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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붓한 온천이 필요할 때, 펜션으로 간다?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06.18

    카테고리

    강원, 숙박, 휴양

     

    오붓한 온천이 필요하다면

    양양, 온천이 있는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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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우리는 온천이 그리웠다

    밤샘작업이 유난히도 많았던 어느날 이었다. 일은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대충 중단하고 의자에서 일어나는데, 장시간 굳어있던 몸에서 괴음이 들려왔다. 마치 고질라가 낑낑거리는 듯한 쇳소리가 뼈마디에서 났던 것이다. 순간 Wii Sports 게임기로 신체 테스트를 했을 때 신체 연령 56세로 진단받았던 사실이 떠오르며, 덜컥 걱정이 되었다.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일을 하는 나 (그리고 많은 직장인) 의 고질병, 디스크에 대한 불안함이 밀려오면서 말이다. 

     

    그래. 이렇게 늙을 순 없지. 뜨뜻한 곳에 가서 몸을 좀 풀어줘야겠어!

    뭉친 근육과 관절을 풀어줄 수 있는 뜨뜻한 곳. 가장 먼저 떠오른 장소는 찜질방이었으나, 왠지 사람많고 북적이는 곳에 갈 생각하니 스트레스로 몸이 더 굳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알몸으로 튀겨대는 물도 싫고, 땀방울 뚝뚝 흘리며 '어흐...'하고 감탄섞인 신음소리를 흘리는 어르신들도 오늘은 반갑지 않을 듯 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떠올린 곳이 온천.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온천은 대중목욕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개인 온천이 아니라면 이곳도 조용히 몸과 마음을 달랠 곳으로는 썩 마땅치 않아보인다. 문득 온천 천국 일본이 떠오르면서, 시간제로 개인 대여가 가능한 작은 노천 온천탕 따위를 검색해본다. 진짜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걸리는 곳이 없다. 

    오이군과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토의를 한 결과, 계획은 부풀고 부풀어 결국 '온천이 딸린 펜션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자'는 결론에 도착했다. 늘 이런식이다. (^^;) 삼천포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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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장소를 물색한 결과, 최종적으로 결정된 곳은 바로 강원도 양양에 있는 '숯 굽는 마을'. 일명 '숲 속의 온천'이라 불리는 곳이다. 펜션을 짓는 도중에 온천수가 쏟아져나와 온천도 같이 짓게 되었다는 운이 좋은 펜션이다. 바다도 가깝다고 하니, 겸사겸사 오랜만에 바다도 보고 백사장도 걸어볼 수 있을 듯 하여 마음이 설렜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 우리는 고속버스에 올랐다.  

    물치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이 펜션은, 사실 대중교통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속초나 양양으로 먼저 간 다음, 그곳에서 다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분에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이곳의 매력.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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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 숯 굽는 마을    

    물치해변에서 펜션의 픽업을 받아 드디어  '숯 굽는 마을'에 도착했다. 멀찌감치서부터 향긋한 나무 타는 냄새가 나더니 편션 안쪽에서 첫 번째로 눈에 띈 것이 바로 이 커다란 숯가마. 진짜로 숯을 굽는 곳이었던 것이다. 이 가마에서 나는 열로 실내온천도 운영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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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온천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던져 놓고 오늘의 목표인 온천으로 첨벙첨범 뛰어들어갔다. 실내 온천에서 일단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착용한 다음 실외 온천을 이용하면 된다. 아쉽게도 이 날 날씨가 흐리고, 쌀쌀해서 온천에 누워 푸른하늘을 감상하진 못했지만, 덕분에 우리말고 이곳을 이용하던 고객이 한 팀밖에 없어서 마치 개인탕처럼 야외탕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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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하고 단정한 온천장이 그림처럼 예쁘다. 게다가 나지막한 산이 펜션 주변을 감싸안고 있어서, 자연에 둘러싸인 느낌을 주지만 높이가 낮아 탁 트인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일본 여느 온천 부럽지 않다. 그런데 한 가지 함정이 있었다. 펄펄 끓는 물 속에서 노곤노곤 몸이 풀리는 것을 상상했건만 생각보다 온천물이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던 것이다.  

    풍덩 들어간 순간 쌀쌀한 날씨와 미지근한 물 때문에 은근히 닭살이 돋았다. 차가운 바람에 물이 식어서 유난히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원래 온천물 자체가 추운 날씨에 그럭저럭 버틸만한 정도의 온도였던 것이다. 온천물을 차가운 물과 섞지 않는다는 소리에, 너무 뜨겁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추워서 실내 온천으로 들어갈지말지 망설이고 있을 때, 주인아저씨께서 또 다른 세 개의 작은 탕을 추천해주셨다. 겨울부터 4월까지는 불가마로 한 번 더 데워서 보낸 따뜻한 온천수를 별도의 작은 탕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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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둘러 작은 탕으로 뛰어 들어갔다. 드디어 오이군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하마터면 새파란 감자와 오이로 희귀 식물 리스트에 추가될 뻔 했지 뭔가. (^^;) 작은 탕은 두 사람이 다리를 펴고 드러누우면 꽉 차는 크기로, 돌벽 사이에 슬쩍 가려져있어 좀 더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처음 들어갔던 커다란 야외온천은 날씨가 따뜻한 5월부터 늦가을까지는 '따뜻한 수영장' 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여름이라도 차가운 수영장에 뛰어드는 것이 싫은 사람들은 이곳이 정답일 듯. 낭만적인 나무 썬베드에 길게 누워 파란 하늘 아래 썬텐을 하거나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한 잔 마신다면 굳이 북적이는 휴양지로 피서를 떠나지 않아도 근사한 휴가가 될 것 같다. 게다가 차가운 물을 섞지않은 순수 온천수라 피부에도 좋다고 하니, 여름철 지친 피부관리에도 좋지 않을까. 

     

    이용 요금 

    펜션 숙박객이라면 야외 온천은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지만, 실내 온천은 최초 한 번만 무료고 재입장 시 4천원 추가 지불해야한다. 펜션에 머무르지 않고 온천만 이용할 경우에는 7천원이니 근처 설악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몸을 풀고 가기에도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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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난로가 있는 객실

    펜션 내부는 어떨까. 사실 이곳을 목적지로 삼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벽난로'였다. 우리 둘 다 벽난로를 좋아하기 때문. 

    여기에는 조금 개인적인 추억이 담겨있다. 살포시 소개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야한다. 아직 오이와 감자가 부부이기 이전, 친구/연인 사이에 애매모호하게 걸쳐있던 어느 날. 오이군이 말했다. 감자양과 함께 눈 내리는 날, 벽난로 앞에 앉아 핫초코를 마시고 싶다고. 그러나 그것은 쉬운 소원이 아니었다. 당시 우리가 있던 곳은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않는 '시드니'였기 때문이다. 

    벽난로와 친숙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스위스 소년 오이군을 위해, 감자양은 고심 끝에 시드니의 한 카페를 예약했다. 모닥불 대신 전구로 불을 밝히는 '벽난로 장식'이 있는 카페였다. 그 앞에 앉아 핫초코를 주문하고 오이군에겐 새하얀 눈 대신 새하얀 코코넛 가루를 뿌려주었다. 우리만의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였다. 그 날 이후, 우리 둘에게 '벽난로'는 특별한 추억 속 아이템이 되었고, 아직도 여전히 벽난로만 보면 핫초코를 들고 달려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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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션은 모두 독채형으로, 벽난로가 있는 객실에서는 투숙객이 직접 난방을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고구마나 마쉬멜로우쯤은 구워도 별 문제 없겠으나 고기 등을 구워 냄새와 그을음이 배게 하는 것은 금지다. 별로 춥진 않았지만 나무 타는 냄새를 맡고 싶어서 우리도 난로안에 나무를 하나 던져 넣었다. 마침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해서 토도독 빗소리와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의 합창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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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머물렀던 객실은 복층형으로 이층에 침대가 있었다. 그런데 인테리어가 약간 애매하다. 나무 침대가 멋스럽긴한데, 어딘가 산만하다. 벽은 흙벽이나 통나무벽이 아니라, 나무 색깔 합판으로 눈속임을 해뒀으며, 심지어 그마저도 '메이드인 캐나다' 상표가 보이는 뒷면을 떡하니 붙여놔서 낭만이 반감된다. 게다가 이층 전등을 끄는 스위치가 일층에 있어서, 자기 전에 아래층에서 불을 끄고 계단을 손으로 더듬으로 올라와야한다는 묘한 단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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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이런 단점만 눈감아 줄 수 있다면 제법 운치가 느껴진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전혀 없다보니, 이층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정말이지 상쾌하다. 활기찬 펜션 마당을 내려다보며 마시는 차 한 잔도 일품이고 말이다. 향긋한 숯 냄새와 온천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강원도 양양 '숲 굽는 마을'의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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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찍느라 계속 실패중인 마쉬멜로우

      

    펜션의 꽃, 바베큐 

    이곳은 부지가 넓어 단체 바베큐장도 있고 객실 앞 개인 바베큐장도 있다. 바베큐장엔 처마가 있어서 비가 오는 날에도 문제 없이 바베큐를 즐길 수 있다. 우리도 신나게 바베큐를 굽기 시작! 고기, 채소 그리고 몇 달 전 일본에서 공수해온 '아와모리'로 배가 우리의 기분과 함께 통통하게 차올랐다. 마무리로 마쉬멜로우까지~ 

    사실 마쉬멜로우는 너무 달아서 좋아하진 않지만, 구울 때 부풀어 오르는 모양과 살짝 녹은 식감이 재미있어서 꼭 챙겨오게 된다. 마쉬멜로우는 조금만 잘못해서 타기 십상. 잘 굽는 요령은 치솟는 불꽃 없이 붉게 달아오른 숯 위로 약 20cm 높이에 대고 노릇해질 때 까지만 돌려가며 살짝 굽는 것. 잠깐만 놓쳐도 확 타버릴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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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시설 

    기와가 둘러쌓인 야외카페와 불가마 모양인 실내카페, 작은 연못 낚시터와 주인아저씨의 조그마한 예술품을 모아놓은 갤러리도 있다. 머리 긴 아저씨가 눈에 띄거든 갤러리를 볼 수있냐고 한번 물어보시길. 매우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신다. 투숙객에게는 저녁 10시까지 자유롭게 오픈된 시설이다. 또 천체망원경을 설치해 놓아서 밤에 별 구경도 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비가 오는 바람에 별은 볼 수 없었다. 레포츠 시설로는 트램펄린과 자전거도 있다.  

    이곳은 시설면에서 아이디어가 많은 펜션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온천과 베베큐장 말고도 이것저것 부대시설이 많이 있어서, 주변 관광지와 결합하여 일정을 짠다면 꽤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설악산 입구가 차로 15분 거리로 가깝고, 동해 푸른 바다 넘실거리는 '물치 해변' 또한 7분 정도의 거리에 있으니, 바다로 산으로 마음껏 떠날 수 있다. 

      

     

    INFORMATION

     

    고속버스로 양양 숯굽는 마을 가는 법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양양으로가는 버스를 타거나 광명역에서 속초로 가는 버스를 탄다. 
    속초 또는 양양 고속버스터미널에서 9번 또는 9-1번을 타고, 물치정류장에서 하차한다.   
    펜션에 전화해 픽업을 요청한다. 예약시 미리 말해 두어야 함을 잊지 말자.

     

    고속버스 예약

    http://www.kobus.co.kr/web/main/index.jsp

     

    숯 굽는 마을

    http://www.charcoalpension.com/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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