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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 윗비

    리즈 리즈 2013.03.13

    카테고리

    서유럽, 여름, 에피소드

     

    영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 '윗비_Whit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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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 '윗비'를 소개합니다.

    영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너무나 많죠. 단연 런던이 제일 먼저 떠오르실테고 그 다음은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일까요? 작지만 있을 건 다있는 요크, 축구하면 떠오르는 맨체스터. 하지만 윗비는 조금 낯선 이름일 것 같습니다.  처음 여행을 준비하면서, 영국의 바다는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렴 섬나라 여행이니까요. 그래서 몇 군데 동네를 물망에 올렸는데 단 몇 장의 사진 때문에 저는 이 곳에 꽃혀버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워낙 먼 곳이다보니 원래 일정에서 동선이 너무 이탈하는지라, 효율적인 여행을 추구하는 저로서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가며, 저는 이 곳에 도착하고야 말았지요. 두 시간도 채 있지 못했고 꼭 하고 싶었던 다른 일정까지 포기해가면서 찾아온 이곳. 그러나 저는 여전히 영국여행 중 가장 좋았던 여정으로 윗비를 꼽습니다.

    저의 윗비 여행을 찬찬히 소개해볼까요?

     

     

     

    WHO : 나홀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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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은 친구와 떠났지만 윗비는 나홀로 여행이었죠. 앞서 말씀 드렸듯, 워낙 비효율적인 동선이었던 까닭에 친구는 다른 일정을 선택했거든요. 하루 쯤 혼자 다녀도 괜찮겠단 생각에 각자 자신만의 하루를 보냈는데, 돌이켜보니 만약 친구와 함께 떠났다면 이토록 여유있게 다녀오진 못했을 것 같아요. 물론 꼼꼼한 친구 덕분에 일정은 좀 더 충실했겠지만요. 사실 위 사진의 거리도 길을 헤매다 들어선 거리거든요. 정처없이 걸어다녔던 저는, 스마트 폰에 윗비 지도를 넣어갔음에도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도가 필요할 만큼 큰 동네가 아니기도 했지만요.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윗비는 영국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라 여기저기 가족 나들이 중인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 많은 관광지인데도 동양사람은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이에요. 런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죠.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혼자 거리를 걷고 또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 또한 몹시 즐거웠습니다. 극악한 영어실력이 아쉬운 시간이었죠. 진짜 영국 사람의 영어는 알아듣기가 힘들더라고요. 홀로 낯선 여행지를 헤매는 동양 여자에게 호기심을 갖고 말을 건네준 많은 분들이 있었는데 대화를 나누는 게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어요. 하하하~

     

     

     

    WHEN :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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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봄을 넘어 여름으로 가는 시간이었던 유월.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너무 추웠어요. 풀도 파릇파릇하고 이름모를 꽃도 꽤 피어있었는데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차가웠거든요. 게다가 유난히도 흐린 하늘.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흐려도 좋아!" 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맑으면 이 아기자기한 동네가 얼마나 어여쁠지 아쉬웠어요. 사진으로 흐릿한 동네를 보니 또 아쉽네요.  

     

     

     

    WHERE :  Whitby Abb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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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whitby Abbey입니다. 아마 윗비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whitby Abbey를 보기 위해 올 것 같네요. 657년에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수도원은 867년 바이킹의 공격으로 무너졌다고 합니다. 이 후 한차례 다시 세워졌는데 1540년에는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네요. 수도원에 남은 것들은 어딘가 다른 건들의 일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버려진 채로, 건물의 일부는 윗비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아름답게 조각된 돌과 그 모양을 짐작할 수 있는 겉모습으로 과거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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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거대한 건물이 마치 폐허처럼 남아있지요. 이런 모습 덕분인지 윗비의 언덕이 브람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흐려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라큘라'의 배경지 답게 조금은 흐리고 우중충한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이죠. 

    자꾸 위를 올려다보게하는 이 건물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요크에서 만난 민스터는 조금의 개보수를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서 있는데, 그 세련된 느낌과는 전혀 상반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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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재미있는 점 하나. 휴일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행사가 있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세의 모습을 재현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나는데 그 앞 기차모형 안에 그 당시 모습을 재현한 분들이 계셔서 좀 놀란 기억이 있는데요. 윗비에는 한 두분이 아니라 여러 가족이 중세 시대의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실을 잣고 있었습니다.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날카롭지 않은 목검을 들고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요. 오래된 돌담 위에 서서 위용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신나게 포즈를 취해주는 것도 아주 재미있었지요. 

    윗비애비의 입장료는 6.2파운드. 그러나 막상 들어가보면 별 거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멀리서 보는 건물 그 자체가 사실 전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겨우 이걸 보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냐'며 후회하실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흔적과 함께 시간이 멈춘 공간을 사랑하신다면 아마 마음에 드실거에요.

     

     

     

    WHAT :  fish & c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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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영국에 오셨다면 맛보셔야 할 피쉬앤칩스가 이곳에도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서는 더 특별한 피쉬앤칩스를 먹을 수 있습니다. 유명한 가게로는 맥파이가 있는데, 유난히 줄이 긴 가게였습니다. 저는 윗비애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먹을 시간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이곳에 오시면 꼭 맥파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번 쯤 맛보시는 걸 강추합니다!

    저는 피쉬앤칩스를 런던의 어느 식당에서 꽤 비싼 가격을 주고 먹었지요. 여행 내내 먹기에는 질리기 쉬운 맛이지만, 그래도 꼭 한 번 먹어야 할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윗비를 다니다보면 특히 그 유혹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는 않을거예요. 여기저기 생선이 바삭하게 튀겨지는 냄새가 진동하거든요.

     

     

     

    HOW : 기차 혹은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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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비를 갈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런던에서 오신다면 기차를 타야 하지만 워낙 멀다보니 런던을 거점으로 이곳을 일부러 들르는 것은 비효율적이고요, 보통은 요크에 머무르는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크에서는 하루에 몇 번씩 버스가 있을 뿐 아니라, 기차를 타고 올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비슷한데 버스는 요크에서 한 번에 오니까 더 편하게 오실 수 있을거예요. 저는 영국레일패스가 있던 탓에 기차를 타고 왔습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한 영국 신사 분과 단둘이 이층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이층버스 제일 앞에 앉아 덜컹거리는 시간을 공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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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위에서 보는 영국의 시골 풍경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영국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이었는데도 피곤함을 느낄 수가 없었죠. 탁 트인 평원과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보며 차가 적은 도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어요. 외진 곳이라 시간이 많지 않은 점이 아쉬웠는데 제게 한 시간만 더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왕복 네시간이 넘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제가 윗비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두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이 여전히 아쉽네요.

     

     

     

    WHY : 감동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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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윗비를 가야겠다 마음을 먹었을 때 제 스스로에게 몇번을 이야기했죠. 가는 기회비용을 따지면 나는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는데 굳이 그 곳에 가야만 하는 걸까. 그러면서도 어떻게 가야할지 시간을 정하고 짜투리 시간을 다시 쪼개서 일정을 무리하게 잡는 저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정말 가고 싶구나."

    여행이 좋은 점은 한 순간도 불필요한 시간이 없다는 거지요. 윗비에 도착한 순간 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윗비에 가는 기차 안, 기차에서 내려 플랫폼에서 기다리는 시간, 거리를 잘 못 들어 헤매이는 그 시간 모두 여행의 일부인 셈입니다. 굳이 손해냐 이득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행이 좋은게 아닐까요.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았던 윗비는 제게 여러가지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 윗비애비를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199개의 계단, 빨간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그림같이 아름다운 마을, 애비의 낡고 오래된 돌조각, 작고 귀여운 배들. 그 모든 것들을 지금은 사진으로 추억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풍경들을 사진으로 다시 한 번 발견하곤 합니다. 지금도 정말 즐거운 여행이 끝나지 않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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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마주친 윗비.

    처음 영국을 가려고 했던 계기가 BBC 방송국의 드라마 '셜록'이라는 가벼운 이유였던 것 처럼,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이 공간에 다녀왔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사소하고 우연한 계기들로 순간을 채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많은 기대나 욕심을 버리고서 말이지요. 누군가 이 여행기가 사소한 계기가 되어 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을 찾게 된다면 좋겠네요. 그 분이 들려주실 피쉬앤칩스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Information

     

    - 홈페이지 : http://www.english-heritage.org.uk/daysout/properties/whitby-abbey

    - 이용요금이나 오픈시간은 때에 따라 다르므로 홈페이지 참고

    - 가는 법

    1) 요크에서 기차로 환승 

    2)  840 버스 이용 (시간표 : http://getdown.org.uk/bus/bus/840-summer.shtml)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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