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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아스완, 펠루카 타고 키치너 섬으로

    녹색희망 녹색희망 2013.03.12

     

    이집트 아스완 여행

    사막의 오아시스 같던 키치너 섬, 비밀의 정원 

     

    이집트 남동부 아스완주(州)에 위치한 아스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95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곳을, 야간열차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아스완의 첫 인상이 나에게 ' 천국 ' 이었던 것은, 아마도 이집트에 처음 도착하여 카이로에서 머무르는 동안, 내 어린 길벗인 딸아이 손양과 함께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야했던 일들로 몸과 마음이 심하게 지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나일강변을 따라 아름답게 자리잡은 아스완에 도착하여 '천국'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나일 강에서 여유롭게 무동력 펠루카(전통 돛단배)를 탄다거나 꽃처럼 진열되어 있는 과일들을 만날 수 있는 수크(재래시장 ) 를 어슬렁대는 것만으로도 지쳐있는 몸과 마음에 쉼표 하나를 던져 주기에 충분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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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완의 매력은 유화처럼 멋스럽게 펼쳐지는 강가의 풍경은 물론, 그 강을 낀 호텔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점입니다. 물론 외국인 여행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자신들의 이슬람 관습에서 나온 '무작정 내놓으시오 팁'이 있긴 하지만요. 

    나흘 정도 아스완에 머물면서 손양과 나는 그 어느 여행지에서보다 느릿하고 게으른 여행자였습니다. 어느 날은 해가 중천에 뜰 무렵, 늘 같은 장소의 식당에 가서 하루의 첫 식사를 마친 후 펠루카 투어를 하기 위해 나일강변으로 나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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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루카는 삼각형의 돛을 달고 바람의 힘을 이용해 움직이는 전통 돛단배입니다. 이집트의 나일 강은 강물이 흐르는 방향과 바람이 부는 방향이 반대라 돛단배인 펠루카가 수월히 움직입니다. 나일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집트인들의 생필품을 실어 나르던 펠루카가, 요즘에는 나일 강을 따라 유람하고픈 여행자들을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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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루카 투어는 짧게는 서너 시간부터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것까지 다양한 투어가 있습니다.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고, 오직 '가격 타협'이 있을 뿐입니다. 이집트에서는 당연한 일인 듯, 호객꾼들과 펠루카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요. 또는 머물고 있는 숙소의 주인을 통해 소개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처럼 무작정 마음이 동해 나일 강변으로 나섰다면 직접 타협을 해야겠지요. 대략 평균적으로는 1인 1시간에 50~60LE (한화 약 9,000원) 수준이면 적당한 가격인 듯 합니다. (2010년 기준) 조금 더 저렴하게 펠루카 투어를 이용하고 싶다면 6명 정도 팀을 이뤄 이용하면 됩니다. 만약 가격흥정이 번거롭다면 아스완의 호텔이나 여행사를 끼고 펠루카 투어를 신청하면 됩니다. 이 경우, 1인 3시간에 80LE 정도로도 이용 가능하다고 하네요. 

    우리는 오후 4시, 해 질 무렵의 시간에 맞춰 3시간 코스로 펠루카 투어 예약을 했습니다. 한화 12,000원 정도의 가격이었지요. 타기 전, 약속한 일정은 아스완에 있는 여러 섬에 우리를 내려 주고 우리에게 그 섬을 둘러 볼 시간을 주기로 했었지요. 그러나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을 가진 우리의 펠루카 이집션은 그 모든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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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처음 약속한 일정대로 움직여주진 않았지만, 충분히 나와 어린 손양에게 친절했고 예의바른 태도로 일관한 이집션을 슬그머니 용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처음 내가 가고싶어했던 섬은 아니었지만, 그가 마음대로 내려주었던 '키치너 섬'이 더 없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평화롭고 고요한 비밀의 정원 같았던 키치너 섬의 매력에 빠져버렸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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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뭉게구름이 둥둥 떠 있는 코발트 블루 빛의 하늘을 벗 삼아 풀밭에 눕기도 하고, 손끝으로 가만히 나일 강의 감촉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푸름이 가득한 이 조용한 섬 전체가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느껴졌어요. 키치너 섬의 지명은 과거 섬을 소유했던 영국 군인이자 귀족인 키치너(kITCHENER)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섬 전체가 마치 영국식 정원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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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적인 식물과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들, 무더위에 쉬어 가기 좋은 산책로가 황홀경에 빠질 정도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말을 절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지요. 어린 손양에게 당당히 간식을 요구하던 고양이들 역시 산책로의 길동무입니다. 유독 이집트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더라고요. 알고보니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영험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어 죽어서도 미라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 줄 정도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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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치너섬을 돌아다니다 유난히 손양에게 친절하게 섬의 이 곳 저 곳을 '능숙한 영어'로 설명해 주던 이집션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사람의 진심을 먼저 믿게 되는 나와 손양은 마지막에 그가 ' 서비스 팁'이라며 손을 내밀 때가 되어서야 '맞아. 여긴 이집트지!' 하며 자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손양과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우리가 줄 것은 프렌드쉽'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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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완은 이집트 최남단의 도시로, 이집트에서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로 가는 관문이자 고대 무역의 교차점으로 번성한 곳입니다. 그 덕분에 사원과 유적이 이집트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잘 보존되어 있지요.  해 질 무렵, 펠루카가 나일 강을 따라 흐르는 풍경에 그들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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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해봐야 할 것들이 있지요. 카이로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관람을 가장 먼저 꼽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과감히 나일 강에서 펠루카를 타는 것을 빼놓지 말아야 할 필수요소로 내세우고 싶습니다. 느긋하게 강을 따라 흘러가면서 강변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집트인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펠루카를 움직이는 현지 이집션과의 만남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비록 그들이 내게 과한 '박시시(서비스 팁)'를 요구하고 나와 처음 약속했던 사항을 지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이집션의 풍류라며 관대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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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펠루카 아저씨가 오늘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나요? 그래서 엄만 화가 나나요? 엄마가 화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저씬 친절했고 나에게 펠루카를 운전해 볼 수 있도록 기회도 줬고. 착한 사람이었어요. ”

    손양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더이상 화는 나지 않았습니다. 펠루카 위에 몸을 싣고, 어린 여행자 손양과 이집트 현지인의 속살과 아픔까지 보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니 어느 덧 나일 강에 해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INFORMATION

     

    - 아스완은 이집트 남동부에 위치한 곳으로 카이로에서 야간열차로 대략 10시간이 소요된다. 비행기로는 1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 대부분 아스완까지의 이동수단으로 열차를 이용하는데, 야간열차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 야간열차의 경우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간단한 세면대를 갖춘 외국인 전용 객차와 1등석이 따로 있다.

    - 야간열차의 가격은 2012년 기준, 1인 싱글룸 80 USD, 트윈룸 60USD 이며 저녁 8시에 출발한다. 

    - 1등석의 가격은 165EGP (한화 약 30,000원)으로 저녁 10시에 출발한다. 

    - 출발 15일 전부터 예이 가능. 표는 람세즈 역에서 발권, 탑승은 기자역(Giza Station)

     

    녹색희망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낮고 겸허한 세상 바라보기를 통해 ‘공정한 세상’,’윤리적 여행’ ,‘착한 여행’,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으로까지 너른 시야를 갖춘 여행자가 되어간다. 그 이야기는 블러그,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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