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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힐링, 마곡사 솔바람길을 걷다.

    왓쯔업 써니 왓쯔업 써니 201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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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 역사/종교,

                             

    봄날의 힐링, 마곡사 솔바람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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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이 필요한 시간 

    내 마음은 지난 몇 일 간 몹시 지쳐있었다. 마음먹은 만큼 일은 되질 않았고, 세상의 모든 벽이 막혀 있는 것만 같았다. 아침에 일어남과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로 머리까지 지끈거렸다.‘나란 사람,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와 같은 사춘기 시절 했을 법한 질문들이 끝없이 팝업창처럼 떠올랐던 것이다. 이제는 생각하는 것 조차 귀찮아졌을 무렵, 주말이 다가왔고 내겐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

    나는 그렇게 일요일 아침 공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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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 선생을 따라 나서다.

    공주로 떠난 이유는 단 한가지. 바로 마곡사 솔바람길을 걷기 위해서이다. 마곡사 솔바람길은 백범 김구 선생께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후 마곡사(백련암)에서 은거 수도생활 할 때 구국의 일념으로 사색했던 백범의 발자취를 찾아 명상길로 조성한 것이다. 마곡사 솔바람길의 힐링 코스는 3가지로 나뉜다. 백범길 코스로 불리는 제 1코스는 마곡사-김구선생 삭발터(재현)- 군왕대를 거쳐 다시 마곡사로 도착하는 코스로, 총 이동 거리는 3km, 소요시간은 50분이다. 

    명상 산책길인 2코스는 마곡사를 거쳐 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약초마을)-마곡사로 되돌아 오는 코스로 총 이동 거리는 5km,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마지막으로 송림숲길인 제 3코스는 마곡사에서 시작해 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아들바위-나발봉-전통 불교문화원-다비식장(죽음체험장)-장군샘(옻샘)-군왕대를 거쳐 마곡사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총 이동거리는 11km,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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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 산책길을 오르다.

    마곡사를 조금 지나자, 길 위에는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조용했다. 희한하다. 유명지라면 보통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인데, 이 곳은 참으로 조용하다. 그래서 생각이 필요한 내게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그리고 소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니 맑은 공기가 내 코속을 간지럽혔고, 머리가 한결 가벼워 졌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나는 왠지 지겹도록 물고 온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도 잠시. 쉴 새 없이 나타나는 오르막길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오르막이 끝나갈 때 즈음, 내심 내리막길을 기대해 보지만 또 다시 나타나는 오르막길에 ‘이 곳에서 어떻게 명상이 가능하단 말인가?’ 하며 갑자기 김구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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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스로 백련암에 다다르고....

    그렇게 씩씩 거리며 백련암에 도착했다. 앞서 말했듯 백련암은 1869년 명성왕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안악군 치하포에서 일본군 특무장교를 처단한 후 1898년 마곡사에서 계를 받고 수행하던 곳이다. 

    얼마 전, '서프라이즈'라는 방송에서 마곡사에 관한 이야기를 봤던 터라 한결 쉽게 이해하고 이 절에 들어섰다. 조그만 암자 사이로 흘러나오던 불경과 향냄새. 나는 카메라와 가방을 내려놓고 법당으로 성큼 들어갔다. 특이하게도 백련암 법당 안에는 김구선생님의 사진이 한 켠에 걸려있다. 나는 그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어떻게 이 길위에서 명상을 하셨습니까?’ 

    ‘저는 누구입니까?’

    이런 질문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었다. 가끔 사람들은 해답이나 해결책이 아니 그냥 자신의 이야기가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법당안에 있던 시간이 꼭 그랬다. 어떠한 답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질문들을 쏟아내고 싶었다. 그러고 나자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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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신발을 신다.

    백련암 위로 끝없이 이어진 계단이 있다. 그 계단은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주시는 마애불 기도처로 이어지고 돌 위에 새겨진 마애불 기도처를 지나고 나면 활인봉으로 이어진다. 마애불 기도처에서 활인봉까지는 총 1.6km이지만, 소나무 사이로 난 꼬불꼬불 산길이라 훨씬 힘이 든다. 그 때, 나와 동행했던 남자친구가 김구선생님의 명상길에선 명상을 할 수 없다고 투덜거렸다.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불편한 신발을 신기면, 발이 너무 아파 다른 고민들을 생각할 수가 없대. 그러니 오늘 우리 불편한 신발을 신었다고 생각하자.” 그랬더니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함께 걷던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고 끝날 것 같지 않던 길을 따라 계속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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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인봉에 다다르자, 조그만 정자가 나타났고 드디어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마치 인생의 그래프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 것이다. 발걸음이 빨라지자 나는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노래 한곡을 신나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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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길은 거짓말이다.

    노래를 불러서도 아니고, 이제 2코스가 거의 끝나가기 때문도 아닌데도 희한하게도 마음 한켠이 가벼워 졌다. 모든 마음의 짐들을 어디선가 조금씩 내려 놓은 듯 하다.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여 가며 쉴새 없이 오르고나니 내가 가지고 있던 근심, 걱정과 미련, 오해들이 한 순간에 사려졌고, 도리어 미련스러웠던 지난 날을 되돌아 볼 여유가 생겼다. 물론 너무 힘들어 생각할 겨를 조차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명상길을 오르는 동안 그 간의 고민들을 떠올리려해도 내 머릿속은 백지처럼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결국 부질없는 생각들은 그만 하자!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 것이 인생살이에서의 고민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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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송이 마을, 생골마을

    생골마을에서 마곡사로 내려오는 그 길목에는 밤나무들이 곳곳에 있다. 수백그루의 밤 나무 아래로 밤송이들이 떨어져 있었고,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나무 가지에는 마지막 밤송이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척박한 돌산을 개간하여 만든 논과 밭. 농경지에서 나온 돌으로 탑을 만들어 놓을만큼 척박해 보이지만, 생골마을은 그래도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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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골마을이 끝나고 이윽고 나타난 마곡사. 어느 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오늘 하루 가슴의 짐들을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버려뒀다.

    힐링, 그거 참 쉬워! 힘들게 명상길을 걷고 나니, 희한하리만치 마음이 가벼워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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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공주 가는 방법

    1) 버스

    서울에서 출발(1시간 3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20~40분간격) - http://www.exterminal.co.kr/

    남부시외버스터미널- (20~40분간격) - http://www.exterminal.co.kr/

    동서울 시외버스터미널)1시간 간격) - www.ti21.co.kr

     

    2) 기차 

    서울에서 공주로 곧장오는 직행이 없으므로 환승하여야 한다. 환승 벙밥은 천안 혹은 대전에서 가능한데, 버스로 환승 후 다시 지역의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해야 함으로 버스를 추천.

     

    마곡사 가는 방법

    공주 종합버스 터미널에 내려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30m 걸어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 곳에서 770번을 타면 된다. 770번은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므로 버스표지판에 적혀 있는 시간보다 약 15분 정도 늦게 도착한다. 배차간격은 약 1시간. 소요시간은 시내버스정류장에서 45분,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약 30분 소요.

     

    종합버스터미널 -> 마곡사 버스 배차 시간 
    06:10 / 07:00 / 07:50 / 08:50 / 10:00 / 10:50 /12:00 / 13:00 / 14:00 /15:00 /16:00 / 17:20 /18:20 / 19:30 / 20:30

    마곡사 -> 종합버스터미널 버스 배차 시간
    07:00 / 07:50 / 08:50 /09:40 / 11:00 / 11:50 / 13:00 / 14:00 /15:00 / 16:00 / 16:50 / 18:20 / 19: 30 / 20: 20 / 21:10 

     

    마곡사 입장료 

    어른(2,00원) / 청소년,군경(1,500원) / 어린이 (1,000원)
    무료입장 : 경로증, 장애인, 국가유공자 (단, 신분증 지참)

     

     

    ※ 마곡사 홈페이지 => http://www.magoksa.or.kr/

    ※ 또 다른 국내 봄여행이 궁금하다면? => http://bit.ly/N9Q7ha

     

     

     

     

    왓쯔업 써니

    호주, 뉴질랜드, 인도,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였으며, 뷰파인더로 여행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여행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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