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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무늬 마니아가 사랑한 마을, 코스타 노바!

    지란지교 지란지교 2013.07.31

    카테고리

    서유럽, 풍경, 에피소드

     

    형형색색 스트라이프의 향연! 

    코스타 노바 Costa Nova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줄무늬를 참 좋아했다. 비슷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여러 패턴과 색깔의 줄무늬 옷을 보유하고 있어, 어머니로부터 왜 매번 똑같은 옷을 사냐고 꾸지람을 받기 일쑤였다. 이런 나의 스트라이프 사랑에 정점을 찍어줄 정보를 입수했다. 온 동네가 스트라이프로 칠해진 곳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포르투갈의 북부 해안 마을 코스타 노바!  여름마다 찾아오는 마린 룩 유행을, 365일 내내 표현하고 있는 곳이다. 눅눅하고 습한 요즘, 이곳이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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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림 좀 한다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그릇 브랜드' 로 익숙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코스타 노바(Costa Nova)는 포르투갈 북부의 대서양 연안에 면한 조그만 해안가 마을이다.

    지난번 소개한 운하도시 '아베이루(Aveiro)'에서 서쪽의 바다 방향으로 약 10Km 남짓  떨어져 있고, 아베이루의 마을 중심에서 버스를 타면 약 25분 정도 소요된다. 아베이루보다도 훨씬 '덜' 알려진 휘귀한  장소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포르투갈 관련 여행 책자나 심지어 포르투갈 관광청 등에도 자세한 소개 내용이 없으니 말이다.

    버스를 탔더니, 외지인은 우리 뿐이다. 모두가 쳐다보는 눈빛에서 '도대체 이 동양인들은 여기까지 뭐하러 왔을까' 라는 의문이 읽힌다. (^^)  우리네 시골 버스 기사님처럼 정겹고 친절하신 기사님께서 '코스타 노바에 다 왔다'라고 알려주셨다. 그런데, 안알려 주셨다 한들 단번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그 '줄무늬' 가옥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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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 눈이 시원해진다!

    채도가 높은 빨강,파랑,녹색 등의 원색들이 눈부신 하얀색과 대비를 이루며, 보는 이를 즐겁고 명랑하게 해준다.
    온 세상이 줄무늬로 이뤄져 있으니, 줄무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과자로 만들어진 세상보다도 더욱 신이 났다.
    흥분된 마음으로 마을 곳곳을 누벼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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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스트라이프로 칠해꾸며져 있지만, 어느하나 똑같은 집은 없다. 면면이 오묘하게 다르다. 

    형형색색 스트라이프 가옥들을 구경하다보니 의문이 생긴다. 포르투갈의 대부분 가옥들은 전통 타일인 '아줄레주'로 꾸며져 있기 마련인데, 여기는 어째서 이런 통나무집에 줄무늬 채색이 되어 있을까? 이곳은, 아베이루 소개한 글에도 언급했던,  1575년에 일어난 강력한 폭풍으로 인해 새로 형성된 지형이다. 이름도 Costa Nova 즉,  New Coast가 된 것.

    바닷가다 보니 당연히 어부들이 살게 되었고, 그 어부들의 오두막집으로 지어진 것이 마을의 토대가 되었다. 옅은 모래색과 대조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 혹은, 본인의 집임을 단번에 알수 있게 하기 위해 선명한 색으로 칠하다보니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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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연유가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즐거운 분위기의 마을로 연출되었다. 한집, 한줄이 사랑스럽게 채색되어 있다.
    바닷가 마을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바닥의 물고기 타일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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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당 앞의 우체통도 재미있다. 집 주인의 재치와 아이디어를 느낄 수 있다.
    분명 재미있고 여유로운 성격의 사람들일 듯 하다.
    이런 디테일들이 코스타 노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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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즐거운 장소에서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는데, 도대체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워낙 조그만 동네이니까 그려려니 해도, 이거 너무 없다. 상점이나 식당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 동네 혹시 영화 세트장인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집들이 선명한 채색을 유지하고, 잘 관리된 느낌을 주는 것을 보면, 사람이 안사는 것은 아닐 것인데... 모두들 어디로 갔나! 알고보니, 주말이나 여름 휴가철에는 나름 북적이는 편이지만, '철'이 아닌 시기의 평일은 이렇게 한산하다고 한다. 

    이 가옥들은 현지인들과 어부들이 작업하러 올 때 한시적으로 머무는 곳이고, 최근에는 서핑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옥을 렌트해주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혹은 근교 도시에서 주말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의 별장들도 섞여 있다고 한다.

    저렴한 물가, 비교적 때 묻지 않은 순수함, 넓은 해변 등이 한적함을 즐기고 싶어하는 유럽인들의 조용한 휴식처로  알음 알음 사랑받고 있는 곳. 때문에 버스에서 우리를 쳐다보던 주민들의 의아스러운 눈빛이 이제 이해가 갔다. 4월, 그것도 평일에 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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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바다로 나가 볼 차례!  몇 블록 지나지 않아 바다의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 마을은 16세기의 그 기후 변동으로 대륙과는 강을 두고 벌어져서, 바다에 면해 있다.
    즉, 서쪽은 바다, 동쪽은 아베이루 강이 있어 마치 물 사이의 샌드위치 같은 형국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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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도가 높은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사막과도 같은 무채색의 모래 언덕으로 향한다.
    이쯤 오니 거친 파도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킨다. 아기자기 평온한 마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인데 말이다.
    이 언덕은 거센 해풍을 마을로 직접 전달해주지 않도록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모래는 아주 고와서 발이 푹푹 빠진다. 여기서부터는 신발을 벗고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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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서양의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주변 언덕의 초목들은 모두 땅에 붙어 바람을 이겨내고 있었다.
    거친 바다와 싸우는 어부들의 위안이 되고 있을 조그만 예배당이 그 위에 소박하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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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서양이다!

    귀를 때리는 엄청난 파도의 소리, 몸을 때리는 거대한 바람. 거친 야생마와 같이 힘차게 질주해오는 바다의 기운이 온 몸 가득 느껴졌다. 마치 대서양이 다 내 것이 된 듯한 느낌이다. 물과 바람 만이 공기를 진동시키는 한적한 바다와 넓디 넓은 해변 모두 내 품으로 들어왔다. 

    3개월 전의 해변 모습은 이러했는데, 현재의 코스타 노바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한 여름으로 달리고 있는 지금 쯤이면 서퍼들로 꽤 북적이지 않을 까 싶다. 넓디 넓은 해변 위에는 태양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휴식처가 될 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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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대륙의 반대 쪽에서 온 아줌마가 왔다 갔노라고,  소심하게 낙서와 발자국을 남겨본다. 
    그 때 그 나의 자국들은 바람과 파도에 실려 흔적도 없어졌겠지만, 
    고운 모래가 발바닥에 닿았던 그 간지러운 느낌은 생생하게 내 안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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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을 둘러보는 데는 넉넉히 잡아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스트라이프 가옥을 실컷 구경하고,  해산물 시장도 좀 구경하고, 인근 바닷가도 한번 다녀 와도 말이다.
    아베이루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스트라이프 집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한다.

    Tchau, Até logo (안녕, 다음에 또 만나자.)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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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 노바 가는 방법 : 아베이루->코스타노바

     - 아베이루 중앙 운하 근처에 있는 '어학교'( Royal School of Languages) 맞은 편에 있는
       버스 정거장(위의 사진) 에서 탑승 (어학교 주소는, Rua de José Rabumba 2, Aveiro)

    - 미리 예약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네 시내버스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정거장에서 시간표가 나와있으니, 이를 확인하고 다른 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 대략적으로 매 시간대 별로 1대씩 운행하며, 중간에 두세번의 경유지가 있음 (최종 종점이 코스타 노바)

    - 요금은 2.30유로이며(2013년 4월 기준), 버스 운전 기사분께 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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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돌아 올때 : 코스타 노바-> 아베이루

    - 되돌아 갈때는, 아베이루에서 타고 온 버스가  내렸던 지점에서 다시 탑승
      (역시 시간대 별로 1대 꼴로 있음)

    - 위치는  Avenida José Estevão에 있는 '여행 안내소' 근방

     

     

    ★ 지란지교의 포르투갈 이야기 모아보기 ★

     

    1) 빵의 제국 포르투갈의 달콤한 디저트 이야기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41199)

    2) 동화 속 한 장면, 신트라의 페나 궁전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41705)

    3) 부디 길 잃으세요! 아름다운 마을 리스본 알파마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43634)

    4) 당신을 위해 숨겨둔 운하도시, 아베이루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47534)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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