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와인 맛에 반하다!
그랑꼬또 와인 시음기
대부도의 대표 먹거리를 칼국수와 조개구이 밖에 모른다면 이제 대부도에게 미안해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말 많은 것을 모르고 갔던 대부도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그 중 한 가지가 ‘와인’이다.
무식하다고 해도 할 수 없지만 대부도 포도가 유명한 것도 전혀 몰랐다.
수 년간 KBS <6시 내고향>을 시청해 왔는데도 이렇다니, 더 열심히 시청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마다 포도밭이 보여서 이색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와이너리까지 있다는 말에 시음을 해보고 싶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이름이 ‘그랑꼬또(Grand Coteau)’다. 뜻을 여쭤보니 프랑스어로 ‘큰 언덕’이란 말로 한자로 ‘대부(大阜)’를 뜻한단다.
서해안의 제일 큰 섬인 대부도를 대표하는 와인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랑꼬또 와인에 들어가 보니 첫 인상은 아담하다고 느껴지는 듯 했으나, 천천히 둘러보니 갖출 것은 다 갖춘 와이너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음을 해보시겠냐고 권하는 직원의 물음에 난 입이 찢어질 듯 반갑게 웃었던 것 같다. 대부도 와인의 그 궁금한 맛을 볼 절호의 찬스니까!
사실 나는 와인 맛을 잘 평가할만큼 민감한 혀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라 늘 와인 시음을 한다는 것에는 ‘체험’의 의미 외에는 큰 기대가 없었는데,
웬 걸! 한 모금, 두 모금 맛을 보고는 강한 구매 충동이 들었다.
“맛있다!”
유치하고 미약한 표현일 수 있으나 맛을 본 화이트, 로제, 아이스 와인 모두가 참 부담없이 입에 착착 감겼다.
탄닌이 많아 씁쓸한 맛을 느끼기 쉬운 여느 외산 와인들과는 달리, 그 투명하고 깨끗한 색깔처럼 깔끔하고 신선한 맛이었다.
특히 로제 와인은 차게 해서 삼겹살이나 신선로와 먹으면 잘 어울리고, 아이스 와인은 떡갈비나 치즈 케이크 등의 디저트와도 잘 어울린다고 하니
우리 밥상에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생각에 반가움이 들었다.
왜 맛있을까?
“왜이리 맛있지?”하고 고개를 갸웃하니 판매원이 기다렸다는 듯 대부도 포도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풍부한 햇빛과 시원한 바닷바람,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과 낮과 밤의 큰 일교차로 인해 포도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기계로 수확하는 외국 포도들과는 달리 일일이 손으로 키우는 포도인지라 정성이 남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와인맛이 다를 수밖에 없음이 이해가 됐다.
운 좋게 잠깐 와인 공장 투어를 할 기회도 얻었다. 공장에는 참나무통 대신 스테인레스 탱크가 가득했는데,
캠벨 얼리(Campbell Early) 품종 특유의 부드러운 맛과 향을 부각시키기 위해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발효 및 숙성을 거친다고 했고,
병입 및 라벨 작업까지의 와인 생산 공정이 모두 그 곳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외국 와이너리의 규모에 비해서는 크지 않은 터라 그만큼 생산되는 와인 한 병 한 병에 정성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가족모임을 기다린다!
와인 공장을 둘러본 후, 시음해 보았던 와인 맛을 상기하며 두 병을 구입해 왔다.
그리고는 집에 오자마자 흥분해서 당장 따 마시자고 했더니 엄마가 다음 주에 가족 모임이 있다며 그 날 따자고 하신다.
아, 좋은 생각이긴 한데 내 인내심이 버텨줄 수 있을지….
나는 와인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늘 와인 맛을 잘 모른다고 말해왔었다. 그러나 이제 “대부도 와인 좋아해요”라고 답할까 싶다.
안 마셔본 분들은 그 맛을 궁금해 하시겠고 불충분한 답이라 생각하시겠지만, 궁금하다면 직접 드셔 보시길 권하는 마음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나처럼 반하는 사람이 셋에 하나는 나올 거라고 짐작해 본다.
‘그랑꼬또’라는 대부도 와인 브랜드가 탄생한 건 2003년. 고작 10년의 역사이니 이제 시작이라 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세계 와인에 견줘 부족함이 없는, 좋은 와인을 넘어 위대한 와인으로 널리 인정받는 날이 곧 오길 기대해 본다.
그랑꼬또 와인
- 홈페이지 : www.grandcoteau.co.kr
- 주소 : 경기도 안산시 대부북동 1011-3번지
※ 취재 : Get About 트래블웹진
주중에는 한 대학교의 홍보담당 직원으로서, 주말에는 지구별 방랑자로서 성실하고 즐겁게 그리고 둥글게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청년으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서핑에 입문해 좌충우돌 했던 이야기를 담아 2012년 여름, '서핑에 빠지다'를 출간했다. www.wildbutmi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