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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번의 예술과 사랑에 빠지다, 내셔널 갤러리

    Wish to fly Wish to fly 2013.08.07

    카테고리

    호주, 예술/문화

     

    멜번의 예술과 사랑에 빠지다 내셔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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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번의 야라강변은 거대한 아트 밸리
     
    강을 건너 멜번의 남쪽으로 향했다. 야라강의 남쪽으로는 멜번의 예술센터와 갤러리가 차례로 이어지며 하나의 예술 벨트가 이루어지는 곳. 우리의 목적지는 멜번의 내셔널 갤러리였다. 내게 있어서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때론 특별함, 때론 그저 일상. 삶에서도, 여행에서도 그건 똑같았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친 조그만 미술관에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오래도록 기다려 온 전시에 실망을 느낄 수도 있는 것. 허나 중요한 것은, 그 곳에는 항상 많은 볼거리들이 있다는 것. 그 볼거리들은 하나의 작품일 수도, 그리고 그 작품 때문에 그 장소에 있는 또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
     
    멜번의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어떤 특별함을, 또 어떤 일상을 마주하게 될까. 기대해 보면서 내셔널 갤러리의 안으로 들어가 본다. 
     
    나폴레옹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루브르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하나 뿐.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을지 궁금해졌으나, 굳이 특별전을 보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상설 전시를 위주로 둘러보기로 했다. 라고 쓰지만 진짜 이유는 아마도 특별전 입장료였겠지. 하지만 여기 빅토리아 내셔널 갤러리도 그 컬렉션이 워낙 방대하기에, 상설 전시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얻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
     
    주소 : 180 St Kilda Rd Southbank VIC 3006, Australia
    가는 법 : 멜번 관광의 중심인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에서 야라강을 건너 도보 3분.
    홈페이지http://ngv.vic.gov.au
    건축가 : Sir Roy Grounds, Mario Bellini(Renovation)
    요약 : 1861년에 설립된 멜번의 미술관으로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이다. 명칭은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NGV라 줄여 말한다.
     
    * State of Victoria :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에 있는 주, 주도는 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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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의 첫인상, 홀 
     
    내셔널 갤러리의 홀.
     
    멜번의 하늘이 보이는 천창. 그 아래의 공간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봄의 햇살을 한없이 받아들일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의 공간. 그 공간은 관람을 앞두고, 그리고 관람을 마치고 머리와 다리를 쉬어주는 사람들이 채우고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기대감과 만족감을 가지고 그 공간 안에 있는 것이겠지. 우리도 홀의 편안한 소파에 기대 앉아 걷느라 지친 다리를 쉬어 주고, 오늘 하루 아침 나절의 시간을 곱씹어 보았다. 조금의 휴식 뒤, 한두 시간 정도 자유롭게 둘러보고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일행들로부터 완전히 자유가 되어 미술관을 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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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미술관을 보는 '이상한' 방법
     
    Level 3, 자 여기부터 시작!
     
    어차피 한두 시간에 전체 상설 전시를 둘러볼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이 가는 섹션부터 죽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현대의 작품들과 조각들을 우선 둘러보았다. 그네들만의 재치와 위트로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 꽤 있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미술관 탐닉을 이어나갔다. 어느 곳에서는 하나의 작품 그 자체가 좋았고, 어느 곳에서는 그 작품과 그 외부의 다른 오브제와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였고, 또 어느 곳에서는 작품을 담으려는 사람들을 훔쳐보았다.
     
    그것이 나의, 그리고 수많은 나의 동료들과 선후배들의 미술관 관람 방식이었다. 제 아무리 유명하고 비싼 작품들이라고 하여도, 그것만 주우우욱 보는 것은 아무래도 심심한 것이 사실이니까. 이 미술관에는 어떤 공간이 있는지, 안내를 위해 어떤 폰트를 어떤 색으로 쓰는지, 어디에 어떻게 생긴 벤치가 있는지, 작품을 보는 이들의 표정은 어떠한지, 그들은 어디에 정신이 팔려 있는지, 큐레이터는 어떤 사람일지, 그런 모든 것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 미술관이라는 공간 안에 담겨있는 그 모든 것들을.
     
    심지어 작품보다 미술관 자체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 일도 허다하다. 때때로 유명하지 않거나, 변변한 작품이 없는 미술관을 방문하면 입구의 직원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혹시, 건축하시는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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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조각 섹션에서 보았던 나름 나에게는 충격이었던 작품. 교황의 죽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는 알 수 없었지만, 저 하얀 예복과 그 안 차가운 납빛의 교황의 몸. 영화 '천사와 악마'의 독살 당한 교황의 혓바닥 색이 기억나기도 했다. 어쨌거나 저 하얗게 표현된 예복과, 죽어 납빛으로 변한 교황의 몸, 그 사이의 간극이 나에게는 작은 충격이었달까. 한 동안 저 작품이 있던 전시실을 떠나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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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나누는 미술관
     
    그리고 현대 미술 섹션. 과연 저 의자들은 어떤 의미의 설치 미술일까. 허나 저건 작품이 아니었다. 관람을 하면서 웬 사람들이 접이식 의자를 미술관 안에서 들고 다니나 했더니, 저 의자들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그들은 자유롭게 관람을 하고 각자의 생각을 정리한 후, 큐레이터와 함께 자신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말하는 이의 표정도 듣는 이의 표정도 사뭇 진지했다. 그들에 대한 조금의 부러움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훔쳐 들으며 그들의 표정을 훔쳐 보았다. 사실 이런 풍경은 이제는 익숙한, 미술관에서는 일상인 일들이지만 어쨌든 이 작은 풍경도 내가 오늘 내셔널 갤러리에서 마주한 작은 이야기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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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 Composition
     
    내가 좋아했던 풍경. 정갈하게 캔버스를 나눈 한 폭의 추상화. 하얀 면, 검은 선, 몇 개의 점과 검은 정물(소파). 그런 것들로 이 공간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 또한 하나의 추상화 같았다. 이 공간은 단지 하나의 미술품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그 미술품을 위해 정해진 위치에 놓여진 모든 요소들이 한데 모여 이 공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바닥에 뚫린 구멍, 검은 정물의 위치, 어느 하나 이유 없이 툭 던져 놓은 것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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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방
     
    내 맘대로 예술의 방이라는 이름을 지은 공간에 접어 들었다. 크고 작은 조각과 회화 작품들로 하나 가득 채워져 있던 방. 그래서 예술의 방이라고 이름하였다. 작품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땅과 바다를 그린 회화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마 옛 예술가들에게도 호주의 장엄한 땅과 바다는 커다란 놀라움과 아름다움 그 자체였을 테니까, 그들이 이 땅과 그 바다를 자신들의 작품으로 남기려고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걸지도.
     
    하지만, 내가 이 방을 좋아했던 것은 하나하나의 작품도 작품이었지만, 그냥 이 방이 주는 아우라 때문이었으니,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이 들어찬 작품들이 주는 힘일랑 사진으로 담을 수도, 글로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그저 기억 속에 남겨만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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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예술의 방에서 마주한 부자. 어쩌면 저 모습은 내가 꿈꾸는 나의 몇 년 뒤일지도. 등에 업힌 아이의 자세는 한없이 불편해 보였지만, 분명 저 아이는 아빠의 냄새를 맡으며 보았던 그림들을 어렴풋하게나마 평생 기억할 것이다. 따뜻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당신을 나의 롤모델로 삼을 거예요!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건축을 공부하는 건축학도 여행자.
    미술관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예술 사랑 여행자.
     
     
     
    미술관은 한 편의 종합 예술
     
    미술관을 돌아나오며 마주한 뒷편의 홀. 텅 빈 거대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건축과 빛과 미술이 만난 거대한 하나의 작품이었다. 멜번의 빛을 흡수하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같은 색 같은 나눔으로 그려진 몇 점의 추상화와, 그 모든 색을 '통치'하는 거대한 바이올렛 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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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듯 이 공간은 있는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었다. 건축가와 예술가가 함께 고민한, 건축과 빛과 미술이 한데 엮인 하나의 종합 예술. 짧은 한두 시간 관람에도 여행자의 마음은 한없이 넉넉해졌다. 여기 이 곳에서, 멜번을 더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Wish to fly

    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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