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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빙 이야기, 울진 바닷속 미역숲을 걷다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08.12

    카테고리

    경상, 액티비티, 여름

     

    한국 토종소녀  감자양과 스위스 수입소년 오이군

    겉도 속도 아름다운 울진바다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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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에서 웬 스쿠버다이빙? 

    많은 분들이 한국에도 멋진 다이빙 포인트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감자/오이커플이 주말에 동해로 다이빙을 떠난다고 했을 때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렇게 물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조차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서도 다이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스쿠버다이버 자격증 해양 실습이 동해에서 있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인데, 알고보니 우리나라 동서남해 모든 곳에 멋진 다이빙 포인트들이 있었던 것.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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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볼거리가 많을까?

    이것이 두번째 질문으로 들어온다. 동남아 열대의 바다는 대부분 물반, 고기반인데다 오색빛깔 찬란한 열대어를 볼 수 있는 곳이니 비교대상으로 삼기엔 다르다. 물이 맑고 깊은 동해에서는 색색의 열대어대신 바위 사이로 싱싱한 돔과 망상어들이 유유자적 수영을 하고, 갑자기 수 천 마리의 볼락떼에 에워싸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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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록달록 산호가 없는 대신 십미터가 넘도록 길게 자라는 연두빛 해초들이 숲을 이루어,
    마치 노르웨이의 숲 사이를 날아서 지나가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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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 안에 고이는 것이 내 군침인지 바닷물인지 모르게 할 싱싱한 해삼, 멍게, 성게 등의 해산물이 사방에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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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나라 바다의 최강점은 휴가 내지 않고, 주말에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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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주말에 동해 울진으로 다이빙 여행을 떠났다.

    울진에는 해변에서 약 23 km떨어진 곳에 왕돌초(왕돌잠)이라 하는 멋진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고 하는데, 이곳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어서 바다가 허락한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해외에 맞먹는 30m의 수중시야가 나오는 곳이라는데, 40분 배를 타고 가서도 파도와 조류가 너무 세서 다이빙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것이 은근히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엔 바다가 허락한 인원이 아니었던가보다.

    새벽부터 다이빙을 하기위해 금요일 밤, 일을 마치자마자 다섯시간을 달려 새벽 두시에 울진에 도착해 대기했건만, 정작 토요일 아침 해무가 잔뜩 끼고 파도가 높아서 왕돌초는 고사하고 인근 해안에서조차 다이빙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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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부는 날엔 그냥 바닷가나 걸으세요

    보통 새벽 6시에 다이빙을 나간다는데, 전날 일기예보에서 높은 파도와 조류를 예보했으므로 우리는 여유롭게 아침잠을 즐겼다. 8시 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언제 출동명령이 떨어질지 몰라 잠수복을 들었다 놨다, 마스크를 만지작 만지작, 안절 부절. 그런 나를 보시던 다이빙 마스터님들이 가서 예쁜 울진 바닷가나 즐기다 오라고 하신다.

    아... 가려면 멀었나보다. 시무룩해져서 오이군과 터덜터덜 해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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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막상 해변에 오니 기대치 않았던 화사한 바다 모습에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그새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코발트 빛 바다, 하얀 모래, 아기자기한 연보라빛 나팔꽃, 그 위로 찬란하게 떨어지는 햇살. 그래, 햇살!

    나는 해가 나면 무조건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세거나 바닷물 아래에 조류가 세면 맑은 날씨와 관계 없이 다이빙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즉, 바닷속 날씨는 하늘의 날씨와는 별개의 문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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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팔꽃 덩굴이 모래 위로 살금살금 팔을 뻗는 모습과 벌이 분주히 일하는 모습, 야채들이 푸르른 하늘을 향해 머리를 치켜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다시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음... 여유가 너무 찾아왔나보다. 어느새 해변에서 꾸벅꾸벅 잠이 들길래 다시 리조트로 돌아왔다. 그러나 출동허가는 떨어질 줄을 모르고, 지루해진 다이버들은 애꿎은 리조트의 강아지와 고양이만 돌아가며  쓰다듬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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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고양이의 상반된 모습.
    가려하면 더 놀아달라며 울다시피 매달리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아무리 놀자고 건드려봐도 팔 하나 까딱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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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ach diving, 미역숲에서의 산책

    10시쯤 되니 드디어 파도가 조금 잦아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보트 다이빙은 아직 무리가 있어서 일단 해변으로 간다는데, 그것도 감지덕지! 허겁지겁 잠수복을 입었다.  

    무거운 장비를 주렁주렁 둘러메고, 드디어 입수!  이렇게 방파제가 있는 곳에서는 수영이나 하고 낚시나 하는 건줄 알았지 다이빙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뭔가. 워낙에 장비와 추가 무거워서 모래사장에 한발한발 내딛을 때 마다 바닥에 심기는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물에 들어가면 바짝 조이던 잠수복의 감각이 사라지고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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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센 파도가 모래를 모두 뒤엎어놔서 시야는 열악했지만,
    하얀 모래사장 위를 지나는 기분은 동남아나 호주에서 산호초 위를 유영하는 것과는 또 달랐다. 
    늘 걷기만 했던 해변가 모래사장 위를 날아가는 기분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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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는 작은 가자미 새끼들이 파닥 파닥 뛰어다니고, 고동과 소라들이 사진처럼 발을 길게 늘이고 기하학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흰 모래 위에 드문드문 보이는 불가사리들. 바닷속에 뜨는 별. 그러나 여기까지는 물 빠진 해변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던가.

    자, 그럼 이제 다이빙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을 감상 해보시기를.

     

     

    Video #1. 울진 해변, 그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youtube width="780" height="439"]http://youtu.be/HdMNId5AYPI[/youtube]

     

    십미터가 넘게 자라나는 해초숲 사이에 하늘하늘 붙어 있는 눈꽃송이 갯민숭달팽이.
    우리 바다에 이런 것이 있는 줄 몰랐다. 여자 손바닥 만한 크기인데, 하얗고 투명하여 청초한 자태가 이름대로 눈꽃송이처럼 환하고 아름다왔다.

    그리고 커다란 민달팽이의 일종인 군소. 어릴적 잠시 부산에 산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삶아 먹으려고 잡아가지고 나오면, 물 밖에서 검보라색 물을 죽죽 뿜어대던 괴물같은 존재였다. 형체도 불분명하고 이상한 생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물 속에서 보니 통통한 몸매에 더듬이가 쫑긋 서서 토끼 귀같이 생긴 것이 귀엽기까지 하다. 거무죽죽해 보이던 보라색 물은 바닷 속에선 넓게 퍼져 꽃향기가 날 것만 같은 요염한 보랏빛으로 번진다. 한낱 먹거리로 끌려나와 익숙치 않은 곳에서 꾸물꾸물 발버둥 치는 군소가 아니라 그들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이것이, 진짜 군소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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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at diving, 초대형 횟집으로의 도약

    이번에는 배를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큐젬초로 향했다. 큐젬초는 울진군 오산항 앞쪽으로 남북 2.5km 동서 700m정도의 암반초이다. 깊이도 3m에서 40m까지 다양하게 형성되어 감자양같은 오픈워터 자격증 초보자부터 오이군같은 어드벤스드 자격증 이상의 상급자들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보트에서 뛰어내릴 때는 늘 뱃속에서 꿈틀하는 은근한 공포감을 느낀다.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짙푸른 바다 위로의 한 걸음. 그러나 누군가가 그러더라. 바닷속을 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의 70%는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이렇게 세상의 다른 한쪽으로 향하는 큰 한 걸음을 내딛었다.

     

     

    Video #2. 우리나라의 절반을 엿보다

    수면에서 보는 바다는 컴컴한 것이 뭐가 있을지 몰라 무서운데, 물안경을 끼고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두려움은 사라지고 설렘이 찾아온다. 새로운 곳에 여행갈 때 드는 그런 설렘. 괴물이라도 덥썩 나타날 것 같았던 그곳은 사실 귀여운 물고기들의 집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모든 두려움은 모르기 때문에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오늘 엿본 우리나라의 바다는 이런 모습이었다.

     

    [youtube width="780" height="438"]http://youtu.be/WRCLrLgO664[/youtube]

     

    시야가 5미터도 안나오는 곳에서 방향감각을 전면 상실하고 끝없이 내려가던 중, 어느새 볼락떼에 둘러싸여 있음을 깨달았다.
    시야가 짧은 곳의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사물이 마술처럼 스르륵 나타난다는 것.

    볼락은 마음에 드는 수온을 만나면 꼼짝도 않고 거기에 단체로 머물러 있다는데, 다이버들이 그들 사이로 헤엄쳐 다니는데도 그 장소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슬쩍 길만 터줄 뿐 그새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때 수온은 13도로, 다소 차가운 편이었는데 볼락은 선선한 날씨를 좋아하나보다. 

    그 외에도 감자양의 마음을 빼앗은 예쁜 민달팽이들이 있었고, 22cm에 육박하는 해삼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또 오동통한 멍게들이 뻐끔뻐끔거리는 모습을 보자 절로 군침이 흘렀다. 게다가 다이빙 마스터가 칼을 번쩍 꺼내 성게를 슥슥 잘라 돌 틈에 뿌리자 그 사이에서 커다란 흑돔이 나와 낼름 물어가는 모습까지... 다이빙 마스터는 흑돔에게 주고 남은 성게를 물 속에서 먹어버리는 신공까지 자랑했으나, 나는 성게보다 바닷물을 더 흡입할 것만 같아 군침만 삼켰다. 언젠가 나도 물 속에서 흑돔 회 떠먹는 기술을 연마하리라! (^^)

    해바라기 불가사리인지 거미손 불가사리인지 손 많고 몰캉몰캉한 커다란 불가사리도 있었고, 경산호들도 보였다. 특히 '데코'라 불리는 12미터 정도의 비교적 얕은 포인트에서는 시야가 15m나 나와주어, 감자양에게 우리나라 바다에 대한 자부심을 그득히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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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빙을 마치고 나올 때는 흡사 해녀같은 모습이다. 무게감이 없던 장비들이 다시 어깨에 축 늘어지고, 둥실둥실 떠다니다 땅 위에 서려하니 어지러워서 중심잡기가 힘들다. 천근만근 무거운 장비를 트럭에 싣느라 녹초가 되어 리조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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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다 더 깊은 곳에서 다이빙을 즐기던 오이군과 재회.
    마치 킬빌의 우마 서먼같은 모습으로, 노란 잠수복을 풀어헤치며 씩씩하게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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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에 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르다

    둘째날은 일찍 다이빙을 마치고, 낮에는 본격적으로 해변에서의 낭만을 즐기기로 했다. 
    맑은 동해바다에서 자기야 나 잡아볼거냐며 한바탕 뛰려고 했는데, 어디선가 비닐봉투를 하나 주워들고 나타나는 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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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널려있는 쓰레기가 거슬렸는지, 봉투에 쓰레기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그러곤 우리 다정하게 쓰레기나 줍자고 한다. 내가 생각한 낭만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지만 사실 잡아보라며 뛰다가 쓰레기에 걸려 넘어지는 것도 그다지 낭만적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 오이군이 제안한 오후 액티비티에 동의했다.

    그런데, 줍다보니 이게 한도 끝도 없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왜 이 깜찍하게 예쁜 바다에 쓰레기를 마구 방치하고 가는 걸까? 바닷속에도 라면 봉지가 해파리처럼 둥실둥실 떠다녔는데 해변은 심각할 지경이다. 각 종 페트병과 캔이 군데군데 묻혀있고, 파티를 하고 바로 자리를 뜬 듯 수십 개의 소주병이 원형으로 놓여있다. 오이군에게 참 민망한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도 해외 어디에 지지않을 만큼 멋지고 독특한 자연환경이 있는데, 보존조차 잘 하지 않으면서 '별로 볼 것이 없다'고 불평을 한다. 각자 쓰레기를 가져가는 것 정도는 정말 어렵지 않은 일인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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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바다.
    겉모습뿐 아니라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속까지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다같이 조금만 신경 써서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지켜나가면 좋겠다.

     

     

    Information

     

    '스킨스쿠버 센터'를 검색하면 대부분 가이드, 교통, 숙식이 포함된 팩키지 투어가 진행된다.
    또한 다이빙 센터마다 관할하는 다이빙 포인트가 다르므로, 특정 포인트에 가고 싶은 것이라면
    해당 다이빙 센터에 예약하기 전, 운영 여부를 문의하여 확인해야한다. 

     

    [울진 다이빙 센터 리스트]

    킹스톤리조트 (www.ikingstone.com)
    054-783-8828 / 경북 울진군 원남면 덕신리 456-23

    용바위리조트 
    054-787-3648 / 경북 울진군 평해읍 직산리 146

    나곡수중
    054-783-1070 /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리 80

    털보리조트
    054-782-1198 /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5-1

    그랑블루
    054-782-0078 / 경북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 514

    고인돌스쿠버리조트
    054-783-9856 / 경북 울진군 근남면 진복1리 5번지 15-1 

    울진 해양 레포츠센터 (www.uljinleports.co.kr)
    054-781-5115 /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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