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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깨우다.

    Raycat Raycat 2013.08.19

    카테고리

    기타, 역사/종교

     

    라오스, 아침을 깨우다 

    탁발로 시작하는 루앙프라방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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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발 행렬에 참여하기 위해 '시주용 음식'을 사고 파는 사람들

     

    불교국가 라오스의 아침은 어김없이 승려들의 탁발 행렬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이 탁발을 준비해 미리 거리에 나와 승려들을 기다린다. '탁발'이란 승려들이 걸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그 어떤 상업활동이나 생산활동에 종사할 수 없는 승려들이 걸식을 통해 중생에게 목숨을 의탁하는 것이다. 

    라오스의 탁발 행렬은 이제 너무나 유명하여 라오스를 찾은 여행자들도 몸소 체험해 볼 정도가 되었다. 여행자들의 탁발 행렬 참여를 위해 '시주용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깔고 앉아있을 정도다. 물론 상인들도 그 음식으로 보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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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 새벽을 가르는 주황빛 승려들의 물결

     

    과거에는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풍습이 있었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대문 앞에 목탁소리가 들리면 쌀을 퍼서 스님에게 시주하는 풍경이 종종 옛 이야기 속에 그려진다. 다만 라오스의 탁발은 '승려들의 행렬'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생경한 모습이다. 

    주황빛 승복의 물결이 천천히 거리를 가르며 아침을 불러오는 기분이랄까. 회색 거리에 주황색의 깃발이 바람따라 나부끼는 듯한 모습에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든다. 불교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도 이국적인 풍경인데, 서양인들의 눈엔 오죽할까. 라오스는 비교적 서양인들, 특히 유러피언에게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지라 탁발에 참여하는 금발벽안의 사람들의 모습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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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우를 몸에 지니고 행렬을 이어가는 승려들 

     

    행렬의 머리에서 꼬리까지, 승계에 따라 나이 많은 승려부터 아주 어린 동자승까지 차례로 줄을 선다. 각자 일종의 밥그릇에 해당하는 발우(鉢盂)를 갖고 있다. 흔히 템플스테이에서 경험하는 '발우공양'의 그 발우다. 사람들이 시주한 음식들을 이 발우에 담아가는 것으로, 승려들은 이 발우에 담긴 것만을 오직 하루 한 끼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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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자승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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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발의 승려

     

    이 탁발행렬 역시 승려에게는 수행의 한 과정이다. 중생에게 걸식하여 목숨을 부지함으로써, 종교에 귀의한 수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겸허함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 생각하면 이 모든 탁발행렬의 과정이 그저 '흥미로운 볼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나 역시 겸허한 마음으로 탁발행렬에 참여하게 된달까. 

    수백명의 승려가 천천히 거리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루앙프라방 사찰에 있는 승려들이 모두 나와 이 탁발에 참여하는 듯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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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동자승들에게 시주하는 사람들   

     

    5시 30분쯤 시작한 이 행렬은 1시간 가량 계속 이어진다. 라오스 현지인 틈에 섞여 적지않은 비율의 관광객들이 이 문화를 체험해보고자 무릎을 꿇고 승려들을 기다린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이 탁발 행렬에 참여한다는 것의 의미는, 중생들에게 공양을 통해 '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알면 알 수록 더욱 겸허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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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어린 여자아이가 바구니를 들고 길 끄트머리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어린 아이도 탁발에 참여하기 위해 길을 나섰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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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승려들이 아이에게 음식을 나눠준다.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다. 이 나라는 동남아 극빈국 중의 하나로, 캄보디아만큼이나 영유아 사망율이 높고 밥 굶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승려들은 시주받은 음식을 이 아이에게도 기꺼이 나눠준다. 이 아이는 나눠받은 음식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끼니를 해결할 것이다. 

    사람들은 승려들에게 공양을 하고, 승려들은 다시 중생을 위해 나누어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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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발 행렬의 종료와 함께 새벽이 걷히고, 루앙프라방 거리에 아침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나 역시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것은 아쉬워 근처 재래시장을 방문해보았다. 이제 7시를 조금 넘긴 아침 시장은 벌써부터 생기가 넘쳤다. 오히려 한낮에는 더워서 장사를 하지 않고, 이렇게 이른 아침과 해질녘에만 시장이 열린다고 하니 참고하시라. 

    아침시장에서는 과일부터 아침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바게트빵 샌드위치까지 여러가지 먹거리들을 구매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일반 공산품 등 여느 시장과 다를 것 없이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으니 모닝 쇼핑을 가볍게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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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 왔으니 소소한 간식 체험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위 사진은 코코넛 가루와 밀가루를 반죽하여 구워파는 빵인데, 소박한 모양새와는 다르게 달달하고 고소한 것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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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발행렬에 참여한 뒤 이렇게 시장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는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풍미 남다른 라오스 커피와 함께 갓 구워낸 빵에 달달한 연유를 발라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단, 재래시장은 달러를 받지 않기 때문에 라오스 현지 화폐인 '낍 Kip'을 미리 챙겨가는 것이 좋다. 물론 큰 돈은 필요하지 않다. 

    라오스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 탁발. 특히 루앙프라방이 유명하므로 라오스의 불교 문화를 깊이 체험해보고 싶다면 꼭 이른 아침에 직접 참여해보도록 하자. 이보다 더 고요하고 평화롭게 아침을 여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침시장이라는 별미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라오스의 아침, 제법 매력적이지 않은가?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Raycat

    경험을 공유하며 기계와 놀다가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가며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가끔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가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요? 네이버포스트 여행 분야 스타에디터, JNTO 여행작가 블로거, 트래비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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