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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의 제국, 포르투갈! 에그타르트의 형님 만나다.

    지란지교 지란지교 2013.05.15

    카테고리

    서유럽, 음식

     

    달달한 빵의 제국, 포르투갈

     

    학창시절 국어시간,

    나는 순우리말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빵'이라는 단어가 외래어였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게다가, 익숙한 미국이나 중국, 일본도 아니고 우리나라와 역사적 관계가 없는 듯한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에서 왔다니! 

    물론 포르투갈과 교류를 하였던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으니 직수입은 아닌 셈이지만,

    그 낯설고 먼 나라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Pão'[뻐웅]이라고 부른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들의 '뻐웅'이야말로 우리의 '빵'이 될 자격이 있다고 200%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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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은 가히 빵의 종주국이라 할 만하다. 특히 달콤한 제과 분야에 있어서는 비교를 거부한다.

    500여 년전 대항해시대의 선두주자였던 포르투갈은 최대 식민지인 브라질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사탕수수를 수탈하여 확보하게 되었고, 따라서 일찍이 달콤한 디저트를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작금의 포르투갈은 대항해시대의 번영을 만나기 어렵지만, 거리 곳곳에 달콤한 영광의 흔적이 건재하다!

    바로 곳곳에 위치한 '파스텔라리아(Pastelaria)''콘페이타리아(Confeitaria)'가 그 영광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파스텔라리아는 파이나 케이크 등 달콤한 제과를 총칭하는 '파스텔(Pastel)'을 파는 곳이다.

    일종의 제과점이지만 빵과 커피 외에 식사와 술을 팔기도 한다.

    콘페이타리아는 카페테리아의 포르투갈어로서, 역시 빵과 커피를 파는 제과카페이다.

    역사가 200년에 가까운 오래된 곳부터 고급스러운 곳, 서민적인 곳까지 다양하며 하나같이 기가 막힌 맛을 자랑한다. 

    단, 노약자나 임산부는 괜찮지만 칼로리에 민감한 분들은 방문을 삼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Antiga Confeitaria de Belem (Pasteis de Be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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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의 국가 대표 달달함은 누가 뭐래도 '파스떼이스 드 나따(Pasteis de nata, 이하 나따)'이다.

    직역하자면 '크림(nata)이 들어있는 빵과자' 정도일 것이다. (*Pasteis는 Pastel의 복수형)

    이제는 우리 나라 동네 빵집에서도 만날 수 있는 '에그타르트'의 형님격이랄까?

    포르투갈의 '나따'가 마카오로 넘어가서 변형된 것이 에그타르트이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형님만한 아우가 없다고 했던가? 에그타르트와 유사한 모습이지만, 포르투갈 본토의 맛은 상상 초월이다. 

    패스츄리처럼 부드럽게 바스러지는 파이 안에 설탕과 계란 노른자가 잘 배합된 커스터드 크림이 움푹 자리하고 있다.

    그 동그란 녀석을 한 입 베어 먹는 순간은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갑자기 딴 세상으로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보기에도 노릇노릇하게 구어진 겉의 바삭함, 속의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동시에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뇌에서 세로토닌을 마구 분비시켜준다.

    시나몬이나 슈가 파우더를 살짝 뿌려서 먹으면 더욱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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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따는 포르투갈 모든 빵집에서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아이템에는 원조가 있는 법.  

    이 나따의 명가(名家)는 리스본 벨렘 지구 있는 '안티가 콘페타리아 드 벨렘 (Antiga Confeitaria de Belem)'

     

    1837년 이래로 176년이라는 장구한 역사 만큼이나 긴 손님의 행렬 덕분에

    별도의 안내 책자없이 벨렘 지구에 그냥 가더라도 한눈에 이 집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다.

     

    상점명과 다르게, 상점 외부에는 일종의 상품이자 브랜드 명인 '빠스떼이스 드 벨렘(Pasteis de Belem)'이라고 되어 있다.

    벨렘 지역이 나따의 탄생지이자 메카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 벨렘 지구에 있는 수녀원에서 수녀들이 옷 깃에 풀을 먹이기 위해 계란 흰자를 사용했는데,

    이 때 버리게 되는 노른자를 활용고자 나따를 만들게 되었다는 탄생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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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 내부는 코발트 빛깔의 아줄레주와 세월이 묻어나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아름답다.

    나따와 벨렘 지구의 역사까지도 알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 또한 진열되어 있어, 박물관에 와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매장의 크기는 꽤 크지만, 자리는 항상 만원이기 때문에 차라리 테이크아웃하여 근처 강변에서 바람과 함께 먹는 것도 팁이다.

     

     

    INFO

    - 주소 :  Rua Belém 84-92, 1300-085 Lisboa,

    - 가는 법 : 15E 트램이나, 201번 714번 727번 728번 버스등을 타고  Belém-Jerónimos 정거장에서 내리면 바로 보인다. 

    - 가격 : 나따 1개에  1.05 유로(2013년 4월 기준) /  6개 들이, 12개 들이, 50개 들이로도 포장 판매

    - 전화번호 : +351 213 637 423 

    - http://www.pasteisdebelem.pt

      

     

     

     

    Confeitaria Nac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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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본의 중심지인 호시우 광장 옆의 피게이라 광장(Praca da Figueira)에 가면,

    유난히 쇼윈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은 집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빵들을 보고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이고,

    그 매장은 '콘페이타리아 나쇼날 (Confeitaria Nacional)'이다.

     

    이곳 역시 거의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거니와 리스본에서 가장 맛있고 세련되된 맛을 즐길 수 있는 제과점이다.

    소문난 맛집에 먹을 거리가 없다고들 하지만 이곳은 와보면 명성이 당연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빵들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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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에 들어서자 마자 진열장에 놓여있는 탐스런 케이크와 파이들이 눈을 자극하고, 달콤한 빵과 커피의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사실 시각적으로는 여느 유럽에서 보는 것과 같은 '화려한 마카롱'이나 '사랑스러운 케이크'같은 여우스러움은 없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담은 듯, 소박하고 정겨운 모양새들이 오히려 맛에 대한 신뢰감을 준다.

     

    이 곳에서는 모든 빵이 다 맛있어 보여서, 인간의 한정된 뱃속 용량을 탓하게 된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하는지, 진열장 앞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달달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음껏 성찬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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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본의 달달한 먹거리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볼루 헤이(Bolo rei)'를 일단 하나 골랐다.

    '볼루(Bolo)'는 케잌이란 뜻으로 파스텔리아 같은 카페에서 이 볼루가 붙은 메뉴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볼루 헤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포르투갈의 전통 케잌이다.

    파운드 케잌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 여러 설탕으로 코팅된 과일과 견과류 등이 올려져 있다.

     

    꼭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어도 파스텔라리아에서 이렇게 조각으로 팔고 있어, 쉽게 맛볼수 있다. 

    파운드 케잌류임에도 불구하고 느끼하거나 더부룩함은 전혀 없고 속이 편안하다.

    큼직하게 씹히는 견과류과 과일들이 건강빵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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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우스의 빵(Pão de Deus)'은 그 이름과는 달리 비교적 소박해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가장 위의 하얀 소보로 같은 부분은, 달콤한 코코넛 맛과 함께 정말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특별한 맛이 있었다.

    상층부분을 다 먹고 난후 남은 나머지 부분은 단맛이 연하게 나서 질리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었다.

    커피와 함께 한끼 식사로도 그만이다.

     

    아울러, 이 집에서도 리스본의 명물 '나따'가 있는데, 벨렘의 나따와는 미묘하게 다르면서 조금더 세련된 맛이랄까?

    여기서 나따를 먹었다면 굳이 벨렘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맛이다.

    이 집은 리스본에 왔다면 꼭 한 번 이상은 방문하시라! 

     

     

     

    INFO  

    -  1층은 테이블과 함께 간단히 빵만 먹고 갈 손님들을 위한 스탠딩 자리도 있고, 2층에서는 식사도 할 수 있다.

    - 주소 : Praça da Figueira 18B, 1100-241 Lisboa

    - 홈페이지 : http://www.confeitarianacional.com

    - 가격 : 단품 빵 종류는 1유로~2유로 선 

    - 전화번호 : +351 213 424 470

     

     

     

     

    Pastelaria G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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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에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포르투갈의 북부 내륙지방에 위치한 빌라 헤알(Villa Real).

    이렇다 할 명소나 관광지가 없는, 아주 평범한 소도시인 이 곳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파스텔라리아가 있다.

    1925년 고메즈라는 창업자의 이름을 딴 파스텔라리아 고메즈(Pastelaria Gomes).

     

    관광객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도시의 파스텔라리아이기에 오랜 시간 함께한 현지인들이 손님의 전부이다. 

    양복을 차려입은 노신사, 오후의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시는 할머니들이 이 파스텔라리아의 풍경이 되고 있다.

    대도시가 아닌, 조그만 지방도시에도 내공이 상당한 제과점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유명세보다는 맛이라는 정도(正道)를 지켜나가는 평범한 고집 또한 감동스러웠다.

    마케팅으로 중무장한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추억의 동네 빵집이 문을 닫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진정한 빵의 제국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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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 안에 어떤 사람의 흉상이 있어서 재미있게 관찰해보았다.

    그 어떤 위인도 아닌 가게의 창업자인 '마노엘 도스 산토스 고메즈'의  것이었다.

    그 역사와 전통을 자부하는 듯한 모습과,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 초지일관 맛을 지켜가겠다는 모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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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ngo라는 빵은 결마다 촉촉한 과일 시럽이 베어져있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그냥 Bolo라는 도너츠과의 빵은, 우리나라의 옛날 도너츠같은 모습에 안에는 커스터드 크림이 겉에는 설탕이 묻어있는데,

    기름맛이라던가 느끼함이 하나도 없이, 속이 편하면서 마음껏 달달함을 즐길 수 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이렇게 편안한 달콤함을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일까?

    맛, 재료의 건강함, 평범한 고집 등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는 이 파스텔라리아 고메즈에서의 시간은 참으로 소중했다.

      

     

     

    INFO

    - 주소 : Rua António Azevedo 2 Vila Real 5000-514, Portugal

    - 가는 방법 : 포르투(Oporto)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가량 소요. 빌라 헤알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법원 광장 근처로 가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으면 그 근방에 위치.

    - 가격 : 단품 가격은 1유로~2유로 선

    - 전화번호 : 351- 259- 309- 710

     

     

     

     

    Confeitaria Peixi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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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Oporto)에서 남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바다 근처의 운하 도시 아베이루(Aveiro)에는 독특한 모양의 전통 빵과자가 있다.

    오부스 몰레스 (Ovos Moles). 달걀의 부드러움 정도로 해석되는 이 조개같은 모양의 과자는, 맛이 정말 독특하다.

    얇으면서 약간 바삭한 겉 껍질 안에는 달걀 노른자와 설탕을 배합한 노란 크림이 들어있다.

    달걀 노른자 냄새가 강하게 나는 노란 크림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먹다보면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형용할수 없는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 기차역에서 볼수 있는 '만주'정도 되려나? '굳이' 비교하자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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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오부스 몰레스는 아베이루 시내의 제과점 곳곳에서 먹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전문점으로는 Confeitaria Peixinho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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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부스 몰레스에 대해서 자세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던 사장님.

    과자 속의 노란 녀석의 정체는 이런 모습이라며 달걀 크림이 담겨져있는 용기를 꺼내서 보여주시고 시식을 시켜주시기도 하셨다.

    외국인에게 하나하나 알려주시는 모습에서 단지 물건을 팔기 위한 친절함이 아닌,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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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부스 몰레스 외에도 이 달걀 노른자 크림을 바탕으로 다른 형태의 빵과 파이 등이 더 있었다.

    Pao de Lo de Ovar는 약간 카스테라 같은 형태지만, 더 부드럽고 속에는 역시 노란 크림이 들어있다. 

    Barquinhos de Ovos는  오부스 몰레스와 비슷한 맛인데 파이에 가깝다.

    겉 부분이 노릇노릇 구워져서 조금 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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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에는 오부스 몰레스를 넣는 전통 용기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항아리 같기도 하고 러시아 인형 같기도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베이루의 대표적인 경관인 운하와 등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베이루의 대표적인 디저트면서, 특산품이기도 한 오부스 몰레스를 이런 용기에 넣어서 선물을 하기도 한다고.

    전통을 그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세련되게 지켜가는 그들의 지혜가 부럽고 감탄스러웠다. 

     

     

     

    INFO

    - 주소 : Rua de Coimbra 9, 2810-086 Aveiro

    - 가는 방법 : 아베이루 중심 운하변에 있는 아베이루 시립 도서관에서 옆 길로 들어가면 바로 나옴. 

    - 가격 : 오부스 몰레스는 개당 0.50 유로, Pao de Lo는 미니 사이즈 한개당 1유로. 

    - 전화번호 : +351 234 423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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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하자면, 내가 포르투갈의 빵을 처음 맛본 곳은 사실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버스를 타고 넘어오는 중에, 포르투갈의 내륙 어딘가에서 들렸던 조그만 휴게소.

    포르투갈의 상징인 '파스테이스 드 나따'가 휴게소 안 진열대에 소담하게 있었다.

    흔히, 휴게소 음식은 맛이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여기도 그럴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맛을 보았다.

    하지만, 어찌나 달콤하고 맛있던지.

    휴게소가 이 정도라면 과연? 도착하게 될 리스본에 대한 기대가 무한 증폭되었다. 

    그랬다. 여기는 빵의 제국, 포르투갈이었다.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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