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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천의 문암마을, 숲에서 가을에 물들다

    녹색희망 녹색희망 2013.09.24

    카테고리

    강원, 풍경, 액티비티, 가을

     

    강원도 홍천 산골 트레킹

    문암마을 숲길에서 가을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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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한 연예인이 강원도 홍천의 살둔마을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오마이텐트'라는 꽤나 마음을 끌던 그 프로그램은 아쉽게도 단 1회의 방송으로 종방이 되고 말았다. 허무한 끝이었지만 누군가는 그 방송을 기억하고 있고, 누군가는 '길'로서 그 방송을 추억하고 있다.

    나는 딸아이 손양과 강원도 살둔마을에 있는 살둔분교 캠핑장에서 하룻밤 야영을 하고 다음 날 아침 '오마이텐트가 찾은 걷고 싶은 길'을 찾아 나섰다. 홍천은 지금이야 도로가 잘 정비되어 서울에서 불과 두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처음 이곳을 방문했던 13년 전만 하더라도 오지 중의 오지였다. 서울에서 6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어느덧 길은 강원도 홍천으로 이르는 44번 국도로 이어진다. 국도라는 이름이 걸맞게 부드러운 S자 곡선을 그으며  달리다가, 세상이 바뀌듯 확 꺾어지는 길 끝에 살둔마을이 있다. 그리고 가을에 절로 물드는 호젓한 단풍길이 있는 문암마을도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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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도착한 강원도 홍천의 살둔분교의 캠핑장 관리인께 찾아 가는 방법을 물었다. "아, 걷고 싶은 길이요? 아예 여기에서 걷기엔 좀 무리고요. 이 쪽으로 쭈욱 나가서 저어기이 전봇대에서 오른쪽으로 한 번 꺾고 그 다음 다시 오른쪽으로 한 번 더 꺾으면 됩니다. " 살둔마을의 트레킹코스는 살둔분교에서 문암마을로 넘어가는 길로 왕복 13km가 넘는 장거리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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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둔분교에서 대략 2km까지는 포장도로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비포장도로다. 물론 그렇다고 차가 못 다닐 정도의 길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다면 '호랑소'를 이정표로 하여 차로 움직인 뒤 근처에 차를 주차하면, 문암마을 삼거리까지 총 4km의 트레킹 코스로 단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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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이 걷기 열풍이라 여행지마다 트레일코스가 만들어지고 그 길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인데 이 길에는 가을의 호젓함만이 가득하여 마치 나만의 비밀의 길을 선물로 얻은 양 고마운 마음이 왈칵 들기까지 하였다. 외롭지 않도록 함께 흘러주는 내리천과 색색깔 꼬까옷을 입은 단풍들이 나를 맞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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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태산에 푹 안긴 이 마을은 전쟁이 나도 모를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였단다. 그래서 정감록에 '피난처'로 기록되었을 정도라는데 길을 걷다보면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그들은 자신이 터를 내린 이곳에서 묵묵히 배추밭을 일구며 자연과 더불어 조용한 호흡으로 명상하듯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 호흡에 누가 될까 조심스레 가만가만 소리를 죽여가며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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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의 이름은 말 그대로 '걷고 싶은 길'.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완벽한 명상이 이루어지는 길이었다. 함께 걷되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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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가 털썩 앉았다가, 쉬엄쉬엄 걸어가본다. 강원도 홍제군 내면에서 출발해 인제군 기린면으로 흘러서 '내린'천이 되었다는 그 강물에 잠시 막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 흉내도 내어본다. 어느덧 내 몸과 마음이 가을의 이름을 타고 춤을 추는 듯 하다. 붉은 단풍잎처럼, 노란 은행잎처럼. 

     

     

     

     

     

     

     

     

    녹색희망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낮고 겸허한 세상 바라보기를 통해 ‘공정한 세상’,’윤리적 여행’ ,‘착한 여행’,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으로까지 너른 시야를 갖춘 여행자가 되어간다. 그 이야기는 블러그,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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