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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동 기찻길, 사람도 강아지도 행복한 산책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05.18

    카테고리

    서울, 엔터테인먼트,

     

    항동 기찻길, 사람도 강아지도 행복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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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한 봄이 왔다.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집에서 쉬자고 다짐했던 주말이었다. 그런데 햇살은 어찌나 화창한지, 집안 구석구석 들쑤시며 데굴거리던 감자와 오이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제발 우릴 내버려두라며 방구석에 웅크리고, 컴퓨터 화면만을 들여다 보고 있었지만 결국 쏟아지는 햇살이 이기고 말았다.

    '이 화창한 날 집에 있으면, 햇살에 대한 그리고 들꽃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이왕 나가기로 했으니 저 멀리 교외로 훌쩍 떠나고 싶었으나, 이미 해는 중천. 뚜벅이 가족인 우리를 재빠르게 교외로 데려다 줄 이동수단이 없었다. 그때 딱 떠오른 곳이 바로 항동 기찻길. 예전부터 이야기는 들었지만 한번도 가 볼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딱 좋은 목적지였다. 기찻길은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에서 시작하여 시흥시 부근까지 이어지는데, 오류동역부터 굿모닝 아파트 근처까지는 이미 문명의 손길(?)이 닿아있으므로, 역곡역이나 온수역에서 내려 항동 저수지에서부터 시흥 방향으로 걷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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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기 

    햇살은 감자와 오이뿐만 아니라 까비양에게도 속삭였나보다. 까비양은 우리보다 먼저 현관문에 코를 묻고 쉭쉭 바람을 불어댄다. 마치 그러다보면 언젠가 이 문이 열리리라는 확신이라고 있는 듯 말이다. 14살의 노견임에도 만년 '강아지' 소리 듣는 우리집 귀염둥이를 실망시킬 수 없기에, 모시고 산책갈 방법을 연구해보았으나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 기차 등에 애견을 데리고 탈 경우에는 반드시 캐리어에 머리나 꼬리가 나오지 않게 넣어서,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과 위화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캐리어도 없을 뿐더러 한국동물보호연합회에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사실 지하철 1-4호선에는 규정상 애완동물의 탑승이 불가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동네 산책이나 시키자며 데리고 나오긴 나왔는데, 이렇게 꽃밭에 묻혀 초롱초롱한 눈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차마 집으로 돌려보내고 우리끼리만 놀러갈 수가 없었다. 결국 생각해낸 방법은, 까비양 자전거 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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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요렇게 까비양을 자전거 앞바구니에 태우고 가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당황한 까비양이 계속 뛰어내리려고 시도했으므로 목줄을 매는 조끼에 목줄 대신 긴 끈을 걸어 안전벨트를 만들어주었다. 안전벨트를 자전거 앞바구니에 잘 묶어서 바구니 밖으로 뛰어내릴 수 없도록 길이조절을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바짝 묶어도 애견이 몸을 세우고 앉거나 편하게 엎드릴 수 없기 때문. 푹신한 쿠션까지 깔아주니 까비양 제법 편안한 눈치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의 산책길에 오를 수 있었다. 

    7.3kg에 달하는 중형 비만견을 자전거 앞바구니에 실었더니, 처음에는 중심잡기가 힘들었는데 금세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잔뜩 긴장하고 있던 까비양도 어느새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가늘게 뜨며 바람을 즐기기 시작했다. 한쪽 앞발도 스타일리쉬하게 바구니 밖으로 편히 빼고는 비스듬히 기대앉아 속도감을 즐기는 눈치다. 마치 선글라스라도 씌워줘야 할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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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찻길 옆 오막살이~

    드디어 긴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기찻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니 이곳이 정녕 서울이란 말인가?
    그렇다. 부천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지만 행정구역상 이곳은 서울이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부천 역시 매우 번화한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화한 두 도시 사이에 이런 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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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고도 이미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사진의 다정한 두 친구처럼 우리도 손잡고 걷는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지만 사진 찍어 줄 사람이 없다.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도 끓인다는데, 까비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보다. 내가 그렇게 쉬지 않고 찍어대는데 찍는 법을 배우는 것은 고사하고, 아직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화들짝 놀라 팝콘 튀기듯 도망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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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다보니 기찻길 밑으로 물길도 지나간다. 바싹 말라있는 물길에 폴짝 뛰어내린 오이군. 까비양과 눈높이를 맞춰주겠다며 내려갔으나 전혀 관심없는 까비양. 그녀는 지금 흙냄새 맡느라 너무 바쁘다. 대체 동물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여담이지만 누군가 동물들의 생각을 영상이나 글로 표현해 주는 기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하긴, 그래봐야 식사 때 마다 왜 나는 안주고 너 혼자 다 먹냐며 불평만 듣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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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수원엔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시골길이다. 조금 촌스럽긴하지만 남들따라 선로 위에서 균형잡기도 해보고, 영화 속 장면처럼 누워도 본다. 좋다. 나오길 잘했다. 우릴 밖으로 몰아낸 햇살에게 고마웠다. 

    한적하기 그지없는 기찻길이지만 (그래서 눕기도 했지만) 사실 이곳은 아직도 하루에 한 두번 화물선이 지나간다고 한다. 따뜻한 햇살아래 실바람 솔솔 불어오는 기찻길에 누워있으니 잠이 온다. 물론 목숨을 걸고 잠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애써 잠을 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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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찻길 옆 농장에서 거위가 꽥꽥거린다. 자유로운 인생은 아니지만 연못까지 있는, 나름 호화로운 저택에서 생활하는 녀석이다. 한가운데 거만하게 머리를 치켜들고 앉아서는 성주 행세를 한다. '이 성은 내 성이니라. 쳐다보지 말거라.' 하고 외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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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모를 들꽃이 가득 피어있는 기찻길.
    오랜만에 보는 일단 멈춤 표지판. 
    이 모든 것을 서울 하늘 아래에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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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개들도 한가로운 오후를 보낸다. 그런데 이 때, 주인과 함께 어슬렁어슬렁 주말 산책을 나온 다른 개 두마리를 보고 까비양이 경계를 시작한다. 개로 태어나 개를 싫어하는 까비양은 다른 개들만 보면 전쟁을 일으킨다. 이번에도 가만히 뒀다가는 또 짖고 덤빌 것 같아서 위험을 감지한 오이군이 까비양을 안아올렸다.  

    이렇게 항동 기찻길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반려동물들에게도 사랑받는 산책로이다. 차가 다니지 않으므로 반려동물들도 안심하고 신나게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기찻길은 주변의 낮은 산길과 연결 되어 있는 곳도 많으므로 여러 산책코스를 조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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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표지판은 구로구에서는 구로올레길이라 하여 지방하천과 산길을 조합한 추천 산책 코스를 보여준다. 항동 기찻길은 구로올레길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온수역에서 하차하여 지도상의 빨간 산림형 코스 3을 따라 천왕산 부근으로 오다보면 만날 수 있다.

    시골의 정취가 그리운 주말, 추천하는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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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항동 기찻길 

    1호선 오류역 또는 역곡역에서 하차. 항동저수지 또는 천왕산 방향으로 15분쯤 걸으면 기찻길과 만나게 된다.
    정해진 코스는 없으므로 시흥방향으로 걷다가 되돌아온다.

     

    반려동물 대중교통 이용 방법

    일반적으로 소형 반려동물은 캐리어에 반려동물의 신체 일부가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넣에 같이 탑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마다 그 규정이 다르다.

    - 시내버스 : 시내버스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냄새나 털등으로 불쾌감을 크게 주지 않는 상식선에서
    작은 반려동물은 이동장에 넣어서 동반탑승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승차를 거부하면 다음 번호로 전화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 승차거부 시 신고전화 : 500-4143~5, 국번없이 120 ) 

     - 지하철 : 규정에 의하면 1-4호선 지하철의 경우, 케이지에 넣은 조류, 소충류, 병아리와 인도견을 제외한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 동반탑승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반려동물 동반탑승이 불가피한 때에는 반려동물을 이동장에 넣고, 탑승 시 역무원과 승객의 동의를 구하면 탑승 가능할 때도 있다. 5-8호선 도시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구간에서는 이동장이나 가방 등에 넣어 반려동물과 함께 승차 가능하다.  

    기차 : 기차의 경우, 인도견을 제외한 반려동물이 다른 동승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철도직원이 판단할 때는 동반탑승을 거절당할 수도 있다. 반드시 이동장을 이용하고 냄새나 배설물 등으로 인해 주변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한다.  

    전세버스 : 규정에 의하면 전세버스의 경우, 인도견을 제외한 반려동물 동반탑승은 불가능하다.  

    고속버스 : 규정에 의하면 고속버스의 경우, 인도견을 제외한 반려동물 동반탑승은 불가능하다.  

      

    자세한 규정은 한국동물보호연합 홈페이지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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