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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 여행지, 말라카 다이어리

    스누피 스누피 2013.01.23


    Snoopy's Melaka Diary

    말레이시아의 아름다운 도시, 말라카




    말레이시아는 여행 하면 할 수록 매력적인 여행지임에 틀림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하나만 꼽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말라카'라고 대답할 것이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는 거대한 규모가 압도적인 느낌이었다면, 말라카는 자그마하고 어촌 도시라 그 한적함이 참 마음에 들었달까. 아담한 마을 안에 유구한 역사의 흔적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이라니! 딱 내 취향의 여행지였다.








    * 말라카 MELAKA


    말라카의 역사는 14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에서 추방당한 왕자가 처음 도시를 세운 것이 말라카 왕국의 시작이라고. 바다가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교역이 발달하였는데, 중국에서는 불교, 유교와 같은 문화가 유입되고 인도에서는 힌두교가 전파되었을 뿐 아니라 교역 확대를 위해 이슬람교까지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이 된 셈이다. 이처럼 교통과 문명의 교차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말라카는, 자연스럽게 항해술이 발달한 유럽 열강의 표적이 되었다. 특히 당시에는 후추가 유행이었는데, 말라카가 유럽으로 나가는 무역항으로서 부상하자 이곳을 쟁탈하기 위핸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라고 한다.








    처음 그 경쟁에서 승리한 곳은 포르투갈로 1500년대 초부터 약 100년이 넘도록 말라카를 지배했다. 1600년대에는 동인도회사를 앞세운 네덜란드가 200년 이상, 그 이후에는 영국이 패권을 차지하면서 말라카의 주인이 되었다. 게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일본까지 이 곳을 넘봤으니~ 1957년 말레이시아가 독립할 때까지 말라카는 유난히도 다른 나라에 휘둘려 온 땅인 셈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 흔적이 도시 곳곳에, 그리고 사람들의 문화에 남아있다. 중국색 짙은 사원과 거리, 이국적인 음식, 이슬람 사원, 서양의 교회나 성당... 마치 세계 문명의 축소판처럼 느껴질만큼 다양한 색채를 간직한 말라카는 2008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말라카에 도착한 건 어둑어둑해졌을 때였다.


    가장 먼저 시내의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편의점에서 각 종 동남아 맥주와 주전부리를 쓸어담아 숙소로 향한 우리. 앙코르, 타이, 싱하, 미얀마... 이국적인 맥주들을 두 손 가득 들고, 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의 마지막 밤을 준비했다. 특히 좋아했던 와사비 맛 김 과자는 안타깝게도 없었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부터 깨알같은 쇼핑을 통해 사놓은 과자들을 안주 삼기로.








    짐을 차에 실어놓고 우리는 말라카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의 생김새는 우리나라의 자이로드롭과 닮았지만, 속도와는 거리가 멀다. 자리에 앉아있으면 천천히 돌면서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360도로 말라카의 전경을 볼 수 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조금 무서울 수 있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야경이 너무도 아름답다.








    알록달록 번쩍거리는 조명과 후텁지근한 말라카의 밤의 묘한 조화. 지상에서 멀어질 수록 넓어지는 시야.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이 도시를 카메라로 담아보겠다고 수백번 셔터를 눌렀지만, 역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마음 속에 담아가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멀리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좁은 길은 야시장이겠지.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연기 속, 맛있는 음식 냄새가 생생했다. 내려올 때는 어찌나 아쉽던지!








    밤에 취한 것일까, 말라카에 취한 것일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말라카 야경 감상을 마치자, 이 여세를 몰아 말라카의 밤을 실컷 즐기고 싶어졌다. 결국 밤 뱃놀이 나선 우리. 유람선을 타고 1시간 가량 운하를 떠다니며 말라카를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밤배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가득했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밤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운하를 가로질렀다.









    그렇게 흘러가며 만난 말라카의 풍경은 위에서 바라본 야경만큼, 아니 야경보다 더 아름다웠다. 예술가들이 벽화라는 새옷을 입힌 낡은 건물들, 조명 아래 드러난 이국적인 밤거리는 한낮의 그것 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말라카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이 도시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다. 미리 사둔 맥주와 안주거리를 떠올리며 마음을 달랬다. 이제 곧 숲 속에 지어진 근사한 통나무집 숙소로 돌아가 일행들과 함께 마지막 밤을 보내리라.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으로 아침을 먹고 숙소를 자세히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숲 속에 지어진 리조트라 공기가 맑았고, 마치 계곡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분위기의 수영장 역시 시원스런 매력이 있었다. 물론 나는 바쁜 일정을 탓하며 슬쩍 발만 담궜지만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새삼 통나무 집들이 너무나 귀엽다. 벤치에 앉아 시원한 열대과일 주스를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책이나 읽었으면! 그러나 다음 일정이 나를 재촉한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꼭 여유를 두고, 느긋하게 머물겠다는 다짐과 함께 사진을 남겼다.








    이제 말라카 시내로 나갈 차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앞서 말했듯, 말라카의 구시가지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말라카 특유의 색채 덕분이다.








    세인트 폴 성당으로 가기 길. 더운 날씨 속에서 언덕을 오르니 처음엔 관광객도 많고 땀도 나서 힘들었지만, 높이 올라갈 수록 멀리 보이는 푸른 말라카 해협과 불어오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에 마음이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세인트 폴 성당은 뼈만 남은 잔해였지만 여전히 성스러운 분위기는 남아 있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말하는 앵무새에 노래 부르는 예슬가에 장사꾼들과 사진 찍는 관광객으로 가득한 도떼기 시장인데 뭔 소리냐'며 되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신비로운 조각과 비석들 사이에서 이곳에 남은 망자들의 혼령을 떠올릴 수 있었다.








    특히 세월에 낡아 바스라진 외벽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름다운 무늬를 갖고 있었으니, 어디서든 사진만 찍으면 낡은 영화 같은 느낌의 멋진 화보가 완성되기도 했다. (^^)









    언덕을 내려와 네덜란드 광장으로. 화려하고 예쁜 꽃으로 장식된 둥근 화단이 가운데 조성되어 있었고, 그 너머로 강렬한 핑크색 교회가 보였다. 아기자기한 색채 만큼이나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이라 이곳에서만큼은 누구나 관광객 모드가 되어 정신없이 기념사진을 남긴다.








    그리고 마침내 트라이쇼에 탑승! 어젯밤은 유람선을 타고 운하를 떠돌았다면, 오늘은 트라이쇼를 타고 한낮의 왁자지껄함을 느껴볼 차례! 특히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돌아보았기에, 어제의 유럽풍 분위기와는 또 전혀 다른 '대륙'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은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 있지만, 말라카는 특유의 번잡함이 없고 빛바랜 전통가옥들이 늘어서 있어, 어딘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트라이쇼를 타고 다니는 차이나타운 시티투어는, 운전사가 포인트 지점에서 승객을 내려주면 그 곳을 짧게 구경하고 다시 트라이쇼에 타는 시스템이었다. 전족 신발을 파는 곳이라거나, 향 냄새가 진한 불교 사원, 여태껏 봐온 이슬람 사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중국식 이슬람 사원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다. 언뜻 지나친 말라카 사람들의 일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지못한 것이 아쉽다. 먹고싶었던 치킨 라이스 볼은 줄이 너무 길어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감동만큼 아쉬움이 많았던 말레이시아 여행. 역시 모든 여행지는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야만 진짜 '나의 여행지'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이 곳 말라카도 내 걸음의 속도로 걷고, 마음껏 줄 서서 치킨 라이스 볼을 먹고,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다시 찾고 싶다. 안녕, 말라카. 다시 돌아올게.








    * Information



    말라카 (자이로드롭을 닮은) 전망대, 메나라 타밍 사리 Menara Taming Sari

    높이 110m의 회전식 전망대.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다 올라가면 마치 하늘에 붕 떠 있는 느낌


    주소 :  Jalan Merdeka  75000 Malacca, Malaysia

    전화 : +60 6-288 1100

    요금 : RM20

    운영시간 : everyday 10:00am~10:00pm

    홈페이지 => http://menaratamingsari.com/



    밤배 타고 운하 관광, 운하 유람선 Melaka River Cruise

    유람선을 타고 1시간 동안 운하를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 다양한 크루즈 회사와 코스가 있다.


    주소 : Jalan Laksamana, 75000 Malacca, Malaysia

    전화 : +60 6-281 4322

    요금 : RM15~

    운영시간 : everyday 09:00am~11:30pm



    숲속 리조트, 필리아 리조트 Philea Resort

    거대 숲 속에 조성된 리조트. 수영장은 아이들이 놀기 좋은 얕은 곳과 어른들이 놀기 좋은 곳으로 나뉜다.


    주소 : Lot 2940, Ayer Keroh, Melaka, Malaysia

    전화 : +60 6-289 3399

    홈페이지 => www.phileahotel.com.my






    * 이 여행은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취재 협찬으로 다녀왔습니다.




    스누피

    글 쓰기, 사진 찍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길 잃어버리기, 여행 다니기, 맛있는 음식, 와인, 달콤한 것들, 홀짝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차, 책 읽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아주 보통의 지구인. blog_ http://peanutsholic.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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