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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부 해안 따라, 나의 호주 여행 스케치

    moo nee moo nee 2013.11.06

    카테고리

    호주, 풍경

     

     동부 해안 따라, 나의 호주 여행 스케치 

     

    호주대륙

     

    지금에야 '호주'하면 아름다운 청정국가로서 광활한 자연과 여유로운 도시가 멋지게 어우러진 곳을 떠올리지만, 본래 호주는 삭막한 땅이었다.

    1777년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대륙을 조사하여 문명인이 살 수 있다는 보고서를 영국 정부에 제출한 이래, 1788년부터 영국 정부는 이 땅에 ‘뉴사우스웨일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죄수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1776년 미국에서 독립혁명이 발발함에 따라 미국으로 보내던 죄수를 처리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본래 에보리진이라는 부족이 살고 있던 이 땅은, 죄수들을 품고 백인의 역사를 연 것이다. 

    영국인들은 호주 대륙의 중심이 너무나도 척박했기에, 동부 해안을 따라 도시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그 흔적을 더듬듯 해안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호주를 품어보는 여행을 계획했다. 과거에는 죄수들의 땅이었으나 지금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뉴사우스웨일스 주(州)의 동부 해안도로를 따라서 말이다. 

     

     

    호주여행지도

     

     

    안녕,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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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도시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므로,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시드니 도심에서 바로 빠져 나와 해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달리며 볼 수 있는 창 밖 풍경만으로도 호주는 여행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바다를 품은 울릉공 (Wollongong)

     

     

    볼드힐 전망대

     

    원주민어로 '바다의 소리'라는 뜻을 가진 울릉공에 도착하였다. 해안 쪽에 위치한 볼드힐 전망대(Bald Hill Lookout)에 올라가면 도시전경과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하얀 비행기 구름은 너무나 아름다워 현실세계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이 곳은 바이크 매니아들의 사랑 받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검은 가죽 자켓을 입은 덩치 좋은 오빠(?)들이 바이크를 으르렁~ 거리며 달려오고, 달려나갔다.

     

     

    볼드힐 전망대

     

    돌아가는 길, 하늘에 하얗게 수를 놓은 듯한 풍경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 주었다.

     

    INFORMATION

    볼드힐 전망대

    Bald Hill Headland Reserve, Lawrence Hargrave Dr, Stanwell Park NSW 2508, Australia ‎

     

     

    바람소리를 품은 키아마(Kiama)

     

    키아마 블로우홀

    키아마

    ▲ 키아마 마을 풍경

     

    다시 울릉공에서 키아마로 이동하여 보다 역동적인 바다를 감상하고자 했다. 키아마의 블로우 홀(Blowhole)에 내리자마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 들었다.

    키아마는 원주민 말로, '바다가 시끄러운 소리를 만드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곳은 바람이 불 때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바위에 뚫린 구멍으로 솟구치는 블로우 홀이 유명하다. 내가 방문한 날은 바람이 강하지 않은 맑은 날씨여서 물기둥이 세지 않았다. 거의 1m 정도의 약한 물기둥으로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파도가 바위틈으로 들어올 때마다 들리는 ‘쏴아~’하는 소리는 도시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인상 깊은 소리였다. 해풍과 파도가 심한 날은 물기둥이 10m까지 솟아오를 때도 있다고 한다.

     

     

    키아마 블로우홀

     

    INFORMATION

    키아마 블로우 홀

    Blowhole Point Rd, Kiama NSW 2533, Australia ‎

     

     

    아침햇살을 품은 허스키슨(Huskisson)

     

    맹그로브습지대

     

    키아마에서 다시 같은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한다. 주변 리조트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 산책 겸 허스키슨의 레이디 덴먼 해양박물관 앞 맹그로브 슾지대에 가보기로 했다.

    맹그로브라는 식물은 매우 독특한데, 바닷물에서 자라기 때문에 잎에 소금이 맺혀 있다. 잎을 만진 다음 손가락을 핥으면 짠 맛이 난다. (손가락이 짠 것인가?) 또 호흡근이라는 독특한 뿌리를 가지고 있어서, 뿌리의 반은 바닷물 속에, 반 정도는 공기 중에 노출시켜 호흡을 하는데, 이 뿌리들은 아래로 성장하지 않고 위로 성장한다. 즉 기본 뿌리가 바닷물 속에서 옆으로 길게 늘어서서 있고, 그 뿌리에 작은 뿌리들이 자잘하게 위로 솟아나는 것.

     

     

    맹그로브

    ▲ 그림으로 그리면 이런 모양...?

     

    맹그로브습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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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햇살을 듬뿍 받아 반짝이는 나무들이 아름답다. 또 그 햇살을 품은 호수 위를 유유자적하고 있는 오리들. 아침산책으로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INFORMATION

    레이디 덴먼 해양박물관(Lady Denman Maritime Museum)

    Woollamia Rd, Huskisson NSW 2540, Australia ‎

     

     

    하얀 모래를 품은 저비스베이(Jervis Bay)

     

    저비스만

     

    저비스만은 102㎢의 넓은 만으로, 깨끗한 비치와 오염되지 않은 해양생태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혹등고래, 남방긴수염고래, 범고래 등 다양한 고래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나는저비스만을 둘러보는 보트에 승선하기로 하였다. 돌고래와 혹등고래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말이다. 

     

     

    저비스만

    ▲ 먼 발치에서 볼 수 밖에 없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보긴 봤다!

     

    하이암스비치

    하이암스비치

     

    눈 앞에서 생생히 튀어오르는 돌고래를 기대했기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하이암스비치(Hyams Beach)로 이동한 순간! 그나마의 아쉬운 마음마저 눈 녹듯 사라졌다. 

    마치 밀가루 입자처럼 하얗고 고운 해변의 모래는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했고, 눈 앞의 바닷물은 '푸른 빛'이라는 한 단어로는 결코 형용할 수 없을 듯한 오색 빛깔을 뽐냈다. 짙푸른 하늘 역시 끝없이 펼쳐져있는데다, 저 멀리 그림처럼 돌고래들이 떼를 지어 뛰어놀고 있는 것 아닌가!

     

     

    하이암스비치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도 있구나, 넋을 놓고 있으니 귀여운 견공이 타박타박 앞을 지나간다. 

    이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흰 모래사장으로도 유명한데, '가장 흰 모래사장 대회'는 없으니 그 기준은 여행자들의 감동이 아닐까 싶다. 

     

    INFORMATION

    하이암스 비치

    Hyams Beach NSW 2540, Australia

     

     

    블루 마운틴을 품은 시드니(Sydney)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호주의 자연을 충분히 만끽하고 다시 시드니로 향했다.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릿지로 유명한 미항의 도시. 낮에 보는 것 보단 밤에 보는 야경이 훨씬 아름답다. 하지만 시드니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야경이 아니라, 푸른 바다와 산을 품고 있다는 점에 있다. 도시 자체가 큰 항구가 있는 해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장엄한 산맥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도심에서 차로 2시간을 가야하는 블루마운틴을 시드니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호주 여행을 떠나기 전 읽었던 책 피터 케리作 '휴가지의 진실'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쓰여 있다. 작가가 시드니에 관한 책을 쓰는데, ‘블루마운틴을 굳이 가야 하나?’ 하자, 작가의 친구가 블루마운틴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글쎄, 나는 시드니에 관한 책을 쓰고 있으니까."

    "블루 산맥도 시드니의 일부야."

    "셰리, 카툼바까지는 128킬로미터 거리야."

    "맙소사, 피터. 블루 산맥은 시드니를 가두고 있는 감옥벽이야. 그건 시드니와 물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휴가지의 진실 中 P.185] 

     

    그렇다. 셰리의 말에 따르면 시드니를 논할 때 블루마운틴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블루마운틴

    ▲ 블루마운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세 자매봉

     

    블루마운틴이라는 이름은 산에 서식하고 있는 나무들 대부분이 유칼립투스이기 때문에 붙여졌다. 유칼립투스는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나무로, 알코올이 증발할 때 공기 중에서 산화하여 푸른 빛을 띠게 되는 데 이로 인해 산 전체가 푸르게 보이기 때문이란다. 날은 다소 흐렸지만, 오히려 흐린 날씨 덕분에 골짜기 사이사이로 흐르고 있는 구름이 산맥에 장엄함을 더해주었다. 그 위엄에 압도되었다.

    사진 속 봉우리들은 블루마운틴을 대표하는 '세 자매봉'이다. 여기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외모가 출중했던 세 자매가 이곳에 살 고 있었는데, 악마가 이들을 취하려 오자 자매의 아버지가 요술을 부려 그들을 바위로 만들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블루마운틴에 요술봉을 떨어뜨려버려 세 자매가 바위로 굳힌 채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블루마운틴

     

     

    이렇게 나의 호주 여행을 짧게 요약해봤다.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줄곧 맑은 공기를 마시는 동안 오랫동안 앓았던 비염이 잠시나마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원하게 뚫린 코로 들이마신 공기는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정화해주는 느낌이었다. 나는 대자연을 품고 있는 이 땅의 아름다움에 취해, 한국에 돌아와서도 긴 숙취에 시달렸다.

    일상이 답답할 때, 참 생각나는 곳이다. 

     

    INFORMATION

    블루마운틴

    Govetts Leap Road Blackheath NSW 2570, Australia

     

     

     

     

     

    moo nee

    배경여행가. 책, 영화,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의 모습이 지워진 배경에 들어가 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백과사전 회사에서 5년 가까이 근무. 건조하고 차가운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으니, 촉촉하고 다정한 글을 찾고 쓰는 일이 낙(樂)이 되었다. 지금은 IT회사에 재직 중. 저서로는 <다정한 여행의 배경>이 있다. www.istandby4u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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