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 설악(雪嶽).
설악산은 기암괴석이 이루어낸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며 사시사철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설악의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에 대한 찬사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지만
'산이 멋져봤자 다 산이지, 달라봤자 얼마나 다를까' 싶었던 것이 사실!
늘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해왔던 저는 이번 여행을 통해 강펀치 제대로 맞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지금껏 집에서 뒹굴 대면서 놓친 가을이 대체 몇 번인 거야!"
가을은 축복이었습니다.
설악의 가을은 더더욱 그러했고요.
설악 산맥을 중심으로 그 서부를 내설악, 동부를 외설악으로 나눕니다. 제가 간 곳은 외설악. 흘림골코스, 용소폭포코스, 울산바위코스, 권금성코스, 비룡폭포코스, 금강굴코스, 양폭코스, 백담사코스, 수렴동코스, 남교리코스, 대승폭포코스, 대청봉코스(오색/백담), 대청봉코스(한계령/설악동), 공룡능선코스 등 외설악만도 수많은 코스가 있더군요. 코스가 이리 많은데 단풍이 절정을 이룬들 입구만 지나면 좀 한산해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가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코스마다 어떤 곳은 기암절벽이 어떤 곳은 말도 못하게 화려한 능선이
또 어떤 곳은 계곡 혹은 폭포가 반겨주니 매년 가을 이곳을 찾고 또 찾아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붉고, 노랗고 말 그대로 단풍 천지!
그 뒤로 웅장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있으니 탄성 내지르랴, 걸으랴, 사진 찍으랴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신흥사가 저 멀리 권금성을 오가는 케이블카가 바라보이는 지금의 터에 자리 잡기까지는 꽤 험난한 세월이 뒤따른 듯했습니다. 지금의 켄싱턴스타 호텔 자리에 처음 세워졌던 향성사(香城寺)가 화재로 소실된 후 지금의 내원암 터에 선정사(禪定寺)라는 이름으로 다시 절이 세워졌으나 이 또한 화재로 소실되면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고승들의 꿈속에 백발신인이 나타나 지금의 신흥사 터를 점지해 주었다하여 신인(神人)이 길지(吉地)를 점지해 주어 흥왕(興旺)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신흥사(神興寺)라 이름 지은 것이라고 하네요.
'신선이 하늘로 올라가는 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니 비선대(飛仙臺)의 아름다움은 두 말 하면 입 아픕니다. 그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이 절경을 감상하면서 읊고 새겨두었을 시가 새겨진 바위는 비선대의 경치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금강굴에 닿을 수 있지만, 체력에 한계를 느낀지라 천불동 계곡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는 약 3km 정도 되는 짧은 구간으로 어린이 및 노약자는 물론 휠체어를 끌고도 탐방이 가능하니 참고하세요)
외설악을 대표하는 코스로 설악산의 대표적인 경관인 울산바위부터 저 멀리 동해바다, 속초시 그리도 대청봉까지 설악의 명소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울산바위 코스. 연중 늘 북적이는 코스이나 설악 단풍 감상의 최적의 장소로 손꼽히는 코스이니만큼 한 번쯤 들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로 올라가는 코스는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많으니 이 점 참고하시고요.
소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로 누구나 쉽게 설악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이니만큼 365일 내내 인기가 높습니다. 요즘 같은 단풍철에 2~3시간대기는 기본이라죠.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울산바위, 동해바다, 속초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펼쳐지며 300m 거리에 권금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운행요금: 대인 9,000원/ 소인 6,000원
- 운행시간: 단풍 시wms에는 매일 달라짐
- 설악 케이블카 홈페이지 : http://www.sorakcablecar.co.kr/
※케이블카는 기상악화시에는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가을 산행을 멀리한 건 무지도 무지지만, 매해 가을 9시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등산 인파의 모습에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풍보다 더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등산객들로 가득 찬 가을 산을 보며 "저길 대체 왜 가는 거지"라고 생각했던 후회스러운 지난날들.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새 앞에 장사 없다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부지런히 움직이니 도로 위에 발이 꽁꽁 묶일 일도, 케이블카 타겠다고 두 시간 세 시간 넋 놓고 기다릴 일도 없습니다.
새벽 6시 5분.
저는 줄 한 번 서지 않고 창구에서 바로 티켓을 사 이날 두 번째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고
그로부터 20분 뒤 권금성에 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말이 쉽지 새벽 6시에 설악산 국립공원에 도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설악산 주변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그럼 달라질 수 있겠죠!
이번에 제가 머무른 호텔은 설악 켄싱턴 스타 호텔. 설악산 입구까지 걸어서 5분 거리! 외설악 가장 가까이에 세워진 숙소 중 하나로 설악의 절경을 품고 있는 특급호텔입니다. 사진 속 비스트로 & 바의 전망 하나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위치가 좋은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단풍시즌이면 설악산 국립공원을 찾는 인파가 넘쳐나기에 오전 시간에는 공원 초입부터 차량 통제가 이뤄집니다. 관광객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무료 셔틀을 이용해 공원 입구까지 이동해야만 하는데요. 문제는 인파! 거기에 무질서까지 더해지면 기분 좋게 떠나온 단풍여행을 망쳐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혼자 줄 서 있다가 자기가 탈 순서가 되니 일행 30명에게 손짓하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죠.
주차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이게요. 주차장이 꽉 차버리고 나면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위험천만한 걸음을 옮겨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설악산 입구에 호텔을 잡은 만큼, 차량은 호텔 앞에 편하게 세워두고 주차 전쟁에서 해방! 호텔에서 여독을 풀며 여유롭게 쉬다가 느긋하게 설악산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될 일~ 그러니 단풍 절정기에는 특히 설악산 가까운 곳에 호텔 잡으시길 강조하고 싶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귓가를 스치는 바람,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
거기에 붉게 물든 가을 산이 더해지니 비로소 가을이 완성된 느낌입니다.
정말이지 눈부시네요.
저 말고 가을요 :)
더 늦게 전에 여러분도 가을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길!
사진을 좋아하여 자연스레 여행을 하게 된 로맨틱 커플 여행가. 티스토리 여행블로거로서 '헬로뷰티플데이즈'라는 아기자기한 공간을 운영 중이다. (http://hellobeautifuldays.com/) => "블로그라는 작은 공간에 저와 사랑하는 남편이 함께한 로맨틱한 커플 여행부터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의 여행까지 5년여간의 추억들을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행복한 순간들을 당신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