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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우와 함께 주홍빛 길 따라, 후시미이나리 신사

    Raycat Raycat 2013.10.30

    카테고리

    역사/종교, 칸사이

      

    여우와 함께 주홍빛 길을 걷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 촬영지, 후시미이나리 신사 

     

     

    Fushimi-Inari Shrine

    일본 교토의 남부,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통해 더욱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신사가 하나 있다.

    선명한 주홍빛의 토리이 (신사 입구에 세운 문, 위 사진) 가 끝없이 줄지어 서있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다.

    이나리(稻荷) 산의 기슭부터 꼭대기까지 약 4km에 이르는 길에 이 토리이가 세워져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유명해지기 전에도, 이 길은 약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일본인들의 순례길로서 사랑을 받아왔다.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이기도 하고, 교토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나리' 이야기 

    후시미이나리 신사. 여기서 말하는 '이나리'란 일본의 토속 신앙 중 하나로, 농경의 신을 뜻한다.

    사람들은 이 신의 사자(使者)로서 여우를 모시게 되었는데, 그래서 이나리 신을 모시는 신사에는 '여우' 동상이 꼭 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 입구에도 열쇠와 금주머니를 입에 문 여우의 동상이 세워져있었다. 

    이 여우 동상 앞에는 참배객들이 종종 공물로서 '유부' (유부초밥의 그 유부) 를 놓고 가곤 하는데, 

    이 유부 역시 일본어로 말하면 '이나리'다. 이나리 신의 사자인 여우의 털 색깔을 닮았기 때문이라나. 

    어원은 하나의 가설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나리 신에게 이나리를 바친다는 뜻으로 여우에게 유부를 공물로 올린다고 한다.

     

     

    ▲ 앙증맞은 여우모양 나무판에 소문을 적어두는 모습

     

    그리고 보통 신사에 가면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에마(繪馬)도 이곳에서는 여우 모양!

    에마는 소원을 비는 나무판으로, 한자를 풀이하자면 '말 그림'이란 뜻이다.

    과거 신사에 소원을 빌 때 말을 바치던 것이, 점점 간소화 되면서 말을 그린 나무판에 소원을 적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고.

     

     

    ▲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상징인 주홍빛 토리이 모양의 에마도 있다. 

     

     

    이처럼 여우(이나리 신)를 상징으로 안고 있는 후시미이나리 신사.

    일본의 신사들은 저마다 수많은 토속 신을 모시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농업의 신인 이나리는, 농경사회였던 과거부터

    서민들 사이에서 오이나리상(お稲荷さん)이나 오이나리사마(お稲荷さま)처럼 친근하게 불릴 정도로 가까운 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전국에서 '이나리 신'을 모시는 신사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신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 전국에 약 3만 개 정도 있으며, 그 중에서도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그들의 총본궁(総本宮)이다. 

     

     

     

    영화 속 장면으로 들어가볼까?

    이제 본격적인 토리이 길로 들어가보자. 지도를 보니 산을 뒤덮고 있는 토리이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바퀴 완주하고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삼림욕 삼아 산책 삼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본당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본격적인 토리이 길이 시작된다.

    마치 색을 새로 칠한 듯 강렬한 주홍색에 벌써부터 눈이 부시다. 덕분에 교토 어느 신사보다도 인상깊은 풍경을 보여준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면 어린시절의 장쯔이가 이 길을 달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이라도 당장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뛰쳐나올 것만 같은 풍경이다. 

     

    한참을 걷노라면 초록빛 나무와 주홍색의 토리이의 강렬한 색채대비에 점점 몽롱해지는 기분이 든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인적이 드물어지고 고요해지면서 으스스한 느낌도 감돈다. 

    산 언저리를 빙 돌아 이어지는 4km 의 토리이 길. 마치 무언가에 홀리는 듯한 기분으로 자꾸만 걷게 된다. 

     

     

    ▲ 이 토리이 역시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세워졌다. 기부자의 이름이나 회사의 이름이 새겨진 토리이들이 빽빽하다. 

     

     

    ▲ 다른 세계로 가버릴 것만 같은 묘한 분위기가 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 마치 나를 인도하듯 앞서 걷기 시작한다. 

    애니매이션의 한 장면처럼, 금방이라도 내게 말을 걸어올 것만 같은 고양이. 평소라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기묘한 상상'이 펼쳐진다.

    막연한 기대를 갖고 고양이를 불러보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 가는 녀석. 

     

     

     

    마침 혼자 걷기 심심하던 참이었기에 고양이를 길동무 삼아 토리이 길을 걷는다.

    얼마나 갔을까, 어느새 내려가는 길이 나왔다. 그러자 고양이는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가버린다. 

    이 녀석은 언제부터 이 토리이 길을 다닌걸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산을 돌아서 나온걸까? 괜히 궁금해졌다. 

     

     

    ▲ 길동무 고양이와 헤어지고 나니 여우상 앞에 또 다른 고양이가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나리 산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인간 세계로. 토리이 길 끝에는 지금까지의 침묵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북적이는 상가가 나온다.

    이나리 역에서 내려 신사를 보고 토리이 길을 전부 걷고 내려오는데까지 걸린 소요시간은 대략 2시간 30분 정도. 

     

     

     

    INFORMATION

     

    후시미이나리 신사

    - 홈페이지 : http://inari.jp/ (일본어)

    - 가는 법 : http://inari.jp/access/ (일본어)

                    후시미이나리 신사 역에서 도보 10분, JR을 이용할 경우 이나리 역에서 하차하면 바로 신사의 입구가 나온다.

     

     

     

     

    Raycat

    경험을 공유하며 기계와 놀다가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가며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가끔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가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요? 네이버포스트 여행 분야 스타에디터, JNTO 여행작가 블로거, 트래비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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