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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스본 알파마, 길을 잃어도 괜찮아

    지란지교 지란지교 2013.06.26

     

    길을 잃어도 괜찮아

    리스본의 알파마  Alfama in Lisb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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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본의 알파마에서는 여행자의  '소중한 종이' 인 지도는 내팽겨쳐도 좋다.

    이리저리 얽힌 골목길, 짭짤한 생선 튀김 냄새,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 햇볕 아래 나풀거리는 빨래들, 바람처럼 들려오는 파두(fado) 소리... 발걸음 닿는대로 정처없이 걷다 보면 가장 아날로그하면서 정겨운 광경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마치 실적이라도 올리듯 장소를 찍고 찍는 여정이나, 다른 사람들이 다니는 코스를 따라잡는 답습이 아니라, 그저 나만의 템포와 발걸음 그리고 본능으로 알파마의 길을 다녀보길 부탁한다. 누군가의 책 제목처럼 부디 길을 '잃어'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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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본의 오래된 기억, 알파마

    리스본 건축물의 나이들은 타 유럽 도시에 비해 짧은 편이다. 바로 1755년 리스본의 모든 것을 갈아엎은 대지진 때문. 그 때 유일하게 피해를 당하지 않은 곳이 있으니, 바로 알파마 지역이다. 

    알파마(Alfama) 지구는,  리스본의 하늘 위로 봉긋 솟은 상 조르즈 성 (Castelo de Sao Jorge) 동쪽 언덕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땅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리스본 역시 8세기경 '무어인'(Moors, 북아프리카계 이슬람교도)의 지배를 받았는데, 그 당시 무어인들이 정착하면서 마을의 기초가 형성되었다. 수백 년 후 공식적으로 무어인의 지배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그들의 혼혈 후예들은 계속 이 땅에 남았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서민과 노동자 계층, 이주민 등이 살아가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한다. 고로, 이곳 알파마는 리스본의 가장 오래된 모습과 더불어 서민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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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적인 여정, 노란트램  28번

    비좁은 골목길을 따라 낡은 집들이 빽빽한 곳까지  삐걱거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트램 28번. 트램 28번은 리스본에서 가장 낭만적인 노선을 자랑한다. 물론 알파마 지구는 걸어야 제 맛이지만 한번 쯤은 이 감성 전차  트램 28번을 타고 언덕을 올랐다가, 내려 올 때 걸어오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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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도로 위에는 차로와 전차로가 구별되어 있지 않는고로,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된다. 주차된 차들과 골목 사이를 종이 한장 차이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여자 운전수의 노련함! (놀랍게도 트램의 운전수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때때로 길 한복판에 잠시 정차를 한 트럭 때문에, 트램을 비롯해 줄줄이 차들이 멈춰서기도 한다. 그럼 트램 운전수는 소리마저 아날로그인 경적을 삑삑 울려댄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처럼 삿대질을 한다거나, 걸쭉한 육두문자 따위를 내뱉지는 않는다. 승객들도 덩달아 덤덤하다. 이들에게 늦고 빠름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손해 안보고 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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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마의 랜드마크, 포트라스 두 솔 광장 (Largo das Portas do sol)

    트램을 탔다면 이 포트라스 두 솔 광장에서 내려서 '알파마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내에서 28번 트램을 타고 올라오다 대성당(Sé Catedral)을 지나 좁은 골목의 끝에 나오는 첫 번째 광장이다. 이곳은  알파마의 미로 속을 해매게 될 때, 기준점으로 삼으면 용이하다. 그리고 리스본을 굽어보는 '상 조르주 성'으로 올라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특히 골목으로 누비기 전에 오밀조밀한 알파마를 전체적으로 바라 볼수 있으며 노천카페나 테라스 등이 있어 시원한 경치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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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덤히 흘러가는 시간들

    포르투갈 전반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불분명한 나라이다. 빠르게 변해야 살아남는 이 시대의 풍조에 큰 관심이 없다. 자본의 흐름에 민감하게 움직이지도 않고, 유행에 집착하지 않으며, 과거의 것을 무조건 뒤엎지 않는다. 그렇다고, 작위적인 모습으로 옛 것을 고수하는 억지도 부리지 않는다. 덤덤하고 평범하게, 그리고 소박하게 현재를 살아간다. 그 모습은 특히 알파마에 집약되어 있다.

    오래된 상점,  정돈되지 않은 골목, 힘들 때 함께 다독여 온 사람들과의 시간, 벽면을 가득 채우는 아줄레주... 조금만 낡았다 싶으면 갈아엎고 새 건물을 세워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반면, 이곳 알파마에서는 포르투갈 전통적인 채색 타일 장식인 아줄레주(Azulejo)가, 그냥 그대로 사는게 뭐 대수냐는 듯 담담하게 숨쉬고 있다. 그 아줄레주 사이로, 사람들의 평화롭고 여유있는 잡담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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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마의 상징, 창가에 나부끼는 빨래

    "이불이 널려있는 걸 보니, 저집 막내 아들 페드로가 오늘 이불에 지도를 그렸나 보군"
    "손님들이 오셨나, 오늘은 유난히 광장 맞은편 3층 집에 수건들이 많이 널려있네"

    알파마의 상징과 같은 창가의 빨래들은 그것이 속해있는 가가호호(家家戶戶) 이야기를 상상하며 걷게 해준다. 바깥은 건조하고, 실내는 눅눅한 독특한 기후가 가져다 준 자연스러운 생활 풍경이다. 맑은 하늘 아래 짱짱하게 널려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까지 소독되는 듯하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널어놓은 것이 아닐진데, 여행자들은 이런 모습에도 셔터를 눌러댄다. 이 모습은 알파마의 상징이 되어, 그림이나 엽서에도 종종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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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두가 태어나고, 파두가 흐르는 곳

    사우다드(Saudade)란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이것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 모르겠다. 이 사우다드란 포르투갈만의 특별한 정서로, 잃어버린 사람과 땅 혹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 혹은 애환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깊숙히 배어 있는 '한(恨)'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우리의 '한'도 다른 나라 언어로 옮기기 어렵듯, 이들에게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민중의 정서가 있다. 

    파두(Fado)는 이들의 사우다드를 노래하는 포르투갈의 민중 음악으로서, 거칠고 구슬픈 느낌이 묘한 매력을 준다. '파두'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알파마로 와야한다. 바로 이곳이 '파두'의 탄생지이기 때문이다. 마치 일상의 한 토막처럼 골목 곳곳에 파두(Fado)를 공연하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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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빈집이나 담의 벽면마다 차고 넘치는 그래피티와 낙서가 알파마의 어두우면서도 투박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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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마와 맞닿아 있는, 그라사 지구(Graca)

    7개의 언덕으로 둘러싸여있는 리스본. 그 중 대표적인 언덕 알파마와 경계가 모호하게 맞닿아 있는 그라사 언덕 지구도 길을 잃어줄만한 곳이다. (^^) 리스본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보려면, 그라사 지역에서 가능하다. 특히 소나무가 우거져 있는 아름다운 그라사  광장(Largo da Graca)은 리스본의 중심부의 경치를 감상하기 그만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리스본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테라고타 빨간 지붕과 파스텔 색조의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와 리스본을 감싸고 도는 테주(Tejo)강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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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사 (Garaca)지역의 모습은 알파마보다는 조금 더 깔끔하고 섬세하다고 해야할까? 아줄레주가 더 다양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양한 아줄레주와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가옥, 아담한 광장들이 알파마와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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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마에 어둠이 찾아오면...

    어두운 알파마를 걷는 낭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여느 유럽보다는 비교적 범죄율이 낮은 리스본이기에 알파마의 밤거리는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파두의 농익은 소리는 더욱 강해지고, 트램의 경적은 마치 누군가 우는 소리 같다. 골목마다 쇠잔하고 슬픈 기운이 더욱 강해진다. 필경 파두 공연을 관람한 관광객을 위한 택시일진데,  그 택시마저 슬퍼보인다. 기약없는 이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연인을 기다리고 있는 듯말이다.

    알파마의 사우다드(Saudade)에 나도 젖어든 것일까? 묘한 매력의 알파마는 오늘도 여행자의 정처없는 발걸음을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다.

     

     

    INFORMATION

     

     * 트램 28번

    -  알파마 행 트램은 리스본의 피게이라 광장 (Praca Figueira)이나 마르팅 모니스 광장 (Martim Moniz)의 정류장에서 탑승

    -  리스본 교툥 패스 1일권이나 리스본 카드가 있으면 무료, 없을 경우 1회에 약 2.85유로 정도를 기사에게 내고 탑승 

    -  리스본 대중교통 회사 'Carris' 홈페이지 : http://www.carris.pt/

      

     * 리스본 카드 (Lisboa card)

    - 리스본 카드를 구매하면 일정 기간 동안 리스본의 전철, 지하철, 트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주요 명승지도 무료 혹은 할인받아 입장 가능

    - 24시간/ 48시간/ 72시간 짜리가 있음

    - 구입처는 'Ask me Lisboa'여행 안내소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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