내려앉아있다. 양철 굴뚝으로 새어나오는 매캐한 연탄가스가 숨을 쉴 때 마다 야릿하게 폐부로 스며들어온다.












    중계동 백사마을은 노원구 중계동의 104번지.


    소위 번지수를 따서 백사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1970년대 서울시 재개발 정책의 그늘을 그대로 떠앉고 있는 마을이다. 1967년부터 재개발 정책으로 정부의 강제이주정책이 실행되었고, 용산, 청계천 등의 판자촌에 살던사람들이 이주해왔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건 30평 남짓한 천막이 전부, 그나마도 네집이 분필로 선을 그어 살아가도록 했다. 그렇게 8평으로 시작된 백사마을은 사람들이 이사하고 떠나가면서 집을 합치고 개조해서 20평 남짓한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금의 달동네가 생겨났다. 원래부터 하나로 지어진 집이 아니기 때문에 울툴불퉁 못났지만 이곳 사람들의 애환과 땀이 담겨있는 소중한 집이다.














    중계동 백사마을에는 '서울 연탄 은행'이 있다. 추운 겨울을 연탄 몇장으로 견뎌내야하는 우리 이웃들에게 500원으로 사랑을 전하고있는 봉사단체다. 연탄은행 대표님은 단호하고 절실하게 메세지를 전해주셨다.


    " 연탄은행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연탄은행은 전국의 연탄소비 가구 가운데 특히 연탄을 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빈곤층을 위해서 무료 집수리, 연탄 보일러 교체, 사랑의 연탄나눔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얼마나 많은 연탄봉사가 이루어지나요?"

    "밤 8시에도.. 해가 질때고.. 주말에도 쉬지 않습니다. 연탄을 필요로 하는 가정은 작은 추위에도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겨울에는 거의 쉬지 않고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 이곳 중계동 뿐만 아니라 서울의 다른 지역도 하고 있나요?"

    " 그렇죠. 중계동이 중심이 되어서 사랑의 불씨가 서울 전역 경기도 외각 심지어 울릉도, 제주도까지 연탄봉사를 지원합니다."


    "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 서울연탄은행 으로 전화주시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문제는 연탄사용 가구가 주거공간이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연탄을 많이 드리고 싶어도 한번에 1000장을 못드려요. 많이 쌓아봤자 2~300장 이니까. 한 달 한 달 살아갈수 있게끔 드리는것이 중요합니다.연탄을 살수 있는 돈을 모금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연탄을 배달할 발이 되어줄 여러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더 간절합니다."














    수명을 다하고 골목에 버려진 연탄에서 새어나오는 매캐한 연탄가스에 목이 멘다. 검은 몸뚱아리를 벌겋게 불살라 수명을 다하고 버려진 연탄이지만 밥을 짓고, 세숫물을 데우고, 아랫목을 달궈준 고마운 연탄불이었겠지. 나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을까.






















    추운 겨울이되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연탄을 소비하는곳.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곳.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마음이 부족해서다. 마음만 있다면 누구라도 따뜻한 마음을 나눌수 있다.














    세월이 흘러, 그 옛날 이웃끼리 부대끼며 정을 나누고 살았던 작은 천막이 사라지고 좁고 허름하지만 보금자리를 갖게 되었다. 못살고 힘들었지만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로 활기넘치던 백사마을은 매정한 세월만큼이나 고요하기만 하다. 마을 군데군데 비어진 집과 버려진 물건들을 달동네의 낭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쓸쓸하다.










    북적이던 슈퍼는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재개발을 기다리다가 안되니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떠나고 갈 곳을 잃어버린 어르신들만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골목을 헤매다 기분좋은 벽화를 만났다. 봄이 되면 더 많은 집에 형형색색의 그림들로 채워지겠지.

    어르신들의 마음에 희망이 함께 채워지기를 기원해본다.
















    오르고 또 올라 백사마을의 정상까지 내달려본다. 마을의 정상에 마을을 훤히 내려다볼수 있는곳에는 작은 평상을 만들어두었다. 백사마을의 스카이라운지다. 서울 시내가 훤히 내다보이는 방향으로는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 때문에 전망을 보기가 힘들다. 조망권은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있는걸까?












    백사마을의 어르신들은 하루종일 보물을 주으러 다닌다. 버려진 페지, 나무, 가전제품 등등.. 버려진 물건들이 백사마을 어르신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아랑곳 하지않고 나무위에 하얀 무말랭이꽃이 피었다. 잘 말린 무말랭이에 매콤한 양념을 해서 나눠먹는 어르신들의 정겨운 밥상이 떠올라 작은 웃음이 난다.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이주해와 40년이 넘게 재개발 하나에 희망을 품고 지내온 백사마을 사람들. 오래되고 낡은 집에서 매캐한 연탄가스를 맡으며 수많은 겨울을 버텨온 백사마을 사람들은 이제 절반정도만 남아있다. 집앞에 버려진 살림살이가 쌓여가고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서울에서 가장 많은 연탄을 소비하는 곳. 캔커피 하나값도 안되는 500원으로 희망을 전할 수 있는 곳.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연탄 한장이면 누구나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하차, 1142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 하차.

    * 서울연탄은행 : 02)  934-4933

     




    박성빈

    카메라 하나 매고 세계를 방황하는 여행사진작가. 여행작가이기도 하며, 여행을 주제로 매달 한 곡씩 노래를 발표하는 인디 프로젝트 그룹 'Tourist'의 멤버이기도 하다. 저서 유럽포토에세이 '그리우면 떠나라'(랜덤하우스코리아) , 'Enjoy 베트남'(넥서스 북) 등 다수. '여행에서 남는것은 사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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