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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신창리 해안도로 따라 커피 한 잔

    리즈 리즈 2013.03.25

    카테고리

    제주, 음식, 겨울

     

    제주 신창리 해안도로를 따라 커피 한 잔_바이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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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랑살랑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문득 아쉬움으로 남은 지난 겨울의 제주도 여행이 떠오르는군요. 제가 떠난 12월 말의 제주도는 유난히 춥고 탐스런 눈송이가 흩날리던 한겨울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가 여행자에게 늘 친절한 건 아닙니다. 출발하기 전만해도 해안가를 다닐거면 눈 걱정은 안해도 된다더니 옴팡 눈을 맞았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떠난 여행이라 감기라도 걸릴새라 걱정이 많았죠.

    사실 겨울이 아니라고 해도 제주도 여행의 변수는 많아요. 사계절 내내 바람이 많은 제주는 불현듯 춥다고 느낄 수도 있고, 비가 올 수도 눈이 올 수도 있겠죠. 변덕스러운 제주의 날씨에도 아름다운 제주를 즐길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 곳은 풍차가 도는 신창리 해안도로 입니다.

     

     

     

    신창리 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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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리 해안도로는 이미 출사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해안도로라고 해요. 풍차가 돌고 있는 멋진 곳이기 때문이죠. 바다가 아주 가까워서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아주 제대로 입니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차 안에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처음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제주에 온 기분을 내고 싶어서 바다 근처를 많이 돌았는데요. 역시 외딴 섬을 배경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풍경이 제주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날씨가 좋다면 더욱 좋겠죠. 창문을 하나 열어놓고 바다 내음을 실컷 쐬면서요. 제가 떠난 12월은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잔뜩 찌푸린 하늘과 추운 바람이 가득합니다. 본격적으로 내리는 눈 덕분에 가시거리가 몹시 짧아졌죠. 파란 바다도 높은 하늘도 없었습니다. 텅빈 도로와 조그마한 1000cc 경차 한대가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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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리 해안도로가 유명해진 것은 바로 이 풍차 때문입니다.

    날씨가 짓궂어 좋은 것은 풍차가 힘차게 돈다는 것 밖에 없는걸까요?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내렸다가도 금세 차에 올랐습니다. 몸이 휘청일만큼 바람이 거세게 불었거든요. 그래도 해안도로를 도는 내내 풍경이 아주 예쁩니다. 제주도식 낮은 돌담길 사이로 흩어진 커다란 풍차. 그 사이사이로 푸른 빛이 올라오는 게 며칠전까지만해도 따뜻한 기운이 돌아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지금쯤이면 더 파랗고 더 예쁘겠죠.

    해안도로도 타고가다보면 제주도 해안 특유의 검은 돌들이 이국적으로 보여 몇 번이고 차를 세워달라고 했습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차가 많지 않아 마치 도로를 전세낸 듯 하네요. 그래서 마음껏 풍경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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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원래 루트는 이곳에서 해안도로를 달리고 수월봉에 올라 석양을 보는 것이었는데 사진으로 보이는 것처럼 석양은 이미 물건너 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월봉을 잠시 들렀다 신창리로 향했습니다. 대부분 렌트카를 이용하신다면 당연히 네비게이션을 이용하실텐데 해안도로를 가실 예정이라면 네비게이션은 별 도움이 안됩니다. 해안도로를 검색해서 갈 수는 없으니까요.

    지도를 보시고, 원하는 해안도로의 입구에 검색이 가능한 건물등을 찾으셔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시작시점에 서면 잠시 네비를 끄고 해안을 따라 달리는거죠. 지금까지 시끄럽게 떠들던 네비게이션양의 목소리도 잠시 꺼두고요. 신창리 해안도로를 가시고 싶으시다면 이정표로 '김대건 신부 기념관'을 입력하세요. 그곳에서 해안도로가 시작됩니다.

     

     

     

    바이린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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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원하는 맛집이나 까페를 가기 위해 얼마나 스마트폰을 두들겼는지요. 평소에 충전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게는 배터리가 없어서 허덕이기 일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에 타기만하면 열심히 다음행로나 맛집들을 검색했죠. 그 중 유일하게 리뷰를 읽지 않고 간 까페입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공간을 보면 이끌리듯 들어가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저 아기자기한 까페는 지나치면서 도저히 안들어갈 수 없겠더라고요.

    한시간 정도는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이 있을 것 같아서 신창리 해안도로 맛만 보고 다시 돌아오기로 합니다.  바이린 하우스는 김대건 신부 기념관에서도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아주 초입에 있어서 망설이실 수도 있어요. 해안도로를 보기 전에 과연 나는 이 따뜻한 까페에 가야 하는가. 운전을 하느라 힘드신 엄마를 조금 쉬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게에서 안온한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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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자 에이드와 로열밀크티를 마시기로 합니다. 유자에이드는 유자청을 직접 만들고, 소다수를 넣어 달지 않게 만들었다고 자랑하시더군요. 처음에는 제대로 저어 먹지 않아서 왜이렇게 단가 했는데, 잘 저어서 먹으니 아주 맛있었습니다. 저는 얇아서 조심스러운 유리잔에 담긴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따뜻한 우유와 진한 홍차가 어우러져 부드럽습니다. 시럽을 넣으니 여행이 주는 고단함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가끔 까페를 가면 정성과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메뉴들이 있죠. 워낙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다보니 편리함을 추구하며 과립이나 파우더로 만들어지는 음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음료들은 끝맛이 끈적하고 지나치게 단 경우가 많죠. 하지만 바이린 같은 가게도 있습니다. 음료 한 잔에도 시간을 들이는 곳. 우유를 따뜻하게 데우고 홍차를 진하게 우려서 맛을 내는 시간. 유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설탕에 재워두었다가 알맞게 시간이 흐르면 유자를 걸러서 청으로 두는 그 시간. 그런 시간들이 내는 맛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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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은 테이블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겠지만 바이린 하우스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자리였던 창가의 바(Bar)에 앉기로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가만히 앉아 바다를 보다보면 무서울정도로 부는 바람 때문에 날씨가 시시각각 변합니다. 해가 나올라치면 추위도 무서울 것 없이 뛰어나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차귀도가 그런 마음을 더욱 돋구어주었죠. 따뜻한 햇살이라도 한가닥 쏟아지면 어찌나 반가웠는지요. 재미있는 건 이렇게 따뜻한 풍경은 겨우 1-2분. 다시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고 눈이 옵니다. 다른 분들은 제주를 뜨거운 태양과 파란 바다로 기억하시겠지만 제게 제주는 춥고 역동적인 바다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어서 제주를 다시 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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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이 보이는 풍경을 그립니다. 오랜만에 와이파이가 되는 까페에 왔으니 엄마는 카톡으로 그 동안 미뤄두었던 연말인사를 전하는 중이었죠. 저는 오랜만에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기로 했습니다. 모두 같은 바다를 보면서, 함께 한 시간도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습니다.

    그림 속에 새겨진 그 날의 풍경은 지금 거실의 액자 한켠에 꽂아두었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 본 이 그림에서 저는 행복했던 가족 여행을 떠올릴겁니다. 사진이든 그림이든 남겨놓으면 추억을 찾는게 한결 수월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렇게 맹목적으로 열심히 찍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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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우리는 해안도로를 향하기로 합니다.

    정말 딱 맛만 보고 이곳으로 돌아왔거든요. 시간도 해가 질 시간인지라 저지리로 가려면 조금 서둘러야 합니다. 해안도로를 꽤 돌아갔는데, 바다와 하늘 사이로 얼핏 보이는 작은 틈새로 석양의 아름다운 빛들이 내리는 것 같아 창문에 붙어 눈에 담았습니다. 몇 장은 찍기도 했는데 동생 녀석이 이런 건 사진보다는 눈에 담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퉁을 주더군요.

    가족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지금까지의 수많은 여행보다 더 많이 신경쓰고 노력했지만 그만큼 편하고 즐거웠다는거예요. 왜 그동안 그렇게 미뤄두었는지 역시 경험해봐야 안다니까요. 겨울에 하는 제주여행은 막상 도착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겨울이라 더 여유가 넘치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뜨거운 한 낮 제주에 다시 오고 싶지만요. 멀고도 가까운 제주의 사계절을 모두 경험해보고 싶네요.

     

     

     

    Information

     

    바이린 하우스

    주소 : 제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4233

    전화번호 :064-773-1602

    홈페이지 : http://바이린하우스.kr/skin15/index.php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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