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 얼마나 알고 가야 할까?
2011년 처음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을 당시 내 머리속은 백지 상태였다. 외우기 힘들고, 비슷비슷한 이름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지자, 애초에 역사와 관련된 지식들은 배제하고 앙코르와트 그 자체만을 감상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나쁘진 않았다. 배경보다는 건축물 그 자체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었기에 도리어 재미있기 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상상일 뿐이었다. 돌아와보니 기억에 남는 것은 ‘거대하다’는 것과 ‘내가 본 인간의 건축물 중 가장 훌륭했다’ 는 것이 전부였다. 아쉬움이 남았기에 두 번째 앙코르와트는 아주 약간의 공부와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상상이 아닌 실제 앙코르와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이름 때문에 머리가 빙빙 도는 것은 여전하지만, 나처럼 역사에 약한 여행자들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만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Angkor Wat’ Angkor, What?
왕도를 뜻하는 앙코르(Angkor)와 사원을 뜻하는 와트(Wat)가 합쳐진 앙코르와트는 12세기 초부터 수리야바르만 2세가 30년에 걸쳐 건설한 거대한 사원이다. 당시 크메르족은 왕과 유명한 왕족이 죽으면 그가 믿던 신과 합일한다는 신앙 때문에, 자신과 합일하게 될 신의 사원을 건립하는 풍습이 유행했다. 12세기 초, 수리야 바르만 2세가 바라문교 주신의 하나인 비슈누 신과 합일하기 위해 건립한 바라문교 사원이 앙코르 와트이다.
앙코르시대의 개막은 강한 군사력과 지배력을 지닌 자야바르만 2세가 프놈쿨렌으로 즉위하면서 시작되는데 그 후, 야소바르만 1세가 서쪽으로 약 20km 덜어져 있는 앙코르로 천도했다. 이후, 10세기에 왕도는 꼬께르로 이전되었다가 다시 앙코르로 천도되었으며 이후, 오늘 날의 이 곳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12세기 초, 수리야바르만 2세가 앙코르와트를 건설했지만 왕의 사후 참파군의 공격으로 도성이 파괴되었다. 그러나 자야바르만 7세가 참파군을 격퇴하고, 앙코르 톰을 건설해 인도차이나반도 전역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다.
앙코르왕조는 13세기 말부터 오늘날의 태국인 싸얌의 아유타야 왕조와의 전투에서 대패 이후, 쇠망하기 시작하여 15세기경에는 완전히 멸망함에 따라 앙코르와트도 정글 속에 묻혀버렸다.
그러던, 1861년 표본채집을 위해 정글에 들른 프랑스 박물학자가 이곳을 발견했고, 그 때부터 앙코르와트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1972년부터 외부인에게 폐쇄된 이후 낮이면 베트남군이, 밤에는 크메르루지의 게릴라가 번갈아 장악하면서 약탈로 훼손되었으며 수많은 불상이 파손 또는 도난되었다고 한다. 또한, 일부분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바람에 완전한 복구는 어려운 상태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이 마주하고 있는 앙코르와트는 발견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감상 포인트
앙코르와트 사원의 뛰어난 건축양식은 인도의 영향을 받기는 하였지만 건물의 형태나 석조 장식 등 모든 면에서 앙코르왕조의 독자적인 양식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전장 760m에 이르는 제1회랑벽의 부조, 제2회랑 안의 돌로 조형한 샘물 제3회랑 내부의 화려한 십자형 주랑과 탑 등은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서쪽 참배로
보통의 많은 관광객들이 출입하는 방향이 서쪽 참배로이다. 앙코르와트 정면 입구인 서탑문을 지나 중앙사원의 제 1회랑의 서문까지 이어지는 약 540m의 참배로는, 양 옆에 신화에 나오는 뱀의 형상인 나가(Naga)의 난간이 있는데, 난간옆으로는 해자가 있어 해자 위에 비치는 모습 때문에 사진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다섯개의 첨탑 그리고 화랑
앙코르와트의 내부는 다섯 갈래의 탑으로 이루어진 사원과 이를 둘러싼 사원 회랑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안에는 중앙 사원이 세 개의 단 위에 서 있는데, 이 단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며 각각 우주를 이루는 세 개의 요소 땅, 물, 바람을 상징한다. 반면 중앙 탑과 주변의 보다 작은 탑들은 힌두교 우주관의 중심인 메루 산의 봉우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힌두, 그 뒤에는 불교의 중심지로서 건축물 전체가 종교적 역사적 중요한 곳임은 틀림없다.
제 1 화랑
높이 5m, 총 길이 약 700m의 벽면에 힌두교의 신화를 소재로 한 부조가 펼쳐진다. 제 1화랑의 부조는 다른 어떤 부조보다 뛰어난데 섬세한 표현 때문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화랑의 주요 내용은 왕가끼리 왕위를 둘러싸고 처절한 전투를 벌이는 ‘마하바라타’인데, 여기서 비슈누신의 화신인 라마왕자의 얼굴을 수리야바르만 2세와 똑같이 그림으로써 왕과 비슈누신의 일체성을 나타낸 것에 주목해 보자.
제 2 화랑
십자회랑에서 15단의 층계를 올라가면, 동서 115m, 남북 100m의 제 2 회랑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바다의 신인 데바다 부조를 볼 수 있다. 또한 16세기 이후에 안치된 불상을 회랑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내전 시 무참하게 깎인 얼굴 때문인지 조금은 어둡고 침울한 느낌마저 든다.
제 3 화랑
제 3화랑으로 향하는 계단은 계단 하나의 높이가 약 60m로 급경사이다. 2년 전, 독일 여행자들이 계단에서 사고가 난 후로,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다시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었다. 중앙 사당으로 가기 위해서 올라야 할 아찔한 계단이다. 긴장한 얼굴로 한발짝 한발짝 내딛던 세계 여행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중앙사당
중앙사당은 십자회랑에서 제 3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회랑과 사당 사이에는 네개의 연못이 있다. 과거에는 빗물을 담아 두었다고 하며, 중심부에는 깊이 22m 의 구멍이 있는데 그 안에는 수리야바르만 2세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중앙사당을 오르기 위해서는 민소매 티셔츠와 조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아픈이여, 놓치지 말자!
서쪽 참배로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서 오른편에 조그마한 사원이 있다. 8개의 손을 가진 이 불상앞에는 다른 곳에 비해 많은 기도자들이 몰렸는데, 이 불상은 아픈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한다. 불상 앞에 놓여 있는 그릇에 담긴 물을 불상에 바르고 난 후, 자신의 아픈 부위에 톡톡 뿌려주면 그 부위가 낫는다고 한다.
네잎클로버 천지
앙코르와트 너머로 가면 해자가 나타난다. 송글송글 맺힌 이마의 땀을 식히기 위해 앉아 있다가 발견한 네잎클로버! 그러나 신기하게도 모두가 네잎클로버이다. 어릴 적,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샅샅히 뒤져도 겨우 찾을 까 말까한 네잎클로버가 이곳에는 천지를 뒤덮었다. 앙코르와트를 둘러보느라 지친 여행자, 여행 중 행운의 네잎클로버가 필요하다면, 앙코르와트 뒤편 해자를 찾아보자!
여전히 진행중....
여행을 하다 보면, 앙코르와트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들이 참 많다. ‘100년 후엔 앙코르와트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현재 앙코르 와트는 점점 가라앉고 있다’ 등등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유일한 사실은 앙코르와트는 현재 계속적으로 복원공사 중이다는 것이다. 2년 전, 방문했을 때에도 일부는 공사중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공사중이다.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보수공사를 해야한다는 유네스코의 주장과는 달리, 캄보디아는 여전히 관광객들의 방문속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캄보디아의 경제를 쥐고 있는 앙코르와트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어찌 되었든, 앙코르와트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PLUS INFORMATION
앙코르 유적군 성립 연표
657년 |
자야바르만 1세 즉위, 앙코르 지방 지배 |
802년 |
자야바르만 2세 즉위, 앙코르 왕조 번성 |
877년 |
인드라바르만 1세 즉위, 왕도 하리하랄라야 조성(룰루오스 유적군) |
889년 |
야소바르만 1세 즉위, 앙코르로 천도 야소다라푸라 조성(프놈바켕 등) |
928년 |
자야바르만 4세 즉위, 앙코르의 동북쪽 90km의 꼬게르로 천도 |
944년 |
라젠드라바르만 2세 즉위, |
968년 |
자야바르만 5세 즉위 |
1002년 |
수리야바르만 1세 즉위 |
1049년 |
우다야딧야바르만 2세 즉위 |
1112년 |
수리야바르만 2세 즉위, 앙코르와트 건설 |
1177년 |
참파군의 앙코르 도성 점령 |
1181년 |
자야바르만 7세 즉위, 앙코르톰 건설 |
1431년 |
태국군의 침공으로 함락 |
수리야바르만 2세 주신인 비슈누 신은?
힌두교의 3대 주신중 하나이며, 태양신으로 세계를 구제하는 신으로 인간이나 동물로 변한다. 힌두교에서는 부처도 화신으로 여긴다고 한다.
* 취재지원 : 하나투어
호주, 뉴질랜드, 인도,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였으며, 뷰파인더로 여행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여행 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