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여리고 : 그 곳에도 삶은 존재한다.

    지란지교 지란지교 2013.01.21

     

     

    그 곳에도 삶은 존재한다.

    여리고 Jericho, Palestine

     

     

    거창한 무언가가 없어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곳이 있다. 내게는 팔레스타인의 여리고(Jericho) 가 그러하다. 화려한 볼거리나 즐길거리 등은 없지만, 평범한 그 곳이 마음 한 켠을 채우고 있다. 아마,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한편, 작년 연말 들려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하, 이-팔)의 전쟁 소식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헀다. 그 곳 사람들의 순박한 눈동자가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물론 여리고는 분쟁의 핵인 '가자(Gaza)지구'와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가난하고 힘 없는  대다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간접적인 피해라도 입기 마련이다. 현재는 이-팔간 휴전 중이고, '여리고'는 여행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 동안 고이 접어놓은 여리고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여리고 (Jericho).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약 40여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2만여명의 아랍인들이 모여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령 도시.  이 곳은 해발보다 아래로  260m에 위치한,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기도 하다. 덕분에 여리고를 들어섰을 때의 첫 느낌은 후덥지근함. 방문 당시가 겨울이었지만 춥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시골 '읍내'에 해당될 여리고의 중심지는 다소 낙후하여 암울한 느낌마저 들었다.

     

     

     

     

     

     

     

    도로 위는 이렇다할 차선도, 교통 신호도 없이 엉켜있다. 이곳 사람들이야  문제없이 잘 다니지만, 이방인인 우리 일행은 적잖이 진땀을 뺐다. 그렇지 않아도 여리고 입구의 무장한 군인들 때문에 살짝 긴장한 터였다. 건물에는 간간히 불에 탄 흔적이 남아있었고, 벽에 휘갈겨진 뜻 모를 낙서들은 CNN 뉴스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위축되어 겁을 먹기도 하고, 괜히 온 것은 아닐지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소심한 마음은 정확히 10분이 지나고 완벽히 무장해제 되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이방인들의 방문에 뜨거운 눈길과 호기심어린 인사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수줍은 미소, 장난끼많은 청년의 인사,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는 이들의 일상에 나의 마음을 눈 녹듯 녹아내렸다. 심지어 시간이 갈 수록 떠나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으니.

     

     

     

     

     

     

     

    팔레스타인인(아랍인)은 낯선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이 참 많다. 구경을 하러 온 우리가, 오히려 그들에게 구경을 당하기도 한다.  여리고 읍내의 외곽 지역, 그 곳으로 마실나온 동네 처녀들이 우리를 보자 먼저 말을 건다. 특히 그녀들은 우리의 남자 일행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는데 (^^)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웃었다. 별 것 아닌데도 꺄르르 웃어대는 이들의 순수함에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어딜가나 아이들의 눈빛은 맑고 예쁘다. 나 역시 한 사람의 엄마이기 때문일가. 나는 사진 속 이 아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산책나온 여리고 처자들의 조카인데, 당시 100일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두 팔에 이 아이를 안으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낯선 사람이 안았는데도 울지 않았던 순둥이의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다. 고운 눈망울이 다치지 않고 잘 자라게 해달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어쭙잖은 동정은 결코 아니었다. 이 아이나 대한민국의  내 아이나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소중한 인간이니까.

     

     

     

     

     

     

     

    여리고에서의 추억 중 잊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달고 진한 '석류'의 맛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귀하디 귀한 석류 100% 원액. 이 곳에서 한 잔에 단돈 1달러로 배불리 마실수 있었다.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석류를 압축기에 넣어 짜준다. 컵에 가득 달라니까, 걱정하지말라고 너스레를 떠셨던 아저씨 생각에 웃음이 난다. 사막이 키워낸 덕분일까, 얼마나 시원하고 달았던지.  여행자의 갈증을 한 번에 해갈해준다. 그 때를 떠올리니, 지금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

     

     

     

     

     

     

     

    삭개오의 나무  Tree of Zacchaeus


     

     

    솔직히 고백하자면, 팔레스타인의 여리고는 여행지로서 그렇게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소수의 여행자들이 이 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구약에 나오는 '고대 여리고 성읍'과 신약에 나오는 '삭개오의 나무'를 보기 위해서다. 위 사진 속 나무가 바로 그 '삭개오의 나무'인데, 신약의 누가복음에서 등장한다. 키작은 세금 징수 직원이었던 '삭개오'가 예수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올라간 나무라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뽕나무'로 알려져있지만, 원래는 '돌무화과 나무' 이다. 번역 가운데 생긴 오류랄까.

     

     

     

     

     

     

     

    텔 여리고 Tell es-Sultan (Old Jericho)


     

     

     

    여리고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곳은 기원전 약 8천년에 세워진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할 수도 있다. 구약성경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명령으로 성읍을 돌아 성을 무너뜨렸다는 내용의 배경이 되는 장소이다.

     

     

     

     

     

     

     

    유대광야 Judan Desert


     

     

     

    이스라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지방은 대부분이 '광야'의 땅이다. 여리고 근방에도 이러한 척박하지만 장엄한 유대광야가 펼쳐져 있다. 땅과 하늘 외에 아무것도 존재 하지 않는 광야. 나의 자글자글한 생각조차 부질 없어진다. 그 어떤 소리도 귓가를 괴롭히지 않는다. 가끔씩 지나가는 바람의 숨결만이 귀를 간지럽힐 뿐이다. 태초의 땅이 이러했으리라.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이 있는 나라에는, 이렇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의 땅도 존재하고 있었다.

     

     


    * INFO

    자유여행시, 여리고 가는 방법!

    사실,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버스는 없다.

    방법1. 승용차를 '렌트'를 해서 간다.

    방법2. 예루살렘에서 '셰루트(Sherute)'라는 일종의 택시같은 '벤'을 타고 간다.

     

     

     

     

     

    * Bonus!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지역적 이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우리나라의 남한-북한처럼 딱 분리되는 지역이 아니다. 얽혀있다고 해야할까? 지도 속 분홍색 부분은 이스라엘 지역이고, 노란색 부분은 팔레스타인 지역인데 어떤 도시는 동시에 속해있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지도에서 왼쪽, 즉 지중해와 이집트에 접한 '가자(Gaza) 지구'가 가장 말 많고 탈 많은 주요 분쟁 지역이다. 대부분 이스라엘로부터의 일방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요르단과 접해있는 동쪽의 노란 지역은 팔레스타인령인 웨스트뱅크(West Bank) 지역으로, '여리고'를 비롯하여 '베들레헴' '헤브론' 등 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도시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전에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속해 있는 자치구였지만, 작년에 있었던 이-팔 분쟁 이후 UN으로부터 '독립 국가'로서 사실상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이라고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 남한과 북한같이 두 지역을 왕래 못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여행객들은 '보안검색'에 협조만 잘하면, 두 지역을 오가는데 무리가  없다. 관광,  특히 성지순례 사업은 이 두 나라의 무시 못 할 수입원이다. 고로, 여행자들에게는 매우 관대하며 특별히 해를 끼치지 않는다. 단, '가자'지구는 피할 것. 이 일대는 우리나라 외교통상부에서 여행경보 3단계 즉, 여행 제한지역으로 정하고 있는 곳이다.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같이 보기 좋은 글

    중동의 인기글

    지란지교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