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황금빛 가을 나들이, 외암 민속마을에서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10.04

    카테고리

    충청, 역사/종교, 가을

     

    황금빛 가을 나들이, 충남 외암 민속마을에서

     

     

    가을의 시작은 빨간 단풍잎이 아니라 분홍빛의 코스모스가 아닐까? 한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일 때 쯤, 한들한들 피어나는 코스모스는 화사한 자태로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생글생글 알려준다. 

    9월의 어느 날, 외국인 친구들의 한국 방문으로 일일 가이드가 되어 조금 이른 가을 여행을 떠났다. 사실 말이 가이드지 여행지에 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온 외국인 친구들보다 현지인인 내가 구석구석을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현지인만의 정보를 자랑하고자 가이드북에 없을 법한 '좋은 곳'을 물색하다보니, 수도권 근처에 전통마을이 하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충남의 외암 민속마을이다.

      

     

     

    아산 근처에 있어 서울에서 두시간이 채 안걸리는 이곳. 마을 입구에 내려서자 넓은 시냇가에 오리들이 우리를 먼저 반긴다. 엄마 오리 옆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기오리들. 사랑스러운 털이 노오란 가을 햇살에 빛나며 지나는 이들에게까지 따뜻함을 안겨주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풍경화 같았던 나무다리. 그 위에서 방금 산 시골 청국장을 손에 들고 해맑게 사진도 찍었다.

     

     

     

    오백년 전에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예안 이씨 집성촌으로 유명한 이곳은 옛 가옥과 돌담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마을의 왼쪽은 전통가옥과 옛생활을 엿볼 수 있는 야외박물관이고 오른쪽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이 박물관과 옛 건물들의 유지보수를 위한 2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드디어 입성! 

    마을 입구에는 수호신인 장승들이 많이 서있었는데, 뿌리가 위로 가도록 거꾸로 박아 만든 기괴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식혜나 강정, 한과, 된장, 청국장등을 전통방식으로 제조해 판매하고 있어서, 우리도 가을 햇살에 마른 목을 식혜로 축여주었다. 고소한 쌀알이 씹히는 달콤한 식혜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인기있는 전통 음료다. 처음 보는 독특한 맛에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한국에 장기간 머무르는 친구들은 결국 그 오묘한 매력에 빠져들기 마련. 

    처음에는 '니맛도 내맛도 아니라'고 말하던 스위스 출신 오이군도 이제 외출했다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동네 떡집에 들러 냉장고에 식혜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식혜를 파는 집의 마당에는  낯선이들을 경계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따르지도 않던 똘망똘망한 눈의 강아지가 있었다. 마치 방문객들을 관찰이라도 하듯 그 모습이 늠름하다. 또 마당 한 구석엔 구수한 장들이 맛있게 익어가는 장독들이. 우리에겐 지극히 친근하고 그리운 모습이지만 외국인 친구들에겐 그저 이국적인 정취였던 장독대 풍경이었다.  

    마을에서는 특산품을 맛볼 수도 있고, 주민들이 진행하는 여러 전통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엿 만들기, 장승 꾸미기, 솟대 만들기 등의 실내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농촌체험 야외 프로그램도 있다. 여러 집에서 민박도 운영하고 있어서 전통가옥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황금빛 햇살 아래 달콤한 휴식

    풍요로운 가을, 상쾌한 가을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반기는 것이 사람만은 아닌것 같다. 전깃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추잠자리와 햇살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즐기고 싶다는 듯, 자기 집 지붕으로 올라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동네 바둑이가 그랬다. 

     

     

     

    가을은 그림처럼 황금빛을 뽐내며 마을 뒷쪽에도 내려앉아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탱글탱글한 쌀알을 품은 벼다. 고개숙이며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부자라도 된 듯 마음이 넉넉해졌다. 부디 이 쌀알이 여름에 고생한 농부의 손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도록, 무사히 추수가 끝나길 바란다.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린 주인공이 엄마를 따라 도시로 와서 생각하기를, 들이고 산이고 천지가 먹을 것으로 덮인 시골이 도시보다 풍요롭고 깨끗하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 천지인 도시로 왜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모르겠으며, 쓰레기와 오염물로 뒤덮인 곳에 사는 도시 사람들이 그저 흙 먼지가 전부인 시골을 더럽다고 이야기 하니 이상하기 그지 없다고.

    그 내용을 읽고 보니 사실 그렇다. 산에는 산나물과 열매들이 그득하고, 들에는 곡식이, 밭에는 야채가, 마당에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시골. 대단한 부자는 없지만 굶어 죽는 사람도 없다. 산에서 제공되는 것들은 모두에게 무료니까. 그러나 도시에서 가난한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아무것도 제공 받을 수가 없다. 길에는 부랑자가 생기고, 더러운 도시의 공해들은 시골의 흙먼지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풍요로운 시골에선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먹을 거리가 사방에 널려있는 모양이다. 통조림에 담긴 인공 사료는 취급하지 않는다. 신선한 고기가 무료로 제공되는데 왜 그런것을 먹겠는가. 사냥꾼의 본능을 한껏 발휘하며 조심스레 생쥐를 잡고 있는 고양이. 고양이가 사냥할 때의 민첩함을 보면 방바닥에서 구르던 귀염둥이가 어디로 갔나 싶다. 대신 마치 밀림의 사자와 같은 자태의 사냥꾼이 들판에 서 있을 뿐.

     

     

     

    그리고 겨울일 오기 전 마지막을 불사르는 꿀벌들도 보인다. 코스모스, 꽃무릇, 나무 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 국화... 가을에도 끝나지 않는 꽃들의 향연. 우리는 그저 눈의 즐거움이지만 꿀벌에겐 진수성찬이다. 들판을 뒤덮은 코스모스사이에 가만히 서있어보니 꿀벌들이 행복의 비명이 들리는 듯 하다.

     

     

     

    고양이도 꿀벌도 아닌 인간 오이군은 사냥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그냥 이렇게... (^^;)

     

     

     

    가을 꽃

    꽃 하면 일단 봄이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가을도 만만치 않다. 가을을 맞이하여 고개를 내미는 들꽃들이 한 무더기다.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햇살을 한껏 즐겨보라며 한들한들 손짓하는 자태가 그저 곱기만 하다. 

     

     

     

    외암민속마을은 수도권에서 가까움에도 시골의 따뜻한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어 특히 좋다. 주변에는 온양온천, 아산스파비스, 도고온천, 현충사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으니 1박 2일 정도 천천히 머무르며 주말을 즐긴다면 환상적인 코스가 될 것이다!

     

     

    INFORMATION

     

    외암리민속마을

    홈페이지 : http://www.oeammaul.co.kr/

    주소 :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전화 : 041-544-8290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같이 보기 좋은 글

    Tags

    충청의 인기글

    토종감자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