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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찰에서의 하룻밤, 내 마음의 작은 쉼표

    녹색희망 녹색희망 2013.08.20

    카테고리

    경상, 휴양, 역사/종교

     

    김천 직지사 템플스테이

    내 마음의 작은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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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입니다.  그 열기에 정신마저 혼미해질 정도인데, 이 여름 어디로 떠나야 잠시 팔팔 끓는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시원해질까요? 이런 날에는 계곡도, 바다도 그저 뜨겁기만 하여 후끈 달아오른 몸과 마음을 식혀주기엔 부족할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사찰에서의 하룻밤은 어떨까... 라고 가만히 혀에 굴러보는 것만으로도 이내 마음 한 구석에 시원한 바람이 스며듭니다.

    꼭 무엇을 해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사찰여행은, 뜨거운 이 여름에 지쳐가는 나의 몸과 마음을 완벽하게 식혀줄 것 같습니다. 그런 기대를 안고 경북의 천년 고찰 직지사로 내려가는 걸음은 그 어느 여행보다 가볍고 들뜬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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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 김천의 황악산에 위치한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때 창건된 천년 고찰입니다.

    경내에는 대웅전과 삼층석탑, 석조약사여래좌상 등 여러점의 보물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일주문을 제외하고 모두 전소되었던 사찰은 삼국시대의 본래 모습은 찾기 힘들지만 대웅전 삼존불의 뒤에 걸린 삼존불탱화와 약사전의 석조약불좌상 등 수많은 보물과 성보박물관을 갖추고 있어서 아이들과 문화답사 여행으로도 의미가 있는 여정이 됩니다. 

    직지사에 처음 도착해서 느낀 점은 '절이 참 크다'는 것과 그런데도 작은 사찰마냥  아기자기한 경내의 풍경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내의 작은 바위 틈을 덮고 있는 이끼나 범상치 않은 모양의 수목들에서 자연스럽게 1,600년이라는 세월의 묵직함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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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내는 절로 고개 숙이게 하는 비범한 기운과 함께 초록 짙어가는 계절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제철을 맞아 풍성히 꽃을 피웠다 떨어져 마당을 고스란히 연분홍빛 융단처럼 덮고 있던 8월의 배롱나무 꽃도 눈 부시게 곱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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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남편에게 '직지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겠다'고 말했더니, 남편은 흔쾌히 다녀오라며 저 혼자만의 여행을 응원해 주었지요. 그러면서 자신도 오랜 전, 1994년도에 홀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는 말도 덧붙이더라고요. 그러고보니 '템플스테이'는 최근에 유행하는 여행이 아니라, 제법 긴 역사를 가진 여행인 듯 합니다. 사찰로 떠나는 여행은 번잡한 속계를 벗어나고픈 사람들에게 활짝 열려있는지라 종교적인 믿음과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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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사찰마다 다양한 테마와 함께 체계적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 중입니다. 직지사는 여름방학이나 휴가철에 맞춰 1박 2일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가족휴식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번에 머무는 동안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많이 보았더랬지요.

    이러한 프로그램은 워낙 인기가 많아서 대부분 8월 여름방학 시즌 기준으로 2~3달 전부터 예약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직지사 대웅전 마당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마련된 템플스테이 숙소인데, 시설은 일반 펜션과 다를 바 없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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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직지사의 깊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야만 닿을 수 있는 가장 안쪽의 숙소를 배정받았습니다. 그 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마음이 천천히 느려지면서 신선이 된 듯한 몽환적인 기분과 함께 '템플스테이'에 녹아드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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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작은 책상과 이부자리, 꼭 필요한 용품들만 간소하게  채워진 방 안에 내 짐을 내려놓습니다. 직지사 템플스테이 숙소는  최근 개보수를 하여 방 안에 별도의 화장실과 욕실이 갖춰진 방도 있습니다. 숙소는 무척 깨끗한 편이었지요. 

    자, 이제 방을 배정받으면서 나눠 준 수련복으로 갈아 입습니다. 갈아입고 보니 수련복 바지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작은 구멍으로 산사의 시원한 바람이 들고 나는데, 평소라면 '옷에 구멍이 났다'며 속상해 할 것을, 이곳에서는 이 마저도 바람이 통하기 위한 배려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행복하고 우스운 착각, 사찰여행이 주는 마음의 여백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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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플스테이에는 새벽 3시 30분과 저녁 6시에 시작되는 저녁예불과 좌선 그리고 스님과의 대담 및 108배 새벽숲 걷기, 명상, 발우공양, 빗자루 운력과 좌선, 산내암자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강제성이 없으며 자율적으로 참여를 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스님과의 대담시간. 함께 그 시간에 참석한 아이들의 순진한 질문에 답하시는 간결하고 담백한 스님들의 답변이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아이가 묻습니다. 

     

    "스님, 왜 스님이 되었어요?"

    "스님, 되고 싶었습니다."

    "스님들은 왜 머리를 깎아요?"

    "머리 깎으면 시원~합니다."

    "스님, 바깥 세상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스마트폰 게임도 하시나요?"

    "여기서 공부하고 수련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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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두 번의 예불이 끝난 다음 아침은 6시, 점심은 11시30분, 저녁은 5시에 식사를 하는 공영시간입니다. 별좌스님이 땀을 뻘뻘 흘리시며 식사 준비를 하십니다. 보통 템플스테이의 '식사'하면 사발에 담겨나오는 발우공양을 떠올리는데 사찰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직지사에서는 채식위주의 식사가 일반 급식 형태로 제공되고, 식사를 마치면 각자 스스로 식기를 씻어 정리합니다. 물론 음식을 남기는 것은 금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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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가 끝나면 대웅전 옆 마당의 북을 두 스님이 번갈아 두드리시는데, 대략 그 횟수가 3천 번 내외라고 합니다. 해거름에 경내에 울려퍼지는 북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은근히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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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지사 계곡 곳곳에 있는 작은 실개울에 발을 담그고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해 봅니다. 영적암까지의 포행, 108배, 3배, 암자산책 등 다양한 수련과 함께 성불박물관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기도 하며 직지사에서의 충만한 하루가 느리게 흘러갑니다. 고요와 멈춤의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 속에 작은 쉼표를 하나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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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국내 템플스테이 공식 1호 사찰  경북 직지사

    - 주소 : 경북 김천시 대항면 문수리 216번지 

    - 홈페이지 : 템플스테이 안내 http://www.jikjisa.or.kr/

    - ‘내 마음 바로 보기’ ‘내 마음의 작은 쉼표’ 등 힐링 프로그그램 진행

     

     

     

     

    녹색희망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낮고 겸허한 세상 바라보기를 통해 ‘공정한 세상’,’윤리적 여행’ ,‘착한 여행’,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으로까지 너른 시야를 갖춘 여행자가 되어간다. 그 이야기는 블러그,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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