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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을 수놓는 교토의 빛, 기요미즈데라

    Wish to fly Wish to fly 2013.11.02

    카테고리

    풍경, 가을, 칸사이
     

    밤을 수놓는 교토의 빛, 기요미즈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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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깔릴 즈음에

    오사카와 고베, 나라를 거쳐 이 여행의 마지막 도시 교토에 도착했다. 11월의 마지막, 일본 간사이 지방의 흐드러지는 단풍도 이제 거의 절정을 맞고 있었다. 낮에는 교토 외곽의 아라시야마에서 가을 산행의 여유를 즐기고, 해질녘 다시 교토 시내로 돌아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밤을 마주하러 가는 시간. 1년 중 가장 감성적이 되는 시기 가을, 그리고 또 하루 중 가장 감성적이 되는 시간 밤. 그 깊은 가을의 밤, 나는 이 도시 교토의 최고 명소인 기요미즈데라로 향했다.

     

    기요미즈데라(청수사)

    주소 : 294 Kiyomizu 1 chome, Higashiyama Ward, Kyoto, Kyoto Prefecture, Japan

    가는 법 : 기온에서 남쪽으로 히가시오지도리를 따라 걷다가 동쪽으로 마츠바라도리를 따라 걷는다. 그 끝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요미즈데라. 걷기에는 먼 거리이나 그래도 걸어 보기를 추천한다. 마주하는 이름 모를 골목들은 관광객의 눈길과 발길을 한동안 붙잡고도 남을만큼 매력적이므로.

    홈페이지 : http://kiyomizudera.or.jp/

    요약 : 교토를 대표하는 명찰이자 관광지. 사찰 자체도 볼거리가 많고 역사적, 건축적으로 가치가 있지만, 이 곳에서 내려다 보는 교토 시내의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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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요즈데라로 연결된 마츠바라도리, 좁고 아늑한 골목길의 끝. 그 곳은 따뜻한 빛을 밝힌 활기찬 전통 상점들, 이미 기요미즈데라를 경험한 이들과 이제 막 기요미즈데라를 찾아 오는 이들이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기분 좋은 왁자지껄함이 거리에 가득했다. 홀로 여행하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는 걸음이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흥얼거려지는 시간이었다. 조금은 마음을 가다듬고 이 밤의 목적지, 기요미즈데라의 경내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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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색이 가득한 기요미즈데라. 새빨간 단풍나무의 군집과 그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군집이 퍽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으레 기대하게 되는 고즈넉한 사찰 풍경은 그 곳에 없었지만, 이렇듯 왁자지껄한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야단법석이라 했던가. 불경을 설파하는 이는 없어도 이게 야단법석이려나 싶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이들의 표정에서도 그 흥겨움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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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왁자지껄함 속 밤 기다리기. 내일은 비가 온다고 했던가. 꽤 짙은 잿빛 구름들이 서쪽 하늘에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그 틈바구니로 살짝 얼굴을 내밀어 주는 노을. 반가웠다. 적어도 가까운 몇 년 동안은 이 곳 기요미즈데라의 노대 위에서 가을의 노을 빛을 볼 일은 아마 없겠지. 혹여 조금이라도 아쉬울까봐, 그 서쪽 하늘을 오래도록 만끽했다.

     

    라이트업

    설명 : 봄, 여름, 가을 등 1년에 3번 건축물과 나무 등에 빛을 비추고, 야간 특별 개방을 하는 일종의 빛 축제.

    장소 : 기요미즈데라, 에이칸도, 지온인, 쇼렌인 등 교토의 주요 사찰 및 관광지.

    시기 : 벚꽃 시즌, 한 여름, 단풍 시즌에 즈음하여 열린다. 올 2013년 가을의 기요미즈데라 라이트업은 11월 15일부터 12월 8일까지.

     

    라이트업 = 각광脚光

    각광이라는 말이 있다. 직접적인 뜻은 말 그대로 발 아래에서 비추는 빛, 즉 무대 위의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는 무대 조명 장치를 일컫는 연극 용어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넓은 의미로는 사회적인 관심이나 흥미, 주목 등의 의미로까지 사용된다. 가을이 되면 교토의 일원에서 펼쳐지는 라이트업 역시 넓게 본다면 그 범주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명 고건축물과 그를 에워 싼 단풍 나무들, 라이트업의 빛은 그 아래로부터 위를 비추어 줌으로써 대상물을 더 돋보이게 하기 때문.

    내가 이 곳 기요미즈데라를 굳이 낮이 아닌 시간에 찾은 것도, 굳이 옷깃을 여미며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바로 이 라이트업 때문이었다. 낮의 기요미즈데라도 분명 아름답겠지만, 어차피 이 교토 여행이 깊은 가을을 여행하는 가을 여행이라면 한 번 쯤은 그 빛을 마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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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차로 변해 가는 하늘의 색을 넋 놓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밤을 기다리는 그 시간은 지루하지 않을 터. 아직은 라이트업이 시작되지 않은 주간 일반배관과 야간 특별배관 사이의 시간. 숲은 어둠 속에 잠기고, 교토 도심의 불빛은 하늘을 묘한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시간. 이런 하늘의 색은 쉬이 마주할 수 있는 색이 아니기도 했기에, 밤이 깊도록 그 색의 달라짐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교토 가을 여행의 꽃, 기요미즈데라 라이트업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살짝 조용해졌던 주변은 다시 웅성웅성하는 소리로 채워지고, 하늘도 조금 더 짙어져 짙은 남색 빛으로 물들어갈 즈음, 하나 둘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기요미즈데라.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교토 가을 여행의 꽃, 기요미즈데라의 라이트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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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요미즈데라의 전각들과 발 아래 숲들은 라이트업 화려한 불빛이 채우고, 내 주변의 공기는 지금 이 시간을 함께 하는 낯선 이들의 탄성이 채워 나갔다. 결코 인위적일 수 없는 진짜 탄성! 모든 것들이 세세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전각을 받치고 선 수십 미터를 아우르는 목구조, 어느 것은 푸르고 어느 것은 붉은 나무들의 생김, 그리고 이 시간을 만끽하려는 낯선 이들의 상기된 표정까지.

    라이트업은 분명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이 곳을 찾은 많은 이들의 시선과 주목을 기요미즈데라의 곳곳마다 고루 나누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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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저 빔 발사!

    그리고 본당의 아래 쪽은 농익은 단풍들이 채우고 있었다. 흡사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것도 같았다. 허나 이렇게 아름답고도 찬란한 화염은 아마도 없겠지. 오늘 밤, 비가 내리면 저 붉은 잎들 중 대부분은 바닥으로 떨어질 터이니, 내일은 없을지도 모르는 이 풍경의 시간적 희소성이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12월을 코 앞에 둔 늦은 가을이었기에 밤에는 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도 콧물을 연신 훔쳐야 했다. 그래도 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풍경을 두고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코 끝이 얼얼하도록 콧물을 훔치면서도 나는 이 풍경 앞에서 오래도록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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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빛 나무들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돌아 내려와 이제 기요미즈데라를 떠나는 길. 사랑하는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과 함께인 저들의 왁자지껄함이 조금은 부러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에 이 곳을 다시 찾게 된다면, 그 때는 어느 누구든 사랑하는 이와 함께이고 싶었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곳 교토 기요미즈데라의 깊은 가을을 경험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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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지막. 아래에서 올려다 본 기요미즈데라의 본당. 아래로부터 그 위를 비추는 라이트업의 진가는 여기 이 마지막에서 다시 드러나고 있었다. 힘 있게 본당을 받치고 선 목구조들이 눈에 들어왔다. 죽죽 뻗은 것이 퍽 우직해 보였다. 평범한 불빛이었다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저 목구조 따위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라이트업은 그 불빛의 화려함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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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요미즈데라 안녕! 라이트업 안녕! 교토도, 가을도, 안녕! 안녕!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건축을 공부하는 건축학도 여행자.

    밤의 시간을 사랑하는 감성 여행자.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나오면 니넨자카, 산넨자카로 이어진다. 그 곳의 계단에서 넘어지기라도 할라치면 2년, 3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곳. 예상보다 이미 한참 늦은 시각임에도 걸음은 멈출 줄 모르고, 사람들의 왁자지껄함도 잦아들 줄 모르는 교토 여행의 가을 밤. 그 누구 하나 이 아쉬움을 달랠 수 없기에,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밤이야말로 쉬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끊이지도 않고 이어지는 이름 모를 골목들을 따라 무심히 걸었다.

    여행의 시간은 낮이나 밤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아름답지만, 세상의 모든 티끌들은 어둠 속으로 숨고 그 아름다움만 밝게 빛난다는 이 밤은 분명 더욱 아름다우니, 조금 피곤하다는 이유로 택시를 잡아 타고 호텔로 돌아가기보다는 더 많은 여행지의 밤을 경험해 보기를. 그 곳의 밤은 그 어느 곳의 낮보다 아름다울지 모르니.

     

     

     

     

    Wish to fly

    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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