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영화 속 여행을 만나다, 베이징 세계공원

    moo nee moo nee 2013.10.19

     

    영화 속 여행을 만나다 

    지아장커 감독의 '세계' 속 그곳, 베이징 세계공원

     

    베이징 세계공원
     
     
    한 때 중국영화에 빠져서 두세달을 집에 틀어박혀 하루 3-4편씩 보고 치워 버렸던 적이 있다. '보고 치워 버렸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이다. 나중에는 <중경삼림>의 여주인공이 장만옥이었는가? (임청하, 왕페이구나.) <국두>의 공리가 남편의 억울함을 풀고자 여행을 떠났던가? (영화 <귀주이야기>의 내용이다.)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으니까.
     
    기억 속에서 50-60편의 중국영화들이 한 데 뒤엉켜 있음에도, 지아장커의 영화 <세계>의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라고 느낀 첫 영화였기 때문. 왜 대단하다고 여겼는가? 묻는다면, 그냥 내 자신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허무감과 무기력함에 크게 매료된 것 같다.
     
    영화는 중국 베이징의 한 화려한 테마파크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을 미니어쳐로 만들어 놓은 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주인공 따오는 무용수로 일하고, 그의 남자친구 따이셩은 경비원으로 일한다.
     
    영화의 감흥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으므로. 촬영지 베이징의 '세계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사실 올해 간 베이징 여행은 이곳을 가보는 일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숙소 왕푸징 근처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는 방법도 있지만, 버스나 지하철로는 2시간 가까이 걸리므로 조금 비싸지만 택시를 잡았다. (마침 올해 6월부터 베이징의 택시요금이 올라서, 거의 한국과 비슷해 졌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베이징이 더 싼 것 같지만…)
     
     
     
     
    베이징 세계공원 입구
     
    베이징 세계공원 입구 
     
     
    영화 속에 그려진, 세계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농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농민공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베이징은 국제도시의 중심으로 변모했다.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세워둔 세계공원 역시, 세계화를 빠르게 실현하고자 하는 베이징의 욕망이 담긴 공간이이라할 수 있다. 그런 화려한 장소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핵심.
     
     
     
     
    베이징 세계공원 매점
     
    ▲ 매점이 있지만, 별로 먹을 것이 없고 지저분하다.
     
     
    세계공원은 중국의 고속성장이 진행되던 90년대, 1993년에 오픈 하였다. 현재는 50여개 국가 100채 이상의 세계문화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전세계 유명한 건축물들은 거의 대부분 구현해 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세계>는 중국 고속성장의 병폐가 점점 가시화되기 시작한 2000대 중반, 2006년 개봉했다.
     
    <세계>의 감독 지아장커는 중국의 내부문제들, 중국 사회의 소외계층, 그리고 중국정부가 금기시 하는 사회구조적 모순들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폭로하는 중국영화 제6세대를 이끈 주역이다. (중국영화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비슷한 경향을 가진 감독들을 묶어 세대별로 구별한다. 제6세대를 대표하는 감독들은 <여름궁전> 로우예, <북경자전거>의 왕샤오슈아이, <햇빛 쏟아지던 나날들>의 장원 등이 있다.)
     
     
     
    베이징 세계공원 꼬마자동차
     
    베이징 세계공원 꼬마자동차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에는 작은 자동차를 빌려주는 곳이 있는데, 예치금을 미리 내고, 30분에 80위안(정도?)을 내면 빌려 탈 수 있다. 공원이 워낙 넓어서, 다소 비싸지만 이 자동차를 꼭 빌려서 타고 도는 것이 좋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한낮 기온이 30도 이상이었기 때문에, 이 귀여운 자동차가 없었더라면… 공원을 다 둘러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을 것이다. 면허가 없는 사람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꼬마자동차다.
     

    다시 영화이야기. <세계>의 여주인공 따오는 매일 세계 각국의 의상을 바꿔 입어가며 세계 각국의 춤을 추지만, 정작 본인은 비행기 한번 타보지 못했고, 여권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남자주인공 따이셩의 직업은 농촌출신의 남성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경비원. 경비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잡일을 도맡아 한다. 월급은 거의 없고 숙식 정도만 제공해 주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직업과도 병행한다. 타이셩은 사람들에게 가짜여권을 만들어주는 일로 돈을 번다.

    영화 속 중국 젊은이들의 우울함과 농민공들의 고난함을 엿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세계공원을 직접 방문해서 느낀 결론은, 영화 속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세계 어디에서나 흔하게 있을 법한 테마파크였다. (물론 너무 큰 기대를 갖고 방문했던 탓도 있다. ^^)

    공원 내 건물간 완성도의 편차가 조금 있다. 어떤 건축물은 ‘진짜 똑같이 만들었네’ 싶다가도, 어떤 것을 보면 ‘에이, 이건 정말 아니잖아~’ 싶은 건물도 꽤 있다.

     

     

    베이징 세계공원 코끼리

    ▲ 일정 금액을 내면 코에 올라타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있는데, 발이 묶인 코끼리 모습이 너무나 아련했다.

     

    베이징 세계공원 스톤헨지

    ▲ 스톤헨지, 원래는 선사시대의 거석유적으로 아직까지 세운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베이징 세계공원의 것은 설립이유가 명확하다!

     

    IMG_5526

    IMG_5532

    ▲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 에펠탑은 비교적 크게 세워두었는데 개선문이 참... 귀엽다. (^^;)

     

    베이징 세계공원 노트르담성당

    ▲ 노트르담성당, 비교적 완성도 높게 만들어져 있다. 디테일이 돋보인다.

     

    베이징 세계공원 빅벤

    ▲ 런던의 빅벤, 가장 웃었던 건물이다. 혹시 내가 잘 못 읽었나 싶어서 여러 차례 다시 표지판을 읽어도 빅벤이다.
          그 빅벤 맞지? 영국에서 내가 보았던?

     

    베이징 세계공원 맨하탄

    ▲ 설마 맨하탄...?

     

    영화 <세계> 남주인공이 '911테러 때 쌍둥이 빌딩(세계무역센터)은 날아가버렸지. 우리 껀 그대로고'라며 고향에서 올라온 친구에게 이곳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를 평론하는 사람들이 이 장면을 두고, ‘미국은 무너지고 있지만, 중국은 건재하다!’라는 자부심의 발로라 해석한다. 개인적으로는 도시의 최하층민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것이 인상 깊었다.
     
     
     
     
    베이징 세계공원 피사의사탑
     
    ▲ 피사의 사탑과 로마 건국신화와 연관있는 젖먹이 늑대
     
     
    베이징 세계공원
     
    베이징 세계공원
     
    베이징 세계공원
     
    ▲ 비교적 고퀄리티였던 건축물들

      

    지아장커 감독은 영화 <세계>를 통해 '중국은 크게 발전했으나, 그 안의 사람들은 과연 모두 행복한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매일같이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중국의 성장은 눈부시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비극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도 고민해왔고, 또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일 아닌 가 싶다.
     
    세계공원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 건축물이 단 한 채도 없다는 사실. 중국 사람들 생각엔 한국에서 들여올만한 건축물이 없다 보다. 남산타워도 괜찮고, 63빌딩도 좋고, 또 아기자기한 한옥마을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하긴 생각해보면 남산 없이 타워만 세워둔다면? 한강 없이 63빌딩만 세워둔다면? 기품 없이 전주한옥마을을 복원해 둔다면…? 어설프게 만들어두는 것보단 차라리 안 만드는 것이 좋을 듯!
     
    우리나라 건축물이 없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오세아니아 쪽을 둘러보았는데, 오페라하우스를 보면서… 큰 위안을 얻었다. 올해 여름 방문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보면서 실물을 볼 때는 '뭐 건물 하나 가지고 유난인가' 싶었는데, 크기만 다를 뿐 똑같이 만들어도 본래의 건물 아우라는 전혀 모방할 수 없음을 느꼈다. 세계공원에서 비교적 잘 만든 건축물 중 하나임에도 현지에서 느낀 시드니하우스와 하버브릿지의 그 감명은 조금도 전달되지 않았다.
     
     
     
     
    베이징 세계공원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날로 발전하는 중국의 모방기술. 그러나 아무리 '짝퉁'을 찍어 낸 들 스티브 잡스의 정신까지 찍어낼 순 없을 듯 하다. 이것이 세계공원을 방문하고 느낀 '크게 발전한 중국 이면에 존재하는 비극'의 또 다른 한 면이다.
     
    한 바퀴 돌고 나오니,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여기에서 돌아가는 택시를 잡을 수 있으려나? 출구에서 몇 분을 왔다갔다 해보니, 한 일행을 잔뜩 태운 택시가 하나 온다. 바로 올라탔다. 그런데 택시아저씨가 좀 이상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약주 한 잔을 하신 듯하다. 5환(베이징은 도심을 중심에 두고, 원을 그리며 도로가 설계되어 있다. 그 원에는 숫자가 붙어있는데, 5환은 비교적 외곽을 두르고 있는 도로다. 세계공원은 4환과 5환 사이에 위치해 있다.)에 올라서는데 한 30분을 헤맨다. 중간에 길을 물어본 경우만 3번. 치솟는 미터기 금액과 걱정 속에서 세계공원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돌아가는 길. ‘내가 아직 못 가본 곳, 또 가고 싶은 곳이 참 많구나...'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도 부천과 제주에 비슷한 테마파크가 있다고 하니 가봐야겠다. 비슷한 명소를 비교하는 일도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세계공원은 다음 여행지를 꿈꾸게 했다.
     
     
      
    INFORMATION 
     
    - 주소: 북경시 풍대구 화향봉보루 158호 (北京市 丰台区 花乡丰葆路158号)
     
    - 가는방법
     
    1) 택시 – 25km 정도, 소요시간 약40분, 택시비는 70위안 내외
    2) 버스 - 특 7번, 959, 937지선、692、944지선、913、967번 버스가 세계공원 정류장에서 선다.
    3) 지하철 – 9호선 궈공좡역 (guogongzhuang 郭公庄)에서 도보로 약25분
     
    - 영업시간: 성수기(4월 중순~ 10월) 8시~17시, 비수기(11월~ 4월 중순) 8시~ 16시 30분
     
    - 가격정보: 성인 100元(위안), 학생 60元(위안), 비수기 성인 65元, 학생 35元
                          (* 신장 1m20cm 이하의 어린이, 70세 이상 노인은 신분증 제시할 시에 무료.)
     
     
     
     
     
    moo nee

    배경여행가. 책, 영화,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의 모습이 지워진 배경에 들어가 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백과사전 회사에서 5년 가까이 근무. 건조하고 차가운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으니, 촉촉하고 다정한 글을 찾고 쓰는 일이 낙(樂)이 되었다. 지금은 IT회사에 재직 중. 저서로는 <다정한 여행의 배경>이 있다. www.istandby4u2.com

    같이 보기 좋은 글

    베이징의 인기글

    moo nee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