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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의 품격, 인연의 물방울이 내리는 일본 시마네현

    Song Song 2013.06.04

     

    일본 시마네현을 여행하다

    시골의 품격, 인연의 물방울이 내리는 곳

     

    여행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을 여행할 때는 괜시리 마음이 급하다.

    그 지역의 유명한 관광지를 찾고, 누구나 추천하는 맛있는 식당을 찾고, 남들 다 보고 오는 것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다. 남들 다 보고 오는데 못 보고 오면 뭔가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그러다보면 이게 누구를 위한 여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

    그런데 반해 내가 떠났던 일본 시마네현 여행은 그야말로 무 계획이었다.

    심지어 그 지역에 무엇이 있는지, 가장 유명한 스팟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 10분이면 닿을만큼 지척인 곳,

    하지만 도쿄와 오사카, 훗카이도에 밀려 늘 '다음 기회에'로 미뤄두었던 곳, 그 곳에 갔다.

    쉽게 말해 시골, 아무 계획없이 여행길에 오른 내가 이 곳에 온 단 한 가지 이유는 휴식과 정리.

    그런 점에서 이 곳은 내 계획에 더할 나위 없이 딱 맞는 공간이었다.

     

     

    마쓰에 역사의 상징, 마쓰에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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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인 지방에서 유일하게 에도 시대의 건축 양식 천수각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에는 총 12개의 현존하는 천수각이 있는데 이 마쓰에성이 크기로는 두번째, 높이로는 3번째, 오래되기로는 6번째로 손꼽히는 곳이란다.

     

    마쓰에를 통치했던 호리오 요시하루가 1611년 지은 이 곳은

    큰 재해를 입은 적도, 보수를 한 흔적도 거의 없어 에도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5층이나 내부는 총 6층. 마쓰에 성을 구경하는 것은 무료이나 천수각에 오르기 위해서는 550엔을 내야한다.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권을 제시하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돗토리현과 시마네 현에는 이처럼 여권을 제시하고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굉장히 많으니

    티켓팅을 할 때는 다짜고짜 여권을 내밀고 보는 것도 여행 경비를 아끼는 좋은 방법이 될 것.

    성의 남쪽으로는 오하시가와, 성 주변에는 호리가와가 흐르고 있어 일본 3대 호성으로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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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수각에 오르는 대신 유람선을 타고 마을 구석을 돌아보기로 했다.

    일본 대부분의 성에는 성을 감싸고 도는 물길이 있다. 마쓰에 성을 감싸고 있는 건 바로 호리가와.

    원래는 전략적 구조의 일환으로 적군의 침략에 대비해 설계되었지만 이제는 성이 있는 마을 전체에 운치를 더해준다.

    여유롭게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직접 걸어서 골목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호리가와 유람선을 타는 것도 추천.

    약 한 시간동안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물 위의 산책로를 거니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호리가와 유람선도 여권을 제시하면 50% 할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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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이라고 해서 한강에 떠다니는 페리 수준의 유람선을 생각하면 오산.

    자그마한 통통배인데다 다리도 높지 않아 몇 개의 다리를 지날 때는 고개를 숙이고 배의 지붕조차 낮춰야 할 정도다.

    약 한 시간의 운행 동안 모두 16개의 다리를 건넜고,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한국 관광객이 많을 때는 한국어로 된 음성 해설도 진행되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탑승객이 일본인이라 가이드는 일본어로 진행되었다.

    일본어라곤 일본인 친구들과 일본영화, 드라마를 통해 귀동냥으로 얻어 배운 게 전부지만 3분의 1정도는 알아들으니 괜시리 뿌듯.

    함께 간 일본 친구가 영어로 통역해줘 놓치고 가는 부분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투어 중간 즈음 가이드이자 사공인 아저씨가 직접 노래도 한 자락 불러준다.

    둥둥 떠있는 배 위에서 듣는 한 자락의 선율이라. 캬, 유유자적한 은둔 선비라도 된 기분이다.

    11월부터는 유람선에 난방기구 고타츠가 설치되어 겨울에도 추위 걱정없이 유람선 일주를 할 수 있어 365일 유람을 즐길 수 있다.

    살을 에는 추위라도 뜨끈뜨끈, 나른하게 만드는 고타츠가 있다면 부러울 게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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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츠에성을 운치있게 바라보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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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 마을의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을 즐기며 물 위의 산책을 즐기다보면 백조에게 먹이를 주는 동네주민도 만날 수 있다.

      

     

    일본 최고의 정원, 아다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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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최고'라고 꼽은 명소에 가기 전에는 괜한 기대감이 생긴다.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감히 모두가 '최고'로 꼽는걸까?

    미국의 일본 정원 전문지 <Journal of Japanese Gardening>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9년 연속 최고의 정원으로 꼽은 아다치미술관이 그랬다. 미술관보다 정원이 아름다운 곳. 이 곳은 어떤 곳일까.

     

    JR야스기 역, JR요나고 역, 다마쓰쿠리 온천 등에서 미술관까지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여럿 있으니

    홈페이지(http://www.adachi-museum.or.jp/e/i_shuttle.html)에서 미리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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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다치 미술관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여행객들 누구나 기억할만한 광경은 바로 이것.

    아쉽게도 아다치미술관 정원에는 발 하나 디딜 수 없다. 오로지 창문을 통해 눈으로 감상할 뿐이다.

    창문을 통해서 보는 풍경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고, 그려진 그림보다 4계절 같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각각의 풍경에 넋을 놓게 된다. 

    아다치 미술관 곳곳에는 이렇게 프레임형태로 만들어진 창이 많다. 그야말로 거니는 정원이 아니라 감상하는 정원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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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하게도 아다치미술관의 수많은 정원 속에 꽃은 단 한 송이도 없다.

    기암괴석과 흰 모래, 너무나 예쁘게 다듬어진 잔디와 나무들, 그리고 사이사이로 흐르는 물.

    푸른 빛 가득한 정원을 노니는 건 오직 자그마한 새들 뿐이다.

    그야말로 고요함의 절정 속에 놓여진 아다치 미술관.

    미술관 내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보면 1,000엔 이라는 비싼 커피값은 그저 풍경값으로 지불해도 좋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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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개관한 아다치미술관은 일본 미술의 거장 요코야마 다이칸의 일본화를 중심으로 1,500여 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2010년 오픈한 신관에는 아다치 미술관이 직접 주최하는 아다치 미술관상 수상작을 비롯해

    일본 현대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어 일본 미술을 감상하기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는 컬렉션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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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

     

    이렇게 시마네현은 차분하다. 외부와의 교류에 대한 갈망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해야할까.

    오히려 전통, 본래의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미처 이 지역의 특색을 알지 못하고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다소 무덤덤한 느낌에 당황할 수도 있을 것.

    하지만 하늘의 구름 뒤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시마네를 천천히 여행하다보면

    점점 이 작은 시골마을의 품격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Song

    이야기가 가득한 일상을 꿈꾸는 20대. 터키교환학생을 비롯해 필리핀, 싱가폴,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을 여행하며 길 위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배우는 중. 꿈꾸듯 행복하길, 매일 여행하길, 내일 더 사랑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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