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중국을 만나다
현대미술의 메카, 베이징 다산쯔 798 예술구
뉴욕에 ‘SOHO’가 있다면 베이징엔 ‘다산쯔 798 예술구’가 있다!
베이징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둘째 조카의 돌잔치를 챙길 겸 떠난 여행이었기에 관광보다는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많이 가질 생각이었다. 아울러 처음 가보는 베이징이니 여행자의 의무감으로 그저 만리장성과 자금성(紫禁城)이나 한번 찍고 오겠다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웬 걸, 베이징 가족들이 여행 계획을 알차게 짜놓은 바람에 열심히 관광을 했고 새로운 중국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독특하게 느껴졌던 곳이 바로 ‘다산쯔(大山子) 798 예술구’이다.
아침 일찍 이화원(頣和園, 중국 최대규모의 황실정원)을 방문한 후 싼리툰(三里屯, 이국적인 레스토랑과 숍이 많은 거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이케아(IKEA)에 들러 쇼핑도 한판 한 터라 이젠 쉬어도 좋겠다 싶었던 오후, 오빠가 798 예술구를 들렀다 가자고 했다. 갤러리들이 있고 조각도 많은 곳이라며, 잠깐이라도 꼭 들러봐야 한다며…. 특별히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기에 그럼 그냥 눈도장이라도 찍고 갈까 생각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마냥 그곳에 머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폐허 공장이 현대미술의 메카로!
여행 서적을 보니 원래 다산쯔 일대는 군수물자를 만들어 내던 공장 지역으로 1990년대 말 재개발로 인해 공장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 후, 폐허가 된 공간에 예술가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들어와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집단 창작단지로 변한 곳이라고 했다.
2001년 중국의 화가 황루이(黃銳) 씨가 ‘재생 프로젝트 베이징 798 예술구’라는 전시를 개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2002년부터 이 일대가 현대미술의 메카로 떠오르자 중국 정부도 철거하려던 계획을 무르고 예술지역으로 보호 육성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대략 3만평 크기의 땅에 백여 개의 세계 각국 작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 아트샵, 50여 개 카페와 레스토랑, 소규모 공연장들이 들어선 곳으로 성장해, 내국인과 여행객들로부터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곳이었다.
▲ 갤러리 ‘798 스페이스’
군데 군데 벗겨진 페인트와 난방 파이프들로 뒤덥힌 육중하고 칙칙한 느낌의 건물들 속에 현대미술이 숨 쉬고 있는 것이 참 새로웠다. 특히 한 갤러리에서는 묘한 친근감이 느껴졌는데, 알고보니 MBC <무한도전>팀이 지난 해 ‘북경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곳으로, 아치형 천장 구조와 넓은 공간으로 유명한 갤러리 '798 스페이스'란 곳이었다.
회색빛 공장건물과 ‘마오주석 만세 만만세'라고 적힌 천장의 붉은 글씨 그리고 현대적 회화작품들과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자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마주칠 수 없는 묘한 조합이었다.
대부분의 전시가 무료였다. 몇몇 특별전도 5~10위안(약 900~18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면 관람할 수 있었는데, 무료 전시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벅찼다.
관람하며 쉬며 놀며 쇼핑하며!
곳곳에 보이는 인민군 모습의 조형물들과 서양식 카페들이 만들어낸 이색적인 거리 풍경이 짙은 인상을 남겼다.
늘 베이징을 떠올릴 때면 매연과 황사 등만 생각했던 터라 ‘베이징에도 이런 곳이?’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햇살 찬란했던 날씨도 798 예술구를 내 마음 속 'it 플레이스' 리스트에 올리는 데에 큰 몫을 했음이 분명하다.
처음에는 적당히 구경하고 말지 싶었는데 걸어도 걸어도 흥미로운 갤러리와 아트샵, 조형물들이 계속보여 발품을 아낄 수가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반나절 아니 하루 종일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유독 빨간색 조형물들이 많았지만, 벽돌 위 자유분방한 그라피티와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낯선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고전적인 중국의 모습을 벗어난 그 모습에서 나는 중국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된 것 같다.
798 지역 방문을 기념하고자 오프너 하나를 구입하고 생일을 맞이한 친구에게 보내주고 싶은 카드 하나를 구입하며 798 예술구 탐방을 마쳤다.
규모 방대하고 오랜 역사를 머금은 관광지만 생각하다가 갑자기 만나게 된 798 예술구.
물론 정치적 환경 상 사전 검열을 거친 전시만이 공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이 예술을 통해 세상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 반가웠다. 자칫 시간이 지나며 너무 상업적인 지역으로 변해갈까 하는 우려는 기우이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해야겠다.
"만리장성아 미안하다. 내 마음엔 798 예술구가 더 큰 감동으로 남았구나!"
INFORMATION
[가는 방법]
버스 : 401 402 405 973 955 등의 버스를 타고 다산쯔루커우난(大山子路口南) 정거장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면 된다.
그러나 초행길이라면 정확한 정거장을 놓칠 위험이 있다.
지하철+택시 : 지하철 10호선을 타고 싼위엔치아오(三元桥) 역에서 하차 후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게 더 편리하다.
택시비는 약 15~20위안(약 2700~3600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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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한 대학교의 홍보담당 직원으로서, 주말에는 지구별 방랑자로서 성실하고 즐겁게 그리고 둥글게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청년으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서핑에 입문해 좌충우돌 했던 이야기를 담아 2012년 여름, '서핑에 빠지다'를 출간했다. www.wildbutmi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