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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꽃축제 찾아 떠난 강원도 남부여행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02.26

     

    한국 토종소녀 감자양과 스위스 수입소년 오이군이 함께 떠나는

    강원도 남부 여행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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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콧끝을 얼게하는 차가운 공기마저 기분좋은 여행 날 아침, 잠이 덜 깬 우리들은 버스 안에서 우물 우물 김밥을 씹으며 강원도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강원도청에서 추천하는 경로를 따라 강원도 남부, 즉 원주, 영월, 태백, 정선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첫째날은 서울에서 태백까지 가는 길을 따라 원주와 영월을 들르기로 했다.

     

     

     

    첫 번째 추천 여행지, 원주한지테마관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는 길목에 있어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된 원주한지테마관. 한지공예가인 감자양이 고색한지작업을 할 때, 밝고 화사한 금빛에 빠져 애용하는 한지가 바로 원주한지인지라 늘 한 번 가 봐야 겠다고 생각하던 곳이었다. 테마관은 한지의 역사를 설명하는 박물관과 공예품을 전시하는 기획 전시실로 나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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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천년 견오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이는 종이는 천년가고 비단은 오백년 간다는 말로 우리 한지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말이다. 그 예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불국사 석가탑을 보수하기 위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불교 경전인데, 측천무후때만 사용되었단 무주제자가 적혀 있어 그 제작 년도를 8세기로 추측하고 있다. 지금이 21세기이니 무려 13세기나 지난 문서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 형태나 내용이 거의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으니 닥종이의 견고함이 어떤지 짐작이 가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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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실에는 닥종이 인형으로 한지제작 과정을 설명해 놓았다. 닥나무 껍질을 벗겨 말린것을 삶고, 표백하고, 갈아서, 얇게 그물로 뜬것을 다시 말리면 종이가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기계지도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한지는 아직도 손으로 직접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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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부터 한지는 단지 책이나 문서 뿐만 아니라 실생활 많은 분야에 사용되어 왔다. 종이를 여러겹 붙여 갓집과 안경집을 만들었고, 짚처럼 꼬아서 틀을 만든후 옻칠을 해서 상이나 가구도 만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갑옷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으잉? 종이로 갑옷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인데, 지갑紙甲 이라 하여 임진왜란 등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투구 몇점이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나무 틀에 한지 원료를 반쯤 말려 여러겹 붙인 다음 망치로 두드리면 그냥 나무보다도 훨씬 견고한 투구가 완성되는 것이다. 사실 종이는 한 장일 때 약하게 느껴지지만 여러겹 붙이고, 꼬거나 적절하게 두드려 놓으면 밀도가 매우 높은 나무가 된다. 종이의 원료가 바로 나무 아닌가. 그렇다면 옛 어른들은 그냥 나무로 만들어도 될 것을 귀찮게 왜 종이를 이용했을까? 일단 종이가 나무보다 곡선 모양을 만들기가 쉽고, 필요에 따라 부드러운 재질을 살리거나 아니면 옷칠을 해서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기에 그 활용도가 높다. 게다가 헌 책이나 문에 붙였던 창호지 등을 재활용할 수도 있었다. 나무보다 활용도가 높으면서 나무만큼이나 견고한 좋은 재료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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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파크에선 직접 한지로 작은 소품을 만드는 체험도 해 볼 수가 있다. 작은 사각함이나 액자, 닥종이 인형이 반제품으로 준비되어 있어 한지를 구입해서 붙이기만 하면 되므로 누구나 쉽게 작은 소품을 완성해서 가져갈 수가 있다.  그 누구나에는 외국인도 포함! 감자양의 작업실에 잔뜩 쌓여 있는 한지를 보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던 오이군이었는데, 오늘 제대로 걸렸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소질 있네? 앞으로 무료 어시스턴트로 잘 활용할 수 있을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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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전시실에는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여러종류의 한지 공예품이들 전시되어 있었다. 이것은 닥종이(한지의 원료가 되는 나무가 닥나무이므로 닥종이라고도 불린다) 인형들. 해외에서 한지 공예보다 조금더 잘 알려져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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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 공예품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바로 한지로 만든 등이다. 한지는 투과성이 좋아서 빛이 밝으면서도 직접적이지 않아 눈을 편안하게 해 준다. 위 작품은 한지 가구와 등을 접목해 만들어진 것이다. 흰 등 부분의 전통 문양이 보이시는지? 요즘에는 레이져기계로 컷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방에서는 저것을 전부 손으로 잘라낸다. 그야말로 정성과 인내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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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뿐만 아니라, 한지를 찢었을 때 특유의 섬유결이 살아있는 성질을 이용해 그림을 만들기도 한다. 일일이 손으로 뜯어붙이는 작업이라,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삼개월에서 일년 이상씩 걸리기도 하지만 유화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질감을 낼 수 있다. 특히 동물이나 새의 깃털 등을 따스하게 표현할 수 있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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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의 작품들도 모두 한지의 매력을 살린 특별한 공예품이다. 바로 한지를 찢은 다음 조금씩 항아리 틀 위에 붙여 울퉁불퉁한 모양과 질감을 살린 것. 그 위에 다시 색한지를 붙여 탈색을 하면 위와 같이 독특한 무늬를 낼 수 있다. 전통기법이라기 보다는 현대로 들어오며 개발된 방식이다. 전통공예도 계속해서 발전하기 마련이므로.

     

    원주 한지 테마파크에는 카페도 운영을 하고 있고, 도시락도 판매하므로 가족 또는 친구, 연인과 함께 공예 체험도하고 그 앞 정원에 앉아 피크닉을 하며 자연을 즐겨봐도 좋겠다. 

     

     

     

     

    두번째 추천 여행지, 영월 장릉

      

    원주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에 영월을 거처가는데 이 곳은 숙부에게 죽임을 당한 비운의 왕, 단종이 잠들어 계신 곳이다. 대부분의 조선 왕릉이 경기, 서울근교에 밀집되어 있는데 장릉은 유일하게 강원도에 있는 조선시대 왕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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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의 묘는 나즈막하고 양지바른 언덕위에 있다. 묘소로 올라가는 길에 나무가 많음에도 환하고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을만큼 햇볓이 잘 든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죽임을 당한 단종은 죽은 후에도 그 시신을 매장하는 것을 금지시켜 한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보다못한 영월군의 호장 엄흥도가 그의 시신을 지게에 지고 묻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고. 때는 겨울이어서 눈보라가 치고 있었는데, 산 위 양지바른 곳에 사슴한마리가 앉아있었다고 한다. 지게를 지고 올라오는 엄흥도를 보고 사슴이 놀라 달아나자 그 자리에만 눈이 녹아 있었고, 엄흥도는 그 땅을 파서 단종을 매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지된 일을 한 것이므로 봉분을 세울 수가 없었고, 오랫동안 사람들은 쉬쉬하며 무덤을 비밀스레 지켜오다가 59년만에 중종의 허락 하에 봉분을 갖출 수 있었다고 한다.

    참... 슬픈 이야기이다. 지금같으면 한참 꿈많을 나이 열 일곱에 이미 부모를 잃고, 갖은 슬픈일을 겪다가 결국 가족의 손에 죽임을 당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죽어서까지 시신조차 편히 잠들 수 없는 운명. 어릴 적에는 매우 총명하여 조부인 세종대왕으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으며 자랐다는데,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왕이나 왕비처럼 살고 싶다 말하는 사람들은 그게 행복한 위치만은 아닌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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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난 단종이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무속신앙으로 스며들어 신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산 위로 올라가는 길목에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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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릉이 저어만치 보인다. 내려다보니 단종의 영혼을 위로하는 집, 정자각이 보인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단종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바람에 나부끼는 소나무 가지 끝마저도 조용히 흐느꼈을 어린 단종의 어깨같이 느껴져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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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년 후 숙종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봉분갖추게 된 단종의 묘는 그 후 선조에 의해 상석, 표석, 장명등, 망주석등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 왕의 묘는 원래 동물들이 모두 이것의 두배로 있어야 하지만 선조의 명에 의해 절반의 숫자만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죽은 사람에게 이런 돌말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말이 둘이든 넷이든  이미 오래 전 그의 영혼은 세상의 것들에서 멀어져 저 어느곳에선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날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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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의 영혼을 모시는 정자각과 그 건물 뒤 단종의 묘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러나 그 '길'에 계단은 하나뿐. 이 길은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묘에서 단종이 사당으로 내려오는 길, 즉 영혼의 길이기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걷지 않아도 되는 영혼에게는 계단이 필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사당의 기둥 아래쪽 흰색은 구름을 상징하는데, 이는 이 집이 하늘 위의 집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영혼을 모시는 집은 항상 기둥 아래가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반대로 서당이나 학문에 관련된 건물의 기둥은 위쪽이 흰색인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하늘의 기운을 받으라는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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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살문. 옛 사람들은 붉은 색이 악의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따라서 왕묘에는 그의 위엄을 기리고, 나쁜 기운이 들지 않도록 이렇게 붉은 색의 문을 세워 두었다고 한다. 그 문 뒤로 나있는 길은 신도라고 하여, 왕이 다니는 길이므로 일반인들이 걷는것을 삼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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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홍살문을 쭈욱 따라가면 영천이라 불리는 우물이 하나 있는데, 이 물은 한식 때 단종과 그의 충신들을 위한 제를 지낼 때 쓰였다고 한다. 이 우물을 판 것은 단종을 지지하다 삼족이 멸을 당한 사육신 중 한 명인 박팽년의 후손이라고 하는데, 그 이야기가 또 드라마틱하다.

    원래 삼족을 멸할때는 진짜 남녀노소는 물론 어린 아이까지 포함하여 삼대를 완전히 몰살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를 밴 여인까지 차마 죽일 수가 없었던 왕은 그 연이 낳는 아이가 아들이면 죽이고 딸이면 노비로 삼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 때 마침 그 여인의 몸종도 임신을 하고 있었는데, 낳아보니 여인의 아이는 아들이고, 몸종의 아이는 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둘은 아이를 바꿔치기 한다. 몸종의 아들이 된 여인의 아들도 노비로 살아 남고, 여인의 딸이 된 몸종의 딸은 다시 노비가 되어 살아남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오이군은  '옛 동양인들은 다들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피비린내 나는 드라마같은 역사가 있구나. 그런건 유럽왕족들이나 하는건줄 알았어. '  라고 한다. 씁쓸하지만 권력이 있는 곳에는 항상 슬픈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동양이라고 예외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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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는 소나무가 많이 있는데, 그 중 한 그루는 단종의 아내였던 정순왕후의 묘 주변에 있던 소나무와 한 그루씩 바꿔 심은 것이다. 함께 할 수 없었던 부부가 다른 세상에서라도 함께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라고 한다. 정순왕후는 15살에 왕비가 되어 18살에 단종과 이별한 후 평생을 혼자 살아야 했던 비운의 왕비로, 그 묘는 사릉이라 하여 남양주시에 있다. 이 역시 단종의 묘처럼 다른 왕비의 묘와는 다르게 간소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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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봄이 오고 있나? 오늘은 날씨가 참 따뜻하다. 이곳에 깃든 이야기처럼 차갑던 겨울이 저만치 물러가는지 여기저기에서 눈 녹는 소리가 즐겁게 들려온다. 따뜻한 햇살이 지붕을 감쌌고, 이렇게 처마끝에서부터 봄이 오고 있었다.

    제발 이대로 봄이 계속 다가오길... 추운 것이 질색인 감자양은 조심스레 빌어본다. 이런 바람을 오이군에게 살짝 말하니, 아직 스키장을 더 가야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맘대로 할 수 없는 날씨를 갖고 겨울이 가네 마네, 티격 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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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단종의 묘자리를 찾아내었다는 박충원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낙촌기적비'. 문안에 또 문이 있고, 그 안에 비석이 있다. 1974년 박충원의 후손들이 세운 것으로 비문 내용이 전래동화같이 재미있다.

    단종의 시신을 몰래 매장한 엄흥도가 죽고나자 단종의 묘자리는 알 길 없이 잊혀졌다. 그 후 이곳에 부임한 군수 7명이 원인을 알 수 없게 죽어갔는데, 그 후임으로 박충원이 부임하게 되었다. 그는 어느 날 밤, 비몽사몽간에 어떤 세사람에게 숲 속 어딘가로 끌려갔는데, 그 곳에서는 어린 왕을 신하 여섯명이 모시고 있었고, 왕은 박충원을 처형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신하 중 한 명이 그를 살려달라 부탁하여 살아돌아오게 되었고, 깨어보니 모든 것이 꿈이었다. 그는 이것이 단종과 연관있음을 깨닫고, 엄흥도의 후손을 앞세워 단종의 묘를 찾아냈다. 그러자 그 후에 부임한 군수가 죽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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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릉을 지키는 참봉 한 사람과 수호군이 기거하였다는 재실의 창고에 있던 자물쇠이다. 옛날 곡식창고의 자물쇠는 물고기가 많이 쓰였는데, 그 이유는 물에사는 물고기이니 식량창고에 화재가 나지않도록 지켜달라는 의미에서고, 또 물고기는 알을 매우 많이 낳는 생물이니 재물의 번성과 다산을 기원하는 뜻이었다고 한다. 작은 물건하나에도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표현하는 옛사람들의 재치가 인상적이다.

     

     

    감자와 오이는 이곳을 '다시 오고 싶은 곳' 목록에 살포시 집어 넣었다. 장소가 매우 평화롭고, 한적하며, 겨울인데도 따뜻하게 느껴질 만큼 양지바른 곳이라서 산책하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나절 정도로 여유롭게 와서 주변 마을도 둘러보고, 근처에서 식사도 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장릉은 그 이야기가 애처롭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가 요즘 유행하는 사극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아서,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과 함께 동행하면 좋을것 같다. 

     

     

     

    세번째 추천 여행지, 태백 눈꽃 축제

     

    단종의 슬픈 이야기로 숙연해진 마음을 추스리고, 이번엔 신나는 축제장으로 분위기 전환! 감자와 오이에게는 바로 오늘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닌 태백 눈꽃축제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요란한 음악소리와 신나는 추임새가 들린다. 바로 품바공연. 주차장 근처 먹거리장터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남녀 품바가 한껏 분위기를 살려주고 계셨다.

    우리 오이군 뽕짝만 나오면 들썩 들썩, 너무 좋아 한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지나가자 품바 아저씨 구수한 콩글리시로 걸죽하게 말을 거신다. '오~헬로오. 아이 에므 품바 넘버원! 외국인 어디서 왔으? ' 

    한국말인지 영어인지 전혀 감을 못잡은 오이군은 '그냥 웃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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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얼음 나무. 거대한 고드름이 주렁 주렁 매달린 얼음 나무가 지나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런 나무가 잔뜩 있다면 환타지 영화를 찍어도 손색없을 멋진 배경이 완성 될듯?

    뭐니 뭐니 해도 태백눈꽃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대형 얼음조각상. 올해는 중국 아티스트들과 한국 여러 대학교에서 작품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이군은 대형 눈조각상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기대가 큰 모양이다. 어떤 멋진 조각상이 우리의 '우와~'를 끄집어 내 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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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잔~싸이 파워! 얼음 조각장 중심에서 제일 처음으로 우리를 맞아준 건 다름아닌 말춤 추는 싸이! 뽕짝의 여운이 가라앉을만 했는데, 싸이 덕분에 또 흥에 겨운 오이군은 말춤을 추며 조각상으로 달려간다. 요 앞에 가만히 서서 사진찍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살펴보니, 지나는 사람들이 다들 한번씩 말춤을 춘다. 보다보니 우스워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는. 

    싸이가 한국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리긴 알린 모양이다. 예전엔 한국이 동아시안지 동남아시아인지도 잘 몰랐던 외국인 친구들이 이제 싸이 덕분에 이메일을 보낼 때 한국 단어도 몇 개씩 적어보내곤 한다. 역시 나라를 알리는데는 문화만큼 부드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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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부터 얼음 요새, 연인상, 올라갈 수 있는 대형 선박, 트랙터, 들어가 볼 수 있는 유럽풍의 집, 곰 궁뎅이(^^;), 엄마와 아기북극곰. 눈 조각상들은 규모도 규모지만 그 정교함이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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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조각상 주변에는 무료로 포대자루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오이군과 신나게 몇번 미끄러져 주고, 축제장 안쪽으로 들어왔다. 응? 그런데, 저게 웬 눈 산? 가까이 가서 보니 대형 이글루다. 내부는 카페로 따뜻한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다. 칵테일이 메뉴로 있었더라면 오이군과 신나는 시간을 보냈을텐데 조금 아쉽다. (^^) 테이블과 의자가 모두 얼음이니 두터운 보드복을 입지 않으면 앉아있기가 조금 힘들 듯하다. 면바지를 입고 있었던 오이군은 아내의 사진 열정을 위해 몸바쳐 희생... 감사하게 올릴께요. (*^^*)

     

    오늘 날씨가 따뜻해서 진행자 분들은 여기저기서 눈 양동이를 들고 보수공사하기에 바쁘셨다. 태백 눈꽃축체 역사상 이렇게 따뜻한 적은 처음이라고. 밤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들려 새벽에 눈 조각상 위에 모두 비닐을 씌우고, 내일 아침 보수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는 가볍게 와서 놀다가지만 운영하시는 분들은 참 고생 많이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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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신나게 눈밭에서 구르고 나면 뭔가 따뜻한 곳이 그립기마련. 그래서 이렇게 반신욕, 족욕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과 같이 나무로 되어 있는 의자 안쪽을 보면, 아래에 달궈진 황토불이 있고, 우리는 그 위에 나무로 된 의자에 앉아 건식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축제장 안에는 진짜 눈썰매장이 있는데,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나서 이곳에 와 반신욕을 하면 딱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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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이니만큼 먹거리도 다양하다. 초대형 연탄모양의 드럼통에 군고구마도 구워서 팔고, 삼엽충빵이라고 붕어빵과 같은데, 이 지역에서 많이 발굴되는 삼엽충 화석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도 판다. 주차장 근처에 먹자골목이 있고, 축제기간 동안에는 토산물 장터가 열리는데, 강원도 옥수수, 감자등은 기본이고, 부침개, 청국장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이 청국장과 된장국, 쌈장 등이 참 신기한게, 한국인에게도 냄새가 부담될 때가 많은데, 의외로 외국인 친구들에게 맛보여 줄 때마다 대 히트를 치는 품목이다. 호주에 있었을 때, 삼겹살을 구워주면 외국인 친구들이 어김없이 집에가는 길에 한인상점에 들려 쌈장과 된장을 사 들고 집에가곤 했다. 그들보다 좀더 한국의 맛에 깊숙히 빠져든 오이군은 장터에만 가면 냄새나는 청국장 덩어리를 사다모을 정도! 

    감자양은 벌써 태백눈꽃축제에 여러번 다녀왔는데, 한번쯤은 다녀와야 할 겨울 축제가 아닌가 싶다. 보통 1월 말에 열흘정도 열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숙소가 축제장에서 가까워야하는데, 주변에 숙소가 그리 많지 않으니 미리 미리 예약을 하는게 좋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조금 떨어진 곳에 오투리조트를 비롯해 괜찮은 펜션들도 많이 있으니 이틀정도 여유있게 축제를 즐겨보자.

     

     

     

    네번째 추천 여행지, 황지연못

     

    이곳은 태백 눈꽃축제의 확장이라 보면 되겠다. 여기에도 몇몇 눈 조각상이 있고, 반신욕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황지연못이 진짜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곳이 낙동강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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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의 규모는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냥 도시에 있는 작은 공원에 있는 연못이다보니 이곳이 낙동강의 발원지라는 것을 모르고 오면 시큰둥하게 지나갈 수도 있겠다. 이 작은 연못 물이 모여 어떻게 낙동강 같이 큰 강이 되는지 의아할 정도. 그러나 그 용출량은 하루 5,000톤에 육박한다고 하니, 역시 모든것은 겉모습만으로 그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 원래는 지금보다 훨씬 크고 물도 많아 89년 광동댐이 건설되기 이전에는 상수원의 역할을 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물이 현저히 줄어들어 2009년 가뭄이 한참 심할 때는 저 거북이상이 수면위로 올라오기도 했다고 한다. 물은 매우 깨끗해서 많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거북이 항아리에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것 까지는 좋으나 과일조각을 비롯해 쓰레기도 같이 던진다는 점이었다. 물이 부족하면 여전히 이곳의 물을 취수한다고하는데, 결국은 다 우리가 마시게 될 물이다. 관광객들이 조금만 신경써서 깨끗이 아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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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지연못의 전설에 의하면, 연못의 위치에는 옛날에 황부자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인색하고 심술궂었던 황부자는 시주하는 노승에게 쇠똥을 주었고, 며느리는 쌀을 주었다. 그러자 노승이 떠나며 며느리에게 '뒤를 돌아보면 큰일이 난다'고 했다. 며느리는 노승을 따라나섰는데, 저만치 가다 뒤를 돌아보니 황부자의 집이 땅속에 가라앉고 그 위치에 연못이 생겼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의 황지연못이다. 아마도 이 전설 때문에 이곳에 이 대형 스님상을 만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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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황지연못을 목적지로 삼고 오면, 작은 규모에 많이 실망할 수도 있으니 태백산에 들를일이 있으면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러보면 좋겠다.

     

     

     

     

    INFORMATION

     

    - 원주 한지

    • 전화번호    033-734-4739
    • 주         소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
    • 홈페이지    http://www.hanjipark.com/main.php
    • 운영시간    09:00 - 18:00
    • 입  장  료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 영월 장릉 

    • 전화번호    033-370-2619
    • 주         소    강원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산133-1번지
    • 홈페이지    http://www.ywtour.com/Enjoy?num=53104&g=7&b=125&m=20&s=1
    • 운영시간    09:00 - 18:00
    • 입  장  료    성인 1,400원, 어린이 1,200원

     

    - 태백 눈꽃축제 

    • 전화번호    033-550-2828
    • 주         소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180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
    • 홈페이지    http://festival.taebaek.go.kr/event/snow/2011/pages/index.asp입  장  료    성인 1,400원, 어린이 1,200원

     

    - 황지연못

    • 전화번호    033-550-2081
    • 주         소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25-4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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