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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배경은?

    그린데이 그린데이 2013.02.07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그 곳,

    이스탄불 시르케지 역

       

    어릴 적 추리소설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애거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빨간색 표지, 제목보다 큰 글씨로 쓰인 저자명,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사진 한 장.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선물로 받은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을 머리맡에 두고 매일 밤 하나씩 꺼내보는 열혈 독자였다. '쥐덫, 0시를 향하여,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등은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긴장감과 반전으로 한창 클 나이인 나를 잠 못 들게 한 원흉(?)이기도 했다.

       

    이 재미있는 소설들은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특히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은 잉그리드 버그만, 숀 코너리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 대작으로 유명하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탄 벨기에 출신 탐정 포와로에게 승객 한 명이 신변보호를 요청한다. 포와로는 거절하지만, 이튿날 그 승객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면서 사건 해결에 나선다. 그는 승객들을 한 명씩 심문하던 중에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승객 중 다수가 5년 전 일어났던 유아 유괴 살해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숨진 승객은 바로 사건의 범인~! 잔혹하게 살해된 승객과 폭설로 멈춘 호화열차,  사라진 용의자와 엇갈리는 증언, 그리고 명탐정 포와로가 감상 포인트다.

          [youtube JTYA01glGqo]

    - 소설을 영화화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트레일러 (Muder on the Orient Express, 1974)

         

    그런데 여행 웹진인 겟어바웃에서 갑자기 웬 소설과 영화 이야기냐고?

    바로 지난 터키여행에서 내가 묵었던 이스탄불의 호텔이 영화의 실제 배경인 '시르케지(Sirkeci)역'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난 역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방에서 매일 열차에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불 꺼진 기차를 봤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르케지 역의 아침.
    시르케지 역 야경

    - 호텔에서 내려다본 시르케지 역의 낮과 밤

       

    이스탄불의 시르케지역은 유럽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은 전형적인 19세기 건축물 중 하나이다.

    유럽 귀족들의 사랑을 받았던 호화열차, 오리엔트 특급은 1883년 10월부터 이 역에 운행하기 시작했는데, 파리, 빈, 부다페스트 등을 거쳐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장거리 유럽 횡단 열차였다고 한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배경이 된 이스탄불 시르케지 역

    -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배경이 된 이스탄불 시르케지 역 (Flickr/ Train Chartering & Private Rail Cars)

    오리엔트 특급열차와 잘 꾸며진 내부 식당

    - 오리엔트 특급열차와 호화로운 내부 식당. (Flickr/Train Chartering & Private Rail Cars)

       

    당시 이스탄불은 유럽 귀족들의 인기 여행지였다고 한다. 이틀 내내 대륙을 횡단하여 시르케지 역에서 내린 귀족들은 이스탄불 유일의 고급호텔인 페라팰리스(Pera palas hotel)에 묵으며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된 터키의 정취를 만끽했다. 애거사 크리스티 역시 1926년 부터 1932년 까지 수시로 이곳에 머물며 작품을 구상했는데, 여기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다. 현재까지 탁심거리 근처에 남아있는 패라팰리스 호텔 411호는 '애거사 크리스티 룸'으로 보존하고 있으며 문 앞에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이곳에 머무르곤 했다.'는 명패가 걸려 있다.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시르케지 역을 돌아본 후 100년 된 그녀의 방에 묵으며 소설 속 세계로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페라 팰리스 호텔)

    오리엔트 특급 열차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비행기나 고속철도 같은 경쟁 수단이 발달하면서 여러 차례 노선감축이 되다가 결국 작년 12월 운행이 중단되었다. (참고 링크: 오리엔트 특급, 오는 12월 12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요즘의 유럽은 특히 저가 항공이 발달하여 손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밤을 새워 달리는 열차여행의 두근거림과 낭만을 경험할 수 없게 된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시르케지 역에는 이스탄불 근교를 순환하는 1개의 통근열차, 이스탄불 서부 지역으로 향하는 3개의 국내 노선, 각각 부카레스트, 베오그라드, 테살로니키로 향하는 3개의 국제 노선이 있다.

       
    호텔에서 내려다본 시르케지 역

    역 너머로는 보스포러스 해협과 골든 혼이 있어 아침엔 기분 좋은 뱃고동 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도심의 한복판이라 믿기지 않는 풍경.

        노곤한 밤에는 맥주 한 병을 기울이며 영화 속으로 상상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Tip]아스콕 호텔 (ASKOC Hotel, 3성 급)
    - 위치: 메트로 시르케지역에서 내려 도보 5분. - 평가: 가격대비 깨끗하고 전망 좋은 호텔. 시르케지 역이 코앞이며 이집션 바자르, 귤하네 공원, 보스포러스 페리 선착장이 가깝다.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까지는 도보 20분 - 홈페이지: http://www.askochotel.com
    그린데이

    뜻밖의 멋진 풍경, 알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 다양한 사람들의 천차만별 삶의 방식, 해변의 석양과 맥주 한 병을 사랑하는 낭만 여행가. 10년간 IT기업 홍보팀에서 웹과 소셜미디어 관련 일을 했으며 현재는 여행 블로거로 '그린데이 온더로드'(greendayslog.com/ 2011, 2012 티스토리 여행분야 우수 블로그) 및 각종 매체에 감성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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