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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유도로 떠나는 자전거 여행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01.28

    카테고리

    한국, 전라, 액티비티, 겨울

     


    감자 : 오이, 자전거 타러 가자.

    오이 : 진짜? 눈이 안녹아서 미끄러 질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어디로 갈까?

    감자 : 나, 바다를 보며 자전거를 타야겠어.

    오이 : 헉... 바닷바람에 얼굴 동상걸리겠다. (T_T)

    감자 : 남쪽은 좀 덜 춥지 않을까? 눈도 녹았을꺼야. 남쪽으로 가자.

     

     

     

    그렇게 떠났다.

    겨울 자전거 여행, 군산 선유도

     

    우리는 별 고민없이 군산 선유도로 향했다. 참 단순한 이유였다. 오직 '덜 추울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남쪽을 향했고, 한 번 가봤기에 '길을 안다'는 이유로 군산을 정했으며, 군산에서도 '안가본 곳'을 가보고 싶다며 선유도를 골랐다. 자전거 하나 타려고 너무 멀리가나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여행을 떠날 '명분'이라는 것은 이리 단순하게도 생기는 법이다! 룰루랄라~ 그렇게 매섭고, 얄밉던 겨울 바람도 여행길에서는 그저 상쾌하기만 할 뿐. (^^)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날씨가 살짝 애매하다. 해가 떴다, 비가 왔다, 구름이 끼었다, 바람이 불었다-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할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던 야속한 하늘. 비가 내리면 자전거는 고사하고 선유도로 가는 배가 뜰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에, 군산으로 향하던 길 '결항문자'가 날아오진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 뿐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군산 새만금 유람선 선착장. 다행히 배는 결항되지 않았다.

     

     

     

    볼 때 마다 그 규모에 새삼 놀라게 되는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 군산 유람선 선착장 도착했을 무렵, 천만다행히도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오예!'를 외치며 오이군과 발랄하게 선착장으로~

     

    유람선은 군도 주변을 유람하는 A코스, 군도를 둘러보고,선유도에 1시간 머무를 수 있는 B코스, 군도유람+선유도에 4시간 머무르는 C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너무 늦지 않게 서울로 돌아오려고 B코스를 예약했다. 여름에 왔을 때는 너무 더워서 즐기고 있는 건지 괴로워 하는 건지 알수 없는 표정으로 늘어져 있던 오이군이 오늘은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평소에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데 웬일인지 본인의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 모습! 게다가 콧노래까지 흥얼흥얼~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선착장은 활기가 넘치던 여름과 달리 겨울바다 특유의 쓸쓸함이 감돌고 있었다. 고즈넉하면서도 쓸쓸한 이 느낌. 바로 겨울바다의 매력 아니겠는가. 관광객에게 시달리지 않고 넓은 바다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드디어 빨강, 파랑, 노랑 알록달록한  유람선이 경쾌한 기적소리를 울리며 출발했다.

     

     

     

    고군산도, 섬 사이로 빛나는 햇살의 유희

     

     

    고군산도 유람이 시작되니 구름에 가려져 있던 해가 바다 위로 싱그럽게 빛나기 시작했다. 배 가장자리에 앉아 상쾌한 바람과 기분 좋은 바다내음을 만끽하던 우리의 발등 위로 햇살이 떨어진다. 역시오길 잘했다. 찌뿌둥한 날씨에 망설였는데....

    여행은, 미루면 안된다. 내가 떠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이 '여행을 떠나기에 최고의 순간'인 것이다. 떠나서 무엇을 보게 되든지, 내가 가고 싶다고 느낀 그 순간에는 마음이 활짝 열려 모든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소중히 느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령 비가 주룩주룩 온다 하더라도, 내가 떠나고 싶었던 그 날의 비는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여건이 되는 때를 기다린답시고, 차일피일 미루면 못 떠나기가 십상이고, 떠난다 하더라도 처음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그 순간의 이유와 설렘은 대부분 이미 사라져 있다. 게다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떠난 여행에서 맞닥뜨린 비는 준비한 보람도 없이 여행을 망치는 얄미운 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섬 주변은 모두 김 양식장으로 하얀 공들이 푸른 바다에 점점이 떠 있어 특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경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새만큼과 함께 멋드러진 풍경을 보여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진짜 군산 비행장을 이용한 경비행기 투어가 있다는 것 아닌가. 음.... 또 한가지, 할 일이 늘어버렸다.

     

     

     

    길게 늘어진 섬 한가운데, 마치 문같이 생긴 동굴이 있어 사진을 찍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유람선 선장님께서 이곳이 선유도 남문이라며 설명을 해 주신다. 이곳에서는 카약 투어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섬사이를 항해하고, 동굴 아래를 지나보면 섬이 더 신비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혹시나 찾아봤더니 아쉽게도 그런 투어는 없는 모양이다. (^^;)

     

     

     

    선유도의 인어 등대. 이곳도 사이렌의 전설처럼 고운 노랫소리에 홀려 가까이 다가가면 소용돌이에 휘말려 침몰하나 싶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다.

     

     

     

    이 섬은, 보는 순간 감자양을 앗! 하게 만들었는데 선장님의 설명도 없고, 오이군도 호응을 해주지 않는다. 겟어바웃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진 속의 저 섬, 마치 코끼리가 코를 앞으로 주욱 늘어뜨리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오이군, 안그래? 응? 응?

    침묵하는 오이군.

     

     

     

    남국에서의 자전거 여행

     

     

    드디어 선유도에 도착. 배에서 내리니 이런 귀여운 투어 카트가 올망졸망 모여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단체로 이용할 경우 인당 오천원이고, 카트 한 대를 대여하면 한시간에 3-5만원 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자전거, 자전거! 정신을 집중하고 섬에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 대여소를 향했다.

     

     

     

    대여소로 가는 중에 신기한 선착장이 눈에 띄었다. 마치 SF 영화처럼 길이 물속으로 나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예술작품처럼 일부러 길을 이리 만들었나싶어 어떻게 건너가야할까 잠시 고민해 보았으나, 가만히 보니 여름의 태풍으로 길이 뒤틀린 듯 했다.

     

     

     

    배에서 내려 마을쪽으로 이백미터쯤 걸으면 이렇게 스쿠터와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자전거는 일인용과 탠덤(2인용 자전거)이 있는데,  우리는 각자의 개성이 강해 탠덤을 타면 중간에 의 상할 확률이 다분한 관계로 각자 한대씩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대여료는 시간당 삼천원, 하루종일 빌리면 만원이라고 한다.

     

     

     

    아아~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자전거 투어가 시작됐다. 내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버스와 배에서 풀려나, 가고 싶은 곳으로 맘껏 갈 수 있게 되니 마음도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섬 이곳 저곳을 뛰놀기 시작했다. 기대한 대로 바닷가임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서울보다 포근했다. 아니면 기분이 좋아져서 모든것이 부드럽게 느껴졌을까? 사진찍느라 지체하는 동안 오이군의 뒷모습은 이미 점이 되었다.


    자기야 같이가~ 로맨스 몰라, 로맨스?

    겨울이라 시들어버린 야채밭 사이를 감자와 오이가 신나게 달린다. (^^)

     

     

     

     

    지금 내가 섬 위에 있는것인지, 바다 위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탁 트인 길 위를 달려본다. 두 봉우리가 우뚝 솟은 망주봉은 나른하게 햇살을 쪼이고 있는 고양이의 귀 같아 보인다. 이번엔 오이군도 동의! (^^)

     

     

     

     

     

     

    섬에 있는 내내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바닷가를 따라 평평하게 난 기분좋은 길은 몇 시간을 달려 이곳까지 내려온 것이 가치있는 일이었다고 속삭이는 듯 했다. 오르막 길이라고는 바로 위 사진의 작은 언덕이 전부! 자전거를 타기에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은 선유 팔경의 하나인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다. 지금은 물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물이 빠지면 유리알 같은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친다고 한다. 남국의 해변에서 보던 야자수 잎 파라솔까지 설치되어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 이번 여름에는 1박2일로 휴가를 와서 자전거로 섬 구석 구석을 둘러보고, 해변에서 해수욕까지 하면 좋을 듯 하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이곳을 가득 메울테지만 말이다.

     

     

     

    섬에는 수도물이 아니라 해수를 담수로 정화해서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작년 여름, 여수 엑스포에서 해수담수화시설을 이용해 정수한 물을 맛본적이 있었는데,  깨끗하고 달콤한 물맛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 기술로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도 담수를 공급하고 있다하니, 인류가 개발해 낸 기술 중 전기의 이용 만큼이나 위대한 기술이 아닌가 싶다. 어서 더 많은 담수화 시설이 아프리카 곳곳에 생겨 더 이상 그들이 자연환경 때문에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유도는 해수욕장을 사이로 두고 두 쪽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우리는 위 지도에서 오른쪽 아래의 선유도 선착장에서부터 해변을 따라 명사십리(선유도 해수욕장)를 지나 장자대교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사진도 마음껏 찍고, 여유롭게 구경하다보면 왕복 한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여유가 되면 섬들이 모두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 중 몇 곳을 둘러봐도 좋겠다. 60년전 까지만 해도 천혜의 요새인 항구 덕분에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피하기 좋은 장자도가 이곳에서 가장 풍요로운 섬이었다고 한다. 선유 팔경중 하나인 장자어화는 장자도가 풍요롭던 시절 섬 주변에서 밤에 불을 켜고 고기잡이를 하던 모습을 일컫는다고 하는데, 이제는 볼 수 없어서 아쉽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오이군이 보이질 않는다! 전화를 했더니 "걱정말고 계속 가"라는 말 뿐. 나는 중간중간 사진을 찍느라 전진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뒤쳐진 것이라면 금방 따라잡으리라 믿었는데 5분이 넘어도 나타나질 않는다. 잠시 멈춰서서 오이군을 기다리는 사이 하늘에 V자를 그리며 지나가는 아름다운 기러기 떼가 나타났다. 다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기다리는데도 오이군은 깜깜 무소식.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더니 다급하게 끊으라는 오이군의 목소리. "배터리~!" 하더니 전화가 끊어졌다. 어리둥절 하고 있으려니 다행히 순식간에 나타난 오이군. 사라졌던 이유가 황당하다.

     

    멋진 풍경이 나타나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져 아쉬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길가 전신주에 (이유는 모르겠으나) 전선과 플러그가 밖으로 나와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오이군은 길에 멈춰서서 급히 휴대폰 충전을 시작했다. 5분 뒤, 사진 한장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려는 순간 감자양이 전화를 한 것이다. 설명하자니 5분 밖에 충전하지 못한 배터리가 다시 방전될 것 같았기에 급히 끊으라고 했다는 것. 그러나 내가 전화를 빨리 끊어주지 않아서 인터넷은 고사하고 사진 한 장 못건지고 배터리가 전부 소진되었다고... 이렇게 말하며 나를 째려보는 오이군.

     

    그런데 내 스마트폰 배터리는 90% 넘게 채워져 있었고, 내 카메라는 찍어서 바로 사진을 옮길 수 있는 와이파이 장착형이었는데... 굳이 왜 길에서 본인의 전화기를 충전한 것인지~ 오이군의 의도는 미스테리지만 어쨌든 미안, 오이군. (^^;)

     

     

     

    선유도의 노을

     

     

    돌아오는 길, 구름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다보니 하늘을 가득 채우는 구름의 모양조차 웅장하게 느껴진다. 서울에서는 잊고 살았던, 넓은 하늘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선유도의 노을은, 우리가 떠나는 순간까지 환송해주었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충전한 우리는 하얀 파도를 힘차게 뿜으며 기분좋게 서울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선유도의 겨울 자전거 여행. 그 여운이 오래 가슴에 남는다.

     

     

     

     

    * Information

     

    - 군산 정보 : http://tour.gunsan.go.kr

    - 선유도 정보 : http://www.sunyoudo.com

    새만금 유람선 : Tel. 063-464-1919 / http://www.ariul-tour.com

    군산 유람선 : Tel. 063-442-8845, 2788

    월명유람선 : Tel. 063-445-5735 / http://www.wmmarine.com/

     

    각 회사별로 계절마다 운항시간이 다르므로, 미리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확인해서 가자.

    선권은 온라인으로 예매가 가능하다. 가격은 회사마다 동일.

     

    - A코스 고군산도 유람, 15,000원

    - B코스 고군산도 유람+선유도 1시간, 20,000원

    - C코스 고군산도 유람+선유도 4시간, 30,000원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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