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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을 위해 숨겨둔 운하도시, 아베이루

    지란지교 지란지교 2013.07.06

    카테고리

    서유럽, 노하우

     

    파스텔빛 아름다운 포르투갈의 운하 도시

    아베이루 Aveiro, Portu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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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리 플레닛에도 나오지 않는, 아는 사람들만 간다는 포르투갈의 북부 해안 근처의 운하 도시, 아베이루(Aveiro). 

    포르투갈의 제2도시인 '포르투(Porto)'에서 기차타고 남쪽으로 35분 남짓하게 소요된다. 아름다운 운하(Canal)와 아기자기한 느낌의 주택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이 오래전부터 가보기를 꿈꾸게 했던 곳이었다. 보통 포르투갈에서는 리스본이나 포르투 정도의 대도시만 둘러보고 떠나기 쉽지만, 그 사이사이 흙 속의 진주처럼 숨겨져 있는 도시와 마을들이 있다.

    아베이루 역시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나 아까운, 영롱한 매력이 빛나는 도시이다.

      

     

     

    아베이루의 동화같은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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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가 내려준 곳은 운하 옆, 조그만 간이 버스 정류장.  내리는 순간 여정의 피로는 순식간에 공중분해되었다. 정말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느 환상의 마을에 온 듯한 기분랄까? '환상' 혹은 '동화적' 이라는 단어를 너무 사용하는 것도 식상할 수 있겠으나, 아베이루는 진짜 동화적이다. 세상에 이런 비현실적으로 예쁜 곳이 또 있을까 싶었다.  곳곳의 골목과 거리에서 '아....'하며, 탄성이 몇 번이고 나왔다. 

    사실 아베이루는 유명한 궁전이나 유적 등의 명소나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파스텔톤의 곱디 고은 건물들 사이로 좁지만 유유히 흐르는 운하(Canal), 건물의 면면을 장식하는 아줄레주(Azulejo), 그리고 그 위를 떠다니는 색색의 몰리세이루(Moliceiro, 나무배)... 이 조그만 것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공기가 아베이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Ca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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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이루는 앞서 말했듯, 웅장하거나 화려하거나 범세계적으로 사람들을 매료실킨만한 무언가는 없다. 그래도 나는 이 좁고 작은 운하 사이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며 할 때 참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운하들은 사람의 마음을 참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런데, 왜 이곳에 운하가 생기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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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이루에게 있어 운하란?

    운하의 탄생 배경은 아베이루만의 독특한 지형과 생활 방식 때문이다. 아베이루 도시 중심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이렇듯 늪지대라고 해야할지 석호라고 해야할지 애매한 지형이 나온다. 아베이루 도심과 대서양 사이에는 '아베이루 강(Rio de Aveiro)가 있는데, 이강은 호수처럼 큰 줄기도 있는 반면 여기저기 바다와 연결되있는 불규칙적인 지류들도 있다. 이러다보니 주변에는 크고 작은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1575년, 인근 바다에서 발생한  거대 폭풍 등의 기후적인 충격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인근 해변을 따라 바다 속에는 산호초 지대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런 여러 지류들도 생기게 되었다고. 이런 강 어귀와 자잘한 지류에서 나는 조류(藻類)등은 천연 비료로 사용되어졌는데, 이런 조류 어부들이 낚은 비료용 조류를 마을까지 효율적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운하를 건설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마을까지 이동시키기 위해서도 운하는 요긴했을 것이다.

    운하는 아베이루에게 있어서 생활 근간이자,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동맥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베이루의 상징, 몰리세이루 Molicei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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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리세이루는 포르투갈의 곤돌라?

    뱃머리와 뒷부분에 형형색색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나무배, '몰리세이루Moliceiros'. 예로부터 비료를 싣고  운하가르며 오갔던, 아베이루의 산업의 발전에 혁혁한 업적을 남긴 공로자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화학 비료가 생겨나면서 이 천연 비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생계가 어려운 젊은이들은 이 전통방식의 산업에 흥미를 잃고 떠나갔다. 많은 몰리세이루가 사라지고, 그나마 몇 십척 남은 몰리세이루는 현재, 마을의 동화적인 분위기에 한 몫 하고있다.  

    뱃머리와 뱃꼬리가 뾰족하고 둥글레 올라간 모습이 외형적으로는 마치 베니스의 곤돌라(gondola)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아베이루를 포르투갈의 베니스라고 하기도 한다. 베니스를 안가본지라 객관적으로 평가할수는 없지만, 간접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런 비교는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싶다. 베니스와 아베이루는 지형 자체도 다르고, 베니스의 곤돌라와 아베이루의 몰리세이루는 그 기능과 성격도 달랐다. 

    그래도 이 곳을 포르투갈의 베니스라고  테마화하는 이유는, 곤돌라와 몰리세이루의 태생이 비록 다를지라도 현재는 관광객들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만큼은 동일하기 때문일터. 아베이루만의 독특성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무명의 아베이루가 유명한 베니스에 편승하려는 느낌이 조금은 아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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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리세이루 과거의 흔적

    곤돌라와 몰리세이루가 각 도시의 관광 상품으로 변화되기 전, 17세기 귀족들의 사치품이자 고급 세단으로 변질되기도 했던 곤돌라와는 달리, 몰리세이루는 보다 일관성있게 생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에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왔다. 도시 중심가에는, 그 옛날 몰리세이루와 함께했던 아베이루 서민들의 모습이 묘사된 타일 벽화와 청동 조형물 등이 있다. 따뜻하고 서민적인 풍취가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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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리세이루의 지금

    산업적인 기능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관광 자원으로서의 기능일뿐이다. 관광 상품으로 변화된 몰리세이루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런 기능이라도 없다면, 몰리세이루는 진작에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수학 여행 온 학생들이 깔깔 거리며 즐겁게 몰리세이루를 탄다. 그들에게는 얼마나 이 순간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까?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몰리세이루는 그것만으로 가치가 충분하다.

    참고로 매월 7월 말경에는 'Festa da Ria'라고 하는 축제가 있는데,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때 몰리세이루를 예쁘게 치장하고 경기를 한다고 한다.

      

      

     

    곱디 고운, 아베이루의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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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이루는 고층 건물이 없다. 세련되고 화려한 건물들은 없지만, 대신 3~4층 내외의 아담하고 어여쁜 건물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어느 골목 어느 도로를 가도 똑같지 않고, 각자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뽐낸다. 공공 기관 건물, 교회, 상점은 물론이고 평범한 주택들도, 낯선 이방인의 눈에는 그렇게나 예쁠수가 없었다. 모든 건물들이 다 아름답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건물들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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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줄레주가 파사드에 장식되어진,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카르멜리타 교회'(Igreja das Carmeli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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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쁜 아베이루 시청과 그 앞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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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심 운하(canal Central) 근방에 있는, 예쁜 '어학원'. 이렇게 예쁜 곳에서 공부하면 학업이 쑥쑥 향상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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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줄레주가 멋지게 장식된, 평범한 다세대 주택. 마치 아트센터나 박물관 같은 외형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주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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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rdim do Rossio 근처 주택들

      

    단층 주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중심 운하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조금 들어오면, 바로 주택가들이 펼쳐지는데, 마치 예쁜 주택 박람회장이라도 되는 듯 하나같이 예쁘기 그지 없다. 레고 마을 같기도 하고, 땅콩집 같기도 하다. 파스텔톤의 컬러와 포르투갈 전통의 타일 장식인 아줄레주(Azulejo)가 곱게 물들어 있는 주택가는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예로부터 어부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살았을 가옥들은 지금도 소박하고 아담한 모습으로 채색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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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rdim do Alboi 근처 일대의 주택들

     

     

     

    지금 아베이루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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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예쁜 도시가 산업도시?

    아베이루는 마을 중심에서는 느낄 수 없지만,  포르투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도시이기도 하다. 도시의 아기자기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아베이루에서 대서양 바다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항만과 공업단지들이 늘어서 있고, 산업도로에는 대형 트럭과 공업차량이 쌩쌩 다닌다. 비료 산업이나 금속 산업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인구는 8만명이 조금 안되는 작은 도시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포르투갈 답지 않게 실업률도 비교적 적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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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와 예의가 있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경제적인 수준이 생활 수준의 모든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베이루에서는 여느 포르투갈의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애처로움이나 쓸쓸함,포르투갈의 특유 정서인 '사우다드(Saudade)' 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엄청 부유하거나 세련된 것도 아니지만, 어딘지 깔끔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길거리나 상점에서, 사람들은 처음부터 먼저 다가오지는 않는다. 조용조용하고 약간은 무표정한 모습이 어쩌면 사무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대해준다. 먼저 요청하기 전에는 절대로 나서지 않지만,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같이 가주기도 한다. 교통 매너도 어찌나 좋은지, 횡단보도 근처에서 서성이기만 해도 갑자기 차들이 급브레이크를 해서라도 서준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배어나오는 행동들이었다.  

     

     

     

    포르투갈 지성의 산실, 아베이루 대학교 Universidade de Ave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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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가면 꼭 한번 그 지역의 대학교를 가보곤 한다.  그 지역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구경하고도 싶고,  세계 어디를 가도 교내 식당과 카페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 아베이루 대학은 아베이루 도심과 달리 넓직넓직하고 모던한 분위기였다. 지어진지 얼마 안되어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 아베이루 대학교는 포르투갈에서 우수한 대학으로 손꼽히며, 혁신 분야에서도 세계 유수 대학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아베이루 인구가  8만명이라고 했는데, 이 중 아베이루 대학교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1만 5천 명 정도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아베이루는 운하도시, 산업도시에 이어 '대학 도시'라는 수식어도 갖고 있다. 

     

     

     

    Before Sunset, 운하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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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아베이루는 보통 당일치기 장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둠이 찾아오는 운하의 풍경을 놓친다면, 그것은 아베이루를 본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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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한 파스텔 톤빛 마을의 모습은 무채색의 개와 늑대의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운하 곁의 집과 상점에는 하나 둘씩 불이 켜지고, 손님을 태우느라 정신없었던 몰리세이루도 이제 한가한 쉼을 얻는다. 화려한 야경이나 재미있는 나이트 라이프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둠이 찾아온 운하변은 꼭 한번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Item of Ave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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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os Moles

    아베이루의 전통 빵과자. 달걀 노른자를 설탕과 함께 가공하여 부드럽게 만든 크림이 들어있다. 과자부터 빵까지 다양한 형태의 제과에 이 크림이 들어간다. 아베이루 곳곳에 오보스 몰레스를 판다는 상점이나 제과점을 만날 수 있다. 아베이루에 왔다면 맛봐야할 아베이루의 맛.

    ▶ 관련 기사 :  '달달한 빵의 제국, 포르투갈'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4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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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이루 소금

    아베이루 해안 근처에는 아직도 전통 방식으로 소금을 채취하는 염전이 있다. 꽤 유명해서 포르투갈 전역과 유럽의 일부 지역에 수출을 한다. 게다가 가격도 1kg에 0.35유로라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가격! (한화로 약 500원) 집에서 요리를 해먹어보니, 조금만 넣어도 염도가 높고 깨끗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나는게 매력적이다. 고기 구울때나 , 샐러드에 올리브유와 솔솔 뿌려먹으면 좋다. 시내 슈퍼에서도 살 수 있고, 포르투갈 내 'El Corte Ingles' 백화점의 지하 식품 매장에도 있다.

      

     

     

    INFORMATION

     

    * 아베이루 가는 법

    - 포르투(Porto)에서 : 

      포르투 내  Campanha역 혹은 Sao Bento 역에서 기차타고 35~40분 가량 소요.

    - 리스본 (Lisboa)에서:  

    리스본 내 Entrecampos역 혹은 Sete Rios역에서 기차로   2시간 10분 남짓 소요

     Sete Rios 터미널에서 버스 타면, 여러 도시를 거쳐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 

    - 포르투갈 내 기차 운행 홈페이지: http://www.cp.pt/

    - 포르투갈 내 버스회사 홈페이지 www.rede-expressos.pt 

      

    * 몰리세이루 관련 

    - 가격 : 약 5유로 정도

    - 몰리세이루 운영 시간 :  오전 9:00 ~ 오후 6:00

    - 몰리세이루를 타는 곳:  Cais; Jardim do Rossio 3800-273 Aveiro. 호시우 공원 근처, 중심 운하변의 조그만 선착장. 인포메이션 오피스 맞은편에 있다.   

    - 특별한 예약없이 가서 바로 탈 수 있다.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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