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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동에서 근대 건축 기행을!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3.02.27

      

    한국 중구 정동은 독특한 지역이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

    유럽의 어느 골목을 들어서는 기분을 맛보고 싶을 때 중구 정동으로 향한다.

     

    정동이 과거를 고스란히 품은 지역이 된 것은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와 관련이 있다.

    당시 덕수궁은 정치의 중심지였고, 한국에 발 디딘 외세는 정동 근처에 머물고자 했다.

    지금도 미국대사관, 영국 대사관 등 많은 대사관들이 그래서 정동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 낭만의 정점, 한국 정동 제일교회

     

      

    서울에 백여년 전 모습 그대로인 곳이 정동이다. 그곳에 정동 제일교회가 있다. 

    정동 제일교회는 한국 감리교 총본산이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 목사가 터 닦은 곳이다. 아펜젤러는 베델 예배당과 배재학당을 설립했고, 1887년 한옥을 개조해 이 한국 최초 감리교회를 세웠다. 이 교회는 영국 고딕양식을 간략화한 19세기 빅토리안 고딕 리바이벌 양식이다. 정동 제일교회는 명동성당과 함께 유럽풍 건축 양식이 한국에 곱게 자리 잡게 하였다. 웅장한 고딕과 달리, 소박하고 단순함을 추구했다. 위압감 없이 신실한 마음 담아내는 담백한 교회다. 지금의 정동 제일교회는 1897년 완공됐다. 5백여명 넘는 신도들의 보금자리는 1926년 1500명 규모로 증축됐다. 뾰족 아치를 바탕으로 짜 넣은 창틀과 각목만으로 짠 회중벽의 구조처리가 특징적이다. 석재로 굳건하게 쌓는 것이 보통인데 나무로 검박하게 버티어 내고 있는 건물이다. 사각 종탑 옆엔 이화학당이 자리하고 있다. 130여년의 역사를 함께 지나왔다.

    은행잎은 가을이면 교회와 학교의 담을 둘다 넘었다. 노랑이 낭만히 날렸다. 길은 노오란 눈이 내린듯. 매년 가을 은행잎을 밟으며 깔깔대는 여고생들의 목소리. 개나리색 밝은 목소리가 나비처럼 거리를 난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34

    - 전화 : 02-753-0001

    - 관람/예배 정보 : http://chungdong.org/

     

     

     

     

     

    * 이화학당 옆 로맨스, 한국 정동 구 배재학당

     

      

    정동에서 이화여고가 여학교를 대표한다면 남학교는 배재학당이었다.

     배재학당은 미국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설립했다. 1885년 세운 학교는 1984년 강동구로 이전했다. 초창기의 배재학당 서관은 이전 복원하고 대강당은 헐어냈다. 지금 정동에는 동관만 남아있다. 1916년에 지은 동관은 한국 최초 서양식 학교로 당시 근대 건축 양식을 대표한다. 당시의 벽돌 건물은 크게 서양풍과 중국 청나라 풍으로 나뉘는데, 이 건물은 서양풍이다. 영국 컨트리하우스 양식으로 벽돌로 지어 올렸다. 성채가 아닌 보통의 삶을 사는 주택 형태다. 고려대학이나 이화여자대학교의 당시 건물들이 큰 석재를 쌓아 우람하게 지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동관은 반 지하층이 있으며 2층 건물 위에 다락으로 연결되는 건물 실내는 크지 않고 아담하며 안정적인 형태다. 

    실내로 들어가면 따뜻한 느낌의 목재로 만든 계단이 대칭으로 꺾이어 올라간다. 난간이 특히 부드럽고 섬세하다. 배재학당의 동관은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의 뿌리인 미국, 19세기 상류층의 주택 양식을 많이 차용했다.

    당시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의 학생들이 아름다운 덕수궁 길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을 걸 상상하면, 마음이 풋풋해진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34-5 (배재학당역사박물관)

    - 전화 : 070-7506-0073

    - 관람 : http://appenzeller.pcu.ac.kr/main/index.php

     

     

     

     

      

    * 민주화의 터, 한국 정동 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

     

     

    덕수궁 인근의 고풍스러운 성당. 대한 성공회의 서울주교좌대성당으로 보통 서울대성당이라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영국인 아더딕슨이 설계해 1922년 짓기 시작했고 1926년 부분완성을 마쳤다. 이 성당은 서양건축양식을 따르면서 기와지붕 등을 더해 다양한 한국적인 건축 요소를 함께 품고 있다. 이후 1994년 교회 창립 100주년 증축공사를 하여 1996년 공사를 마치고 지금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이곳의 파이프오르간은 영국에서 왔다고 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하기도 했으니 영국과 인연이 깊다. 바로 옆에 단아한 한국식 건물도 있다. 이 성당 지하에는 순교자의 유골을 모신 지하 묘지인 카타콤베도 있다. 

    현재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35호로 지정되어 있고, 전두환의 독재에 맞선 6월 항쟁이 시작된 민주화 장소다. 종교적인 성전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화의 성지이기도 한 곳이다. 지금은 노숙자 지원 성지기도 하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3

    - 전화 : 02-730-6611

    - 관람/방문예약 : http://www.cathedral.or.kr/front/first.htm

     

     

     

     

     

    * 병원 속 역사관, 한국 정동 경교장

     

      

    지금 경교장은 강북삼성병원 내에서 조용히 내부 수술 받고 있다. 보수공사를 마치면 백범기념실이라는 문패 달고 사람을 맞을 것이라 한다. 외관을 수술한다해도 역사의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다. 아팠던 기억은 고스란하다. 일제시기 금광업자 최창학의 저택이었다가 그가 백범 김구에게 숙소로 제공한 곳이다. 친일로 벌어들인 돈, 그 돈이 화한 건물을 희사하여 조금이라도 조국에 속죄하고 싶었던 걸까.

     1939년 지어진 개인 저택은 죽첨장이라 불리다 김구에 의해 인근 다리 이름을 따 경교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광복 후 각료들은 덕수궁을 임시정부청사로 쓰려 했지만 미군정이 반대해 경교장이 임시정부 집무실이 되었다. 세상을 이해하는 사조가 섞이고, 세계의 권력이 뒤섞였던 당시 만큼이나 경교장의 양식은 복잡하다. 조르륵 세워진 2층 창문의 원형 아치는 로마네스크, 1층의 규칙적 창틀은 모더니즘 양식이다. 좌우 살짝 앞으로 나온 건물 구성과 흑빛 지붕은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에서 기인했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동 108-1, 강북삼성병원 내

    - 전화 : 02-2001-2779

    - 관람 : 2013.02.28 까지 내부 보수

     

     

     

     

     

    * 도시 속의 섬, 한국 정동 서울 시립미술관   

     

      

    과거 대법원 건물이었다. 네오 르네상스와 네오 로마네스크가 만나 고풍스러운 외관을 낳았다. 유럽의 로마네스크 성당의 전면이 대형 아치로 꾸며진 웅장한 출입구를 가진 특징을 따온 건물이다. 화강암을 쓴 회색의 출입구는 이오니아식과 코린트식이 섞인 고전 오더로, 과하지 않게 우아한 장식을 했다. 아치 아키볼트가 여러개 겹쳐져 있고 기둥이 벽에 녹아들어 도드라지지 않은 네오로마네스크의 특징이 돋보인다. 

    갈빛 본체 건물이 뒤에 든든한 배경처럼 서있고 화려한 화강암의 출구가 도드라지게 앞에 서있다. 본 건물은 절제된 벽장식과 곧은 창문으로 담백하게 나타내었다. 기능만 남긴 듯 깔끔하고도 도도하다. 처마를 돌려 장식한 코르니스의 자잘한 아치들 덕분에 너무 밋밋하지 않으며 작은 꾸밈이 주는 신선함이 있다. 본 건물의 갈색은 배경색이다. 그리하여 구름빛 출구가 돋보인다. 이 담백한 건물의 깊은 맛은, 본체에서 나온다. 

    자신이 앞에 도드라지지 않아도 누군가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그 존재는 깊이 있는 돋보임을 획득한다.

    오늘 날 서울 시립미술관으로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고 상설 전시도 열리고 있어 많은 이가 찾는다. 지금은 팀 버튼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재미있는 기획전시도 많고 무료 야외 전시도 열리곤 한다. 도시 속의 섬 같다. 미술 전시를 보면서 고요하면서 정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동 37

    - 전화 : 02-2124-8800

    - 전시정보 : http://sema.seoul.go.kr/kor/index.jsp

     

     

     

     

      

    * 숨겨진 건물, 한국 정동 구 영국공사관

     

      

    서울 성공회 성당 옆의 구 영국 공사관은 한옥 닮은 모습이다. 하지만 정문을 지나 안쪽에 숨은 맑은 회색과 바랜 붉은 벽돌 빛이 고운 근대 건물이 있다. 바로 곁의 서울 성공회 성당이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한국식이 섞인 것처럼 영국 공사관도 건축 양식이 혼재한다. 전반적으로 서양건물 양식이 도드라진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양식에 청나라 양식이 더해진 아름다운 건물이다.

     영국 타운하우스를 기본 바탕으로 하여 청나라 풍의 데크를 1, 2층에 덧붙였다. 톤온톤의 보드라운 회색 벽돌과 붉은 벽돌의 장식적인 사용이 특징적이다. 이런 방식의 건물은 명동성당이나 원효로 성당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4

    - 전화 : 02-3210-5500

     

     

     

     

     

    * 정동에서 쫓겨난 벨기에 영사관

     

      

    1905년 붉은 장미같은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 곱고 아름다운 건물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벨기에 영사 레옹 뱅카르가 경운궁, 즉 정동 덕수궁이 아닌 회현동에 지은 건물이다. 비교적 다른 나라보다 한국 진출이 늦었던 벨기에는 정동에 영사관을 짓지 못했다. 게다가 벨기에는 1차 세계대전, 한국은 일제강점기라 영사는 이내 떠나게 되었다. 

    이 건물은 그래서 일본 무관 관저였다가 상업은행 창고가 되었다가는 해체위기까지 맞는다. 1977년 역사적 건물로 인정을 받았지만 회현동 인근 금싸라기 땅에 머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스란히 해체해 있는 그대로 세워 올린다는 조건으로 사당으로 이전되었다. 이 건물은 1980년 한국 최초로 문화재 이전 복원된 건물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덕수궁 옆에 있고 싶었지만 있지 못했고 그나마 쫓겨서 강 건너 머물게 된 건물. 그래도 도리아식 주두와 이오니아식 기둥이 꼿꼿하고 도도해 보인다. 지금은 서울 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현동 1059-13

    - 전화 : 02-598-6547

    - 전시정보 : http://sema.seoul.go.kr/kor/information/namseoul.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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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산책하며 건축물에 담겨 있는 과거의 시간들을 느껴 보는 주말 어떨까.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중심, 정동을 거닐면 100여년 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글/그림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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