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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간절곶에서 소망을 빌어보세요

    리즈 리즈 2013.06.28

    카테고리

    경상, 풍경, 여름

     

    울산 간절곶에서 소망을 빌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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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에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친구녀석이 단번에 묻더군요. "그럼 간절곶에도 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제게는 좀 낯선 지명이었습니다. 곶이라면 바다로 돌출한 육지의 한 부분을 이야기 하는 말이니까, 동해인지라 해가 뜨는 곳이 아닐까 짐작만 했을 뿐이지요. 가기 전에 위치를 한번 보니 역시 해 뜨는 것을 보겠다 싶었습니다.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한반도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기 때문인데, 서생면에 사는 사람들은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했다 합니다.

    이날 만난 여행친구도 이곳에 가는 것을 제일 기다린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처음에 시큰둥했죠. 효율을 추구하는 뚜벅이 여행자인 제가 가기에는 조금 멀어보였거든요. 게다가 날씨도 흐려서 멋진 석양을 기대할 수도 없었고요. 그러나 우연이 준 뜻밖의 선물에 저는 행복해졌습니다.

    울산에서 손꼽히게 아름다운 공간, 간절곶을 소개합니다.

     

     

    하나. 소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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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울산의 맛집으로 소개해드린 떡바우 횟집을 기억하시나요? 바다의 향취를 그대로 담은 멍게 비빔밥과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성게 비빔밥을 든든하게 먹고 우리는 간절곶까지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름도 예쁜 소망길입니다. 해가 뜨는 간절곶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해님이 그려진 길을 따라 걷습니다. 간절곶에 해 뜨는 것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소망을 품고 오겠죠.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산책길이 되어 줄 곳입니다. 

    2012년에 만들어지 소망길은 명선교에서 간절곶(5.5km)과 간절곶에서 신암항(4.8km)구간을 연결하여 10km가 넘습니다. 산책길이 해안선을 따라 조성되서 힘든 마음 없이도 얼마든지 가볍게 걸을 수 있습니다. 구간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아래와 같은 귀여운 컨테이너식 까페들이 많고요.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바다가 보이는 까페에 앉아 근사한 커피 한잔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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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망길을 자박자박 걸으며 여행친구와 저는 말을 잊었습니다. 울산 곳곳 손맛이 좋은 지 낚시 하는 분들을 보기도 하고, 걷는 발걸음 발걸음이 아까울 정도로 자꾸 멈추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귀여운 까페들도 이색적이지만 오른편으로 보이는 바다가 정말 예쁘더라고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울산에 공장들이 많아서 바다가 그렇게 깨끗할까 싶었는데, 간절곶도 그렇고 방어진항이나 슬도의 바다도 정말 깨끗하더라고요. 

    아마도 살고 계신 분들이 울산바다를 예뻐라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둘. 울산 등대와 소망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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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간절곶 등대와 소망우체통이 보입니다. 

    간절. 처음에는 지명이니까 그냥 넘겼는데, 간절곶의 간절은 懇切로 우리가 흔히 쓰는 간절하다와 같은 의미라고 해요. 간절하게 소망을 빌어 간절곶의 소망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주소지까지 배달을 해주는데요. 소망 우체통은  1970년대 체신부에서 사용한 추억의 모양은 본따 거대하게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뒷편에 가면 문이 있는데 그 문 안에 비치된 엽서에 소망을 적어 보내면 소망을 담을 그 엽서가 받았으면 좋겠는 사람에게로 가겠죠. 소망엽서는 쓰면 울산 관광과에서 사연을 확인하고 채택이 되면 울산 시티투어 탑승권도 준다고 합니다.

     특별한 공간에서 소망을 담아 편지를 쓰면 그게 나여도 좋고,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라도 좋겠죠.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나눈다는게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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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곶의 소망우체통 말고도 울산에는 유명한 우체통이 두 개나 더 있습니다.

     대왕암 해맞이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이 무료로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 행사를 했던 2012년 해맞이 때만 하고 지금은 상징물로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옆에 서있는 귀여운 솟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꽤 잘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 외에도 1년 후에 배달 되는 기적의 우체통이 있는데요. 고래로 유명한 장생포의 신화마을, 마을 미술관 앞에 있는 기적의 우체통에는 매달  말이면 남구청에서 엽서를 수거해 갔다가 1년 뒤 엽서에 적어놓은 주소지로 보내준다고 합니다.

     울산은 우리의 소망을 소중히 여겨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한켠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이제 본격 해가 질 시간 입니다.

     

     

    셋. 간절곶의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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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가깝지 않은 순천에 두번을 갔습니다. 갈 때마다 순천만에 들러 아름다운 석양과 마주하길 고대했었죠.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날씨는 하늘의 뜻이니 그 날 석양을 보지 못한 것은 아마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간절곶은 본래 해가 뜨는 것으로 유명한 공간이라 전혀 기대하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간절곶이 해가 뜨는 곳이라고만 생각하셨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해가 질 쯤 간절곶에 오시면 바다가 빨갛게 물드는 근사한 석양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간절곶에만 서 계신다면 아마도 뒷 편 하늘이 물드는 것만 볼 수 있겠지만 뒷편에 있는 드라마 하우스로 발길을 옮기면 거대한 저택 뒤로 해가 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그와 맞물려 더욱 근사한 풍경 앞에 서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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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던 여행 친구가 한참을 오지 않아 고개를 돌린 순간 친구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무지개입니다. 한 눈에 잡히지도 않을만큼 커다란 무지개는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제가 있던 그 시간에 서 커다란 무지개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뒤에 있는 드라마 하우스 꼭대기에 올라가 그림처럼 펼쳐진 무지개를 한참 보았습니다. 

     

     

    넷. 드라마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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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지방 곳곳에 많은 촬영지들이 있습니다. 사극 촬영지가 있을수도 있고, 현대극의 귀여운 세트장들도 있을 수 있겠죠.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건물들이 사람의 손길을 잃으면 금세 낡고 허름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자연경관을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특별한 답을 울산의 드라마 하우스에서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듯 합니다. 

    욕망의 불꽃과 메이퀸의 촬영지였던 거대한 저택은 근사한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식사하는 손님들을 배려하여 내부까지 촬영이 허가되지는 않지만 외부는 들어가서 구경하고 촬영이 가능하지요.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니만큼 건물의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낡고 망가져서 주변 경관을 해치는 몇몇 촬영소를 생각했을 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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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잘 가꾸어진 건물은 포토존으로도 그만입니다. 그 뒤로 황홀하게 펼쳐지는 석양은 말할 것도 없고요. 불이 들어 온 저택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낯선 것이 주는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한 켠에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벼운 커피한잔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작은 가게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섯. 간절곶에서 커피한잔, 하얀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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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신나게 구경을 했으니 귀여운 까페에서 커피 한잔 하는 것이 좋겠지요. 사실 이 뒷편으로는 포장마차도 있어 술 한잔 하기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북적이는 하얀등대에 들어왔습니다. 이름답지 않게 따뜻한 노란 빛 조명이 넘실거리는 공간이었는데 정말 매력적인 것은 거품없은 가격이 아닐까 싶어요. 3-4000원이면 거의 모든 메뉴를 맛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인데 음료를 주문하면 주전부리도 함께 내어줘서 기분이 두배로 좋습니다.

    여행 친구는 따뜻한 차 한잔 주문하고 저는 오랫동안 기다린 커피 한잔을 받았습니다. 부지런히 걷는 여행도 좋지만 소소한 수다 한 조각에 이렇게 쉬어가는 것도 달콤한 법이지요. 커피 한 잔을 끝으로 오늘 여정을 마무리 합니다. 늦은 밤 간절곶에서 하루 묵어가려면 미리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내심 유명한 관광지라 민박이나 숙박업소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조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장소가 바로 진하 해수욕장 입니다. 

     

     

    마지막. 진하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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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하해수욕장은 여름이 되면 사람이 많아 근처 숙박업소가 많습니다. 이름은 모텔이지만 큰 온돌방이 있는 방도 있고요. 워낙 숙박업소가 많아 골라가는 재미가 있지요. 모텔이 조금 불편하시다면 멀지 않은 곳에 캠핑장이 있으니 그곳을 이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진하 해수욕장의 참맛은 고운 모래 백사장과 깨끗한 물에 있습니다. 동해의 장점을 고대로 받아 수영하기도 아주 좋고요. 뒷 편에는 소나무 숲이 있어 그 아래 작은 텐트를 치고 놀기 좋고 사진 속의 명선도는 풍광을 특별하게 합니다. 사진 속 명선도 뒤로는 아름답게 해가 떠서 일출지로도 아주 유명하다고 해요. 새벽에는 날이 흐려 일출을 못 봐 몹시 아쉽더라고요.

    조금 무리가 되겠지만 소개한 간절곶과 진하해수욕장은 소망길로도 이어져 있으니 트래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매해 찾는 부산과 봄만 되면 저를 부르는 경주 사이에 낀 울산. 여행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앞으로는 이 아름다운 공간이 밟혀 언제고 한번은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간절곶 이나 슬도 외에도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공간은 태화강입니다. 태화강에서 만나요.

     

     

    ※ 취재 : Get About 트래블웹진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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