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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물드는 도시, 나라를 여행하다

    Wish to fly Wish to fly 2013.10.19

    카테고리

    역사/종교, 가을, 칸사이

     

    가을빛 찬란한 곳, 나라를 여행하다 

    ~ 동대사와 사슴공원을 찾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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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라는 이름의 도시

    오사카를 출발한 JR 전철은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 가을 사이를 달리다가, 조금 지루해질 즈음 나라 역에 도착했다. 이름이 '나라なら'인 도시. 옛부터 유구한 역사를 품어 왔음에도 오사카와 교토의 명성에 떠밀려 유명세는 덜하겠지만, 분명 긴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매료시키고도 남을 터, 나라가 품은 그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가을의 나라를 걷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도다이지와 사슴공원은 JR 나라 역으로부터는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거리로는 10분에서 15분 정도가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그 사이에는 아기자기한 골목들과 그 안에 그득이 들어찬 기념품점과 찻집들, 흩뿌려진 역사 문화 유적지들이 즐비해 여행자의 발걸음을 자꾸 더디게 한다. 나 역시도 그들의 꾐에 넘어가 서너 배는 더디게 목적지에 도착한 것도 같다.

     

    도다이지(동대사, 東大寺)

    주소: 406-1 Zoshicho, Nara, Nara Prefecture, Japan

    가는 법: 오사카에서 JR을 타고 나라 역, 긴테츠를 타고 긴테츠 나라 역에 내려 나라 국립박물관 방향으로 도보 10~15분.

    홈페이지: http://todaiji.or.jp/

    요약: 745년에 창건하였으나 다이부쓰덴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각은 에도 시대에 재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최대의 목조 건축물로 유명하다.

     

    가을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삼사십분 쯤 걸었을까. 지루할 새도 없이 걸어 도다이지에 도착. 저 멀리 고찰의 경내로 들어가려는 인파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거대한 다이부쓰덴(대불전)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그 수많은 인파들 중의 하나가 되어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나갔다. 거대함이라는 힘이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 끌고 있었다. 인파에 떠밀려 조금 숨을 고르며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문득 가을의 색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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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이야기하는 짙은 노란색. 저 멀리에서는 다이부쓰덴이 손짓하고, 바로 이 앞에서는 가을의 색들이 여행자의 발을 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서로 잡고 놓아 주지 않는,이런 황송한 대접을 언제 받아 보았던가. (아마도 신림동의 순대타운에서?) 여행자들은 한껏 들떠 여기 가을의 색과 저 멀리 도다이지 사이에서 행복해 하고 있었다.

    그 행복함과 함께 줄을 서 기다리고 있으면 그 기다림이 지루할까봐 누군가 자꾸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장난을 걸어 온다. 가을의 색과 도다이지에 정신이 팔려 있다보면 화들짝 놀라기 일쑤. 하지만 뒤를 돌아보고 그 장난친 녀석의 천진난만한 눈빛을 마주한다면, 그 누구도 화를 내지 못할 것이다. 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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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귀여운 눈빛을 보고 당신이라면 화를 낼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까지 지를 뻔 했지만, 저 녀석들의 맑은 눈빛을 마주하고는 그저 웃으며 그 이마를 쓰다듬어 줄 수 밖에 없었다. 녀석들이 느끼기에는 자신들이 이 곳의 주인이고 우리는 이방인일 터이니, 신고식과도 같은 '장난'을 걸어오는 것이다. 

     

    가장 큰 것이 주는 힘

    귀여운 사슴들과의 장난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눈 앞에 거대한 다이부쓰덴을 마주하게 된다.

    일전에 어떤 이의 글을 읽었었다. 우리 건축 기술은 이미 오랜 역사 속에서 일본의 그것에 패배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우리의 궁궐과 이 도다이지의 다이부쓰덴을 조목조목 따져 비교하면서 우리 건축의 약점과 그들 건축의 강점을 꽤 자세히도 설명해 놓았던 그 글을 읽으며, 정말 그럴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 도다이지에 와서 그 다이부쓰덴을 직접 보고 몸으로 경험해 보니 한편으로는 그의 말이 맞긴 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는 글 속에서 건축물의 크기와 장식의 화려함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으로만 따진다면 그의 주장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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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건축이라는 것이 어찌 그 크기와 화려함만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건축물을 그들이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았을 황룡사의 9층 목탑을 이미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초등학생들이나 하는 크기 싸움일랑 미루어 두고, 어쩌면 우리의 것과 그들의 것은 그 어느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일 뿐이리라고 머릿 속을 정리했다. 건축을 공부하는 여행자인 나로서는 그저 그 '다름'을 재미있어 하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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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크기가 압도한다. 세계 최대라는 이름값보다 직접 몸으로 전해 오는 힘, 그것은 약간은 찌릿한 감동 비슷하게 다가왔다. 사진은 분명 그 느낌은 담아내지 못할 테니까, 저기 다이부쓰덴의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의 크기와 함께 이 건축물의 크기를 가늠해 보길. 누가 뭐래도 크기로는 '갑'인 세계 최대의 목조 건축물이 그 곳에 있었다. 아름답기도 했다. 거대한 크기만이 아니라,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지붕의 선들도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붕의 가장 위에 달린 황금빛 장식이 파란 가을 하늘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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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을 들여다 본다. 거대한 지붕을 받치는 목구조. 그것은 거의 치열한 싸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화 이전의 건축물은 모두 그러하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더 큰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어 붙이고, 짜 맞추고, 똑같은 것을 겹치고 또 겹치고 나서야 이 거대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바깥에서 보았던 우아하고도 육중한 지붕의 선들은 바로 이 치열함 위에 사뿐히 올라 앉은 것이다.

    그 치열함에 조금 숙연해져서는 한동안 그 곳 도다이지를 떠나지 못하다가, 다시 털고 일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돌아가는 그 길에도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건축물, 그리고 충만한 가을의 색. 그런 조금의 아쉬움을 품고 사슴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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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공원(나라 사슴공원)

    주소: Noboriojicho, Nara, Nara Prefecture, Japan

    가는 법: 오사카에서 JR을 타고 나라 역, 긴테츠를 타고 긴테츠 나라 역에 내려 나라 국립박물관 방향으로 도보 10~15분.

    홈페이지: http://nara-park.com/

    요약: 나라 시의 동쪽 와카쿠사 산의 초입에 위치한 공원으로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제 집처럼 뛰어드는 사슴들이 즐비해 대개 사슴공원으로 불린다.

     

    나라공원 = 가을공원

    나라공원. 인파에 휩쓸려 도다이지를 흘러 다니다 다시 탁 트인 공원으로 나오니, 파란 하늘과 점점이 구름들이 먼저 마중한다. 11월의 끝자락. 일본의 간사이 지방, 여기 '나라'는 가을이 한창이었다. 따뜻한 볕과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 여행하기에는 딱 좋은 그런 계절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로 펼쳐진 온갖 색깔들의 공원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빨강으로부터 노랑, 다시 노랑으로부터 초록에 이르기까지. 

    사람들도, 가을을 만끽하고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 도다이지를 흘러 다니던 사람이었을 테니까 그들 역시 이 여유로운 가을 공원이 반가웠을 것이다. 누구 하나 갈 길 바쁜 이 없어 보였고, 누구 하나 여유로운 표정을 짓지 않은 이 없어 보였으니, 가을 여행이란 아마도 그런 것이겠지 싶었다.

     

    나라공원 = 사슴공원

    이 공원의 공식 명칭은 나라공원이 맞지만, 많은 이들이 이 곳을 사슴공원으로 부른다. 그것은 이 공원을 제 집 삼아 날뛰는 녀석들이 그만큼 인상 깊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에서나 보았던 다 큰 사슴들을 이렇게 도시의 한복판에서, 탁 트인 공원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랬기에 나도 이 장소를 사슴공원으로 기억하고있다. 녀석들의 짓궂은 장난, 센베를 바라보는 불쌍한 표정, 그러나 센베를 든 손이 점점 비어감에 따라 언제 그랬냐는 듯 시크하게 떠나가는 녀석들의 태도. 그런 것들이 여기 나라공원, 아니 사슴공원의 기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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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손이 비지 않은 여행자에게는 이런 사진까지도 허락해 주는 녀석들. 녀석들은 철저하게 기브 앤 테이크를 알고 있었다. 누군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 터인데, 그렇듯 새초롬하게 행동하는 귀여운 눈망울의 사슴들이 얄밉다기보다는 귀엽게 느껴졌다. 그런 녀석들의 재롱이 고마웠기에 이마를 쓰다듬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건축을 공부하는 건축학도 여행자.
    가을 여행이 고픈 감성 여행자.
    귀여운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박애주의 여행자.

     

    '나라'라는 이름의 도시를 떠나다

    간사이를 여행했던 지난 짧은 여행. 그 중에서도 이 도시 나라에 머물었던 시간일랑 반나절 남짓의 짧고도 짧은 시간.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에 이 도시 나라가 대도시 오사카와 교토만큼이나 강렬하게 남아있던 것은 처음에 기대했던 그대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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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라는 도시의 홍보 사진이라고 해도 될 법한 나라 여행의 마지막 사진. 나의 여행을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준 가을의 색과 귀여운 사슴들을 뒤로 하고, 여기 이 도시 나라를 떠나 교토로 가는 길. 누군가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이 곳 나라가 그다지 흡족하지 않은 여행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따뜻한 가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여행자가 있다면, 여기 이 곳 나라로 떠나 보라!

    가을의 여행이란 크고 화려한 것들보다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모이고 또 모인 그런 따뜻한 여행이 제격이니까.

     

     

     

    Wish to fly

    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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