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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가장 아름다운 노을, 단수이 스타벅스

    Wish to fly Wish to fly 2013.05.12

    카테고리

    대만, 음식, 풍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 있는 카페

    대만 단수이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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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그리고 장소

    오늘 이 글은 엄밀히 말하자면, 여행에서 마주한 '건축'이라기보다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일 듯 싶다. 5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건축'이라는 단어와 '장소'라는 단어는 이음동의어처럼 말하고 써 왔던 것 같다. 하나의 장소에 건축이라는 행위가 발생하면 그 장소는 그 건축물의 힘을 빌어 또 다른 장소로 탄생한다. 결국 장소 안에 건축이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장소가 있는 셈이다.

    여행 이야기의 첫머리 치고는 좀 무겁게 시작하긴 했지만 이는 여행에서 마주했던 좋은 장소를 소개하기 위한 자기합리화 같은 것, 그리고 멋지고 매력적인 건축물이 오늘 이 글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예고같은 것이기도 하다. 허나 나는 이것도 또 다른 의미의 건축기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장소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건축재료인 법이니까. 

     

    단수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곳

    타이페이, 정확히는 단수이를 여행한 것은 2년 전의 늦은 여름이었다. 정말 더운 날이었다. 날짜로는 9월이었지만 여기는 남국, 타이완이었다. 소금 땀이 내내 흘렀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시리도록 파란 하늘 빛을 보여주었으니 용서해 주련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곳, 그 이름도 아름다운 대만의 소도시 단수이에 도착했을 즈음, 뜨거웠던 하루 해는 이미 하루 일을 마치고 그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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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하늘 빛도, 그 아래 맑은 물도 붉은 빛을 강하게 뱉어내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을 보기 위해 이 곳을 찾은 발걸음은 자연스레 급해질 수 밖에. 여유로운 여행을 원했으나 언제나처럼 총총거리는 걸음으로 단수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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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런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어찌 걷기만 할 수 있으랴. 반 정도는 초조함에 불안한 마음으로, 또 반 정도는 될대로 되라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단수이를 뛰듯이 걸었다.

    이 곳 단수이는 옛 역사가 담긴 건축물인 홍마오청이 있고, 가슴 따뜻하게 하는 주걸륜의 영화 '불능설적비밀'의 배경인 단장중쉐/담강중학이 있는 곳. 그러나 그 장소들, 건축물들을 다 직접 만나봤음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가장 진하게 남은 풍경은 단수이 맑은 물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그것이었다. 여행의 하루를 마감하며 진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태양이 제 얼굴을 감출 때까지 오래도록 노을을 만끽할 수 있었던 그 장소와 그 순간이야말로, 여기 단수이에서의 가장 사랑스러운 기억이 된 것이다. 

     

    단수이 스타벅스

    - 주소 : No. 205, Zhōngzheng Rd, Danshui District, New Taipei City, Taiwan 251

    - 가는 법 : MRT Danshui 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단수이에는 두 곳의 스타벅스 지점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지점은 강변을 따라 10분 정도를 걸어야 마주할 수 있다.

    - 홈페이지 : http://www.starbucks.com.tw

    - 건축가 : 알 수 없음.

    - 요약 :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소음 범벅의 스타벅스는 내 앞에 마주 앉은 사람의 목소리도 제대로 듣기 힘들다. 그러나 여기 타이페이 단수이의 스타벅스에서라면 그런 걱정일랑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게다가 멋진 노을도 모두 공짜이니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단수이 역으로부터 단장중쉐, 홍마오청을 돌아 여기 단수이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뜨거운 태양과 씨름했던 터라 조금은 지쳐있는 몸, 하지만 진한 커피 한 잔이라면 그 여독쯤이야 금세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여행 아니던가. 아메리카노를 한 잔 받아들고는 노을을 만끽하기 위해 2층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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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에 앉아 땀을 식힌다. 가뜩 뜨거워졌던 몸을 추스르고 나니 그제야 하늘 빛, 물 빛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의 시선도, 그 장소를 공유한 이름 모를 타인들의 시선도, 모두 창 밖을 향한다. 매직아워라고 하는 시간이었다. 해 지기 직전, 그리고 해 진 직후의 짧은 시간. 그 시간은 가장 아름다운 하늘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자, 그 빛을 받은 모든 사물들이 가장 진한 색을 드러내는 시간.

    그 시간이라면 혼자라도,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라도, 좋을 것 같았다. 나도 그랬고 그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길 바라다. 같은 곳을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진 그 하늘 빛 시간 동안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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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스에 나와 바깥 바람을 마주한다. 붉은 빛과 푸른 빛이 기싸움을 하는 무지개 빛 그라데이션.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 싸움은 푸른 빛의 승리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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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은 제 모습을 감추고, 손톱만큼 남은 붉은 빛이 하루의 끝을 장식한다.

    강과 바다가 조우하는 바로 그 앞에서는, 매직아워의 하늘 빛, 물 빛을 담으려는 이들의 '작품활동'이 펼쳐진다. 이미 짙어진 하늘 빛. 때문에 사진은 잔뜩 어둡고 프레임 안에 담아낸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지라도, 그들은 즐겁고, 설레고,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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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과 밤의 경계에서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다가오는 밤이 썩 반갑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나의 여행은 짧은 여행, 오늘이 지나면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꾸만 밤으로 물드는 하늘이 야속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밤을 고마워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미 짙어져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새까만 밤하늘이 되었지만, 오늘 하루 소금 땀을 흘리게 한 시리도록 파랐던 하늘도, 방금 전 짙은 붉은 빛을 보여준 노을도 분명 그 안에 있을 터이니.

     

    타이페이와 단수이를 여행하는 당신, 커피 한 잔 하세요

    커피는 좋아하지만, 스타벅스라고 환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 곳을 찾은 이유도 그저 노을을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 그렇기에 나는 이 장소를 당신에게 추천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특히 스타벅스의 짙은 커피향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그리고 또 커피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노을 빛을 만끽하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당신 역시 이 곳을 사랑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조금 특별한 스타벅스를 경험하고 싶은 스타벅스 매니아.

    타이페이를 여행하는 나 홀로 여행자.

    노을을 보며 설렁설렁 걷는 즐거움을 아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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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밤이 되었다

    여기 단수이도, 단수이의 스타벅스에도 밤이 찾아왔다. 또 다시 한참을 걷고 지하철을 달려 타이페이로 돌아가야 하는데, 단수이의 붉은 빛에 빠진 여행자의 발이 쉬 그 걸음을 떼지 못한다. 커피와 짙은 노을과 단수이의 매력에 흠뻑 젖었나 보다. 단수이를 찾은 당신. 당신도 조심하시라. 그 노을 빛의 매력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Wish to fly

    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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