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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정과 열정사이의 피렌체, 또 다른 풍경들

    Song Song 2013.06.07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내 서른번째 생일날, 나와 함께 올라주겠니?

    냉정과 열정사이, 피렌체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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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으면 멀리 여행을 떠나라는 말이 있다.

    그 곳에서 내 옆에 있었으면 하고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바로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함께 쓴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오는 말이다.

    약 10년 전, 두 권의 소설로 먼저 만났고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도 상영관을 떠날 수 없게 했던 <냉정과 열정사이>.

    나에게 이탈리아 피렌체는 '냉정과 열정사이' 그 자체였다.

    로마에서 피렌체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OST 'The Whole Nine Yards'를 들을 때는 기대감과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누벨라 역에 도착해 만난 피렌체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날 반겨줬다.

    마치 골목길을 걷다보면 '냉정과 열정사이'의 주인공 쥰세이와 아오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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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

     

    '꽃다운 성모마리아의 대성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곳은 1296년부터 1437년까지 무려 150여 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장미색, 흰색, 녹색의 3색 대리석으로 꾸며진 화려한 외관은 꽃의 성당으로 불리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성당을 구경하는 건 무료지만 조토의 종루나 두오모 쿠폴라에 오르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조토의 종루에 오르면 두오모 쿠폴라까지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난 '냉정과 열정사이' 주인공들의 발자취를 좇아 두오모 쿠폴라에 오르기로 한다.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는 연인이 함께 오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 연인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그런 이유로 쥰세이와 아오이가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장소가 이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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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오모 쿠폴라에 오르기 위해 쿠폴라 입구로 출입해 천장을 올려다보면 '최후의 심판' 벽화를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바사리의 작품으로 평소 존경하던 미켈란젤로가 성 베드로 성당 천장화를 완성한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아무리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여행을 떠나기 전 미켈란젤로에 대해서는 약간이라도 공부를 하길 권한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아는 순간 성당 한 켠의 벽화가,

    스치듯 지나가는 '그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 어느 순간의 세상'이 되어 나에게 다가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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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106m에 이르는 붉은 돔 쿠폴라의 464개의 계단은 직접 걸어서 올라야 한다.

    길이 좁은데다 많은 관광객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길이 막히기가 다반사.

    중간중간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여행자도 있고, 얼른 정상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에 직진만 하는 여행자도 있다.

    혹시라도 마주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면 살짝 옆으로 비켜서주자. 좋은 구경하러 가는데 굳이 얼굴 찌푸릴 이유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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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쿠폴라에 오르는 일행이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아오이와의 10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쿠폴라에 오르는 쥰세이의 기분을 최대한 느끼고 싶었던걸까.

    '냉정과 열정사이' 의 OST를 들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를 만나러 가기 몇 분 전 마음으로 계단 하나하나를 밟았다.

    464개의 계단을 올라 정상에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마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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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왔다. 약 10년 전, '냉정과 열정사이'를 처음 읽고 나도 무조건 피렌체 두오모에 올라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와 함께라던지, 언제 가야겠다던지 그런 상세한 계획은 하나도 없이 막연히 가야겠다는 생각 하나 뿐,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지금 산타크로체 성당과 미켈란젤로 언덕이 마주보이는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의 한 켠에 앉아 있다.

    여길 함께 오르고 싶을만큼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도, 우연히 마주치면 좋겠다 싶은 사람도 없는데 난 왜 그렇게 여길 오고 싶어했을까.

    단지 높은 곳과 붉은 색 지붕에 대한 집착만은 아닐텐데 싶지만, 아무렴 어떤가. 10년간 가보고 싶던 곳에 왔다는 게 중요하지.

    단지 이 곳 쿠폴라에 오르고 싶어 피렌체에 왔지만 너무 아름답고 벅차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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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내 서른번째 생일날 나와 함께 올라가 주겠니?"

    - '냉정과 열정사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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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전 세계 어딜가나 사람들은 "내가 지금 이 순간, 이 곳에 있다"라는 기록을 남기길 좋아하나보다.

    사실 이 사진 중 "그립다"가 적힌 사진은 나와 동행한 미국인 친구가 찍었다.

    한국말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그녀가 이 사진을 찍었기에 깜짝 놀라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슬퍼보여서 찍었어." 놀라우면서도 대단한 순간이다.

    엄마를 향한 철없는(?) 아들의 메세지도 묘하게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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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간이 넘게 두오모 정상에 앉아 <냉정과 열정사이>의 여운에 잠겨있다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적었을 낙서를 발견하고 친구와 함께 웃어버렸다.

    언젠가, 나는 누군가와 함께 이 곳에 있을 것이다.

    피렌체 두오모를 찾은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바라는 바가 아닐까. 누군가와 함께 다시 이 곳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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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도 물론 좋지만 피렌체의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바로 이 곳, 미켈란젤로 광장이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첫 장면도 이 곳에서 촬영한만큼 두오모 쿠폴라와 조토의 종루, 피렌체 도시를 모두 다 내려다 볼 수 있어 아름답다.

    붉은 피렌체의 지붕들 덕분에 더욱 더 로맨틱한 도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쥰세이를 사랑한 아오이, 아오이를 사랑한 쥰세이. 그리고 그들이 사랑한 피렌체. 참 사랑이 가득한 도시다.

     

     

     

    Special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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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히 마주친 피아트(Fiat) 로드쇼 퍼레이드

      

    계획되지 않은 이벤트를 만나는 기분은 늘 설렌다.

    피렌체 두오모에 오르기 하루 전, 설렘을 가득 안고 베키오 다리를 걷던 중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발견한다.

    거리 가득한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니 눈 앞에 보이는 건 다름 아닌 이탈리아 최대의 자동차 회사 피아트(Fiat)의 퍼레이드.

    창립 100주년을 거뜬히 넘긴 피아트는 이탈리아 자동차의 아이콘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동호회가 있을만큼 사랑받는 차다.

    한국에서는 거리에 세워진 피아트를 보면 예쁘다며 사진을 찍기 일쑤였는데, 이탈리아에서는 그야말로 거리의 흔한 차, 국민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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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 선 아저씨에게 물으니 이 퍼레이드는 피아트 동호회 Fiat 500 Italia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퍼레이드란다.

    돈주고도 못 볼 이 퍼레이드를 우연히 본 우리는 마치 선물이라도 받은 듯 기분이 좋다.

    끊임없이 달려오는 다양한 종류의 피아트 시리즈를 보니 운전자들 역시 각양각색.

    옆 자리에 인형을 앉혀놓고 달리는 남자부터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지 캠코더를 든 채 운전하는 운전수,

    온 가족이 좁은 피아트 소형차 안에 끼여 앉아 있지만 웃음을 잊지 않는 예쁜 가족, 국기를 휘날리며 손을 흔드는 아이까지.

     뜻 밖에 마주한 장관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의 모습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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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피아트도 교통체증만은 피해갈 수 없나보다.

    이런 퍼레이드는 쌩쌩 달려주는 게 제 맛인데, 신호에 걸려버렸는지 아르노강변에 죄다 멈추어 서버렸다.

    뭔가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뒷모습을 가진 피아트.

    여행객으로서 쉽게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장면을 기억 속에 차곡히 담는다.

     

     [youtube]http://youtu.be/OMMCmulNqPI[/youtube] 

     

     

     

    Special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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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이코노미(Super Economy) 요금으로 트랜이탈리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유럽을 여행하는데 있어 철도는 빼놓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다. 그래서인지 유레일 패스를 이용해 유럽을 여행하는 이들이 많은 편.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별도의 예약비가 약 7유로씩 들기 때문에 유레일 패스 이용이 썩 유용하지 않다.

    게다가 이탈리아 철도청인 트랜이탈리아(Trenitalia) 홈페이지는 느린 속도와 잦은 결제오류로 여행객들의 골머리를 썩이기 일쑤!

     

    하지만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한 이들은 트랜이탈리아 홈페이지(http://www.trenitalia.com/)를 주목할 것.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법, 유럽여행 역시 '얼리버드' 여행족들이 저렴한 티켓을 잡는다.

    트랜이탈리아의 티켓은 여행예정일로부터 무려 4개월 전부터 오픈되는데,

    이른바 미니(Mini)요금이라고 불리던 최저요금은 슈퍼이코노미(Super Economy)요금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기존에 30-50유로가 넘는 티켓을 9, 19, 29유로에 구매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슈퍼 이코노미 가격이다.

    1등석과 2등석 모두 슈퍼이코노미 요금으로 예약가능하다. 예약 방법 역시 간편하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출발, 도착 도시와 여행 날짜를 선택하고 조회된 요금 중 Super Economy 요금이 남아있다면 예약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2달 전 슈퍼이코노미요금으로 로마-피렌체 구간 18유로, 피렌체-베니스 구간 9유로, 베니스-밀라노 구간 9유로에 티켓을 예약했다.

    단, 예약 날짜 혹은 시간을 변경할 경우 이탈리아 내의 기차역이나 트랜이탈리아 티켓 여행사에서만 가능하다.

    (구간에 따라 변경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할 것. 환불은 50% 환불 수수료를 제외하고 가능)

    이탈리아 기차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슈퍼이코노미 티켓을 놓치지 말자. 기차요금을 아끼면 저녁식사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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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로 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 검색하기 : http://www.hanatour.com/asp/booking/airticket/gi-10000.asp

    - 이탈리아 자유여행 시작하기 : http://www.hanatour.com/asp/booking/freestyle/freestyle-main.asp

    -하나투어 이탈리아 자유여행 특전 : http://www.hanatour.com/asp/promotion/autopromo/ap-20000.asp?promo_code=P09212

     

     

     

     

     

     

     

     

    Song

    이야기가 가득한 일상을 꿈꾸는 20대. 터키교환학생을 비롯해 필리핀, 싱가폴,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을 여행하며 길 위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배우는 중. 꿈꾸듯 행복하길, 매일 여행하길, 내일 더 사랑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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