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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브로브니크의 음유시인, 한밤의 재즈카페에서

    wAnderwoman wAnderwoman 2013.06.24

     

    두브로브니크의 음유시인, 한밤의 재즈 카페

    TROUBADOUR Jazz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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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순간이 있다.

    내가 어디에 있는건지 인식하지 못하고

    내가 여행 중이라는 것조차 잠시 망각해버리는 그런 순간.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동이 미처 트기도 전에 택시를 타고 두브로브니크의 거리를 달리던 그 순간.

    그때 난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면 A와 B와 C를 하고 어딜 어떻게 가야하며... 등등. 차분히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매일 해오던 일인 것마냥, 마치 출근길에 오늘 할 일을 잠시 정리하는 것처럼.

    하지만 내 의식은 아직 잠이 덜 깬 것인지 혹은 환상의 순간에서 미처 돌아오지 못한 것인지

    나도 모르게 어제 한밤의 재즈카페 속으로 자꾸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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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빛으로 물들었던 오후의 모습과 사뭇 다른 느낌을 발산하는 밤의 두브로브니크는

    같은 길을 걸어도 시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 지겹지가 않다.

    어둠이 내려 고요해진 중세도시는 좁은 골목 한켠에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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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지면 구시가지를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골목 구석구석 레스토랑 혹은 카페나 바로 몰려든다.

    오래된 궁전에서는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고, 어느 골목 어귀에서는 거리 악사의 외로운 음율이 흘러나온다.

     

    하루종일 걸어다니던 두 발은 어디엔가 쉴 곳을 찾았고

    발이 멈춘 곳은 두브로브니크 대성당 뒤쪽 골목 한켠 노천 재즈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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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OUBADOUR", 한글로 하자면 "음유시인"이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출입문 옆으로 드럼세트, 스탠드 마이크, 피아노, 그리고 색소폰이 자리잡고 있고

    골목 어귀 카페 앞마당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평상시에는 밴드가 연주하다가 기분 좋으면 주인장이 나와서 노래한다는 소개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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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연주는 즉흥적이다.

    제대로된 전통재즈는 아니지만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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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한 꼬마 여자애는 연주자들 앞에 서더니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린 아이의 어설픈 몸짓이었지만 눈에선 열정이 스쳐보였다.

    그곳의 손님들에게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었고,

    첫 줄에 앉아 있었던 나의 시선은 줄곧 그 아이의 몸짓을 좇고 있었다.

     

    정말 순간이었다.

    그 작은 아이는 곡이 끝나는 순간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내 볼에 쪽-하곤 뽀뽀를 하고 간다.

    그 순간 잠시 시간이 멈추며 그곳은 진공의 공간이 되는 느낌이랄까.

    환상에 사로 잡혀버린 듯 언어로는 설명하기 힘든 순간을 경험하였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왜 나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점잖은 체 얌전히 앉아 있지만 눈짓으로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는 걸 그 꼬맹이가 알아채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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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그저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가볍게 커피나 한잔 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춤추는 꼬마 숙녀를 만났고, 카페 주인장이 나와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하는 가 하면

    손님으로 온 노신사가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한 곡이 끝나면 또다른 노신사가 마이크를 잡고, 그렇게 시작된 콘서트는 끝이 날 줄 몰랐다.

    한켠에 함께 자리한 그들의 일행은 실력으로 보나 외형적으로 보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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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어느샌가 기타연주자가 추가되고, 우리는 맥주를 추가 주문했다.

    한산했던 골목은 밤이 깊을수록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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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노래는 합창이 되기도 하고, 때론 의자 위에서 들썩이던 엉덩이를 일으켜 세워서는 온 몸을 흔들기도 했다.

    어르신들의 흥겨운 춤사위는 골목 한켠에서 계속되었다.

    자리 잡고 앉았던 사람들이나 골목을 지나던 사람들이나 똑같이 분위기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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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새벽 이른 시간 비행기에 대한 걱정은 이미 포기해버렸고, 이 은근발랄한 흥겨움은 자정이 넘도록 끝나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밤이 지는 지 모르는 모양이다.

     

    자리를 떠나 골목을 벗어난 이후로도 그 곳의 음악은 희미하게 울려퍼졌다.

    그렇게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마지막 날 밤은 흘러갔다.

     

    새벽녘 공항으로 달리는 택시 안에서 마치 꿈을 꾸 듯 내 마음은 한밤의 재즈카페로로 자꾸 돌아가고 있었다.

     

     

     

    INFORMATION ;

    910

     

    Troubadour Jazz Cafe

    Buniceva 2, Dubrovnik, Croatia 20 323 476

     

    위치:  오노프리오 분수대에서 플라차대로를 쭉 걸어낼와 시계탑 앞 막다른 길에 닿으면

    오른쪽으로 간다. 골목 골목을 지나다 보면 골목 어귀에 걸어둔 커다란 콘트라베이스가 보일 것이다.

     

    영업시간 :

    일요일 -  목요일  :  09:00 AM - 01:00 AM
    금요일 & 토요일 :  09:00 AM - 02:00 AM

    밤 10시 이후로는 붐빌 수 있으니 그 이전에 가야 자리 잡기가 쉽다.

     

     

     

     

     

    wAnderwoman

    없는 휴가 붙이고 붙여 세계 일주를 꿈꾸는 보통 직딩. 여행 결정은 충동적으로, 여행 준비는 다소 꼼꼼하게, 여행 수습은 다녀와서...! http://louiejung.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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